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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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체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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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인 3월 8일 경제부총리는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 대한 LH 직원들의 투기 논란에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이것은 성 추문으로 공석이 된 서울과 부산시장 등 4월 7일 지방 보궐선거에 악재가 될 것을 염려하여 부랴부랴 내놓은 정부 입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부총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투기 억제를 이유로 가격 규제를 위주로 한 수요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스물세 번이나 남발하고, 또 양도세, 취득세 등 중과세하는 부동산 관련 세법으로 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그동안 주택공급 확대, 실수요자의 보호, 투기수요 차단 등을 통하여 부동산시장 안정에 노력해 왔다고 호도했다.

     2017년 5월 대선에서 집권한 현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적폐 청산을 내걸고 혁명에 가까운 정책을 잇달아 시행했는데, 이중 서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동산정책은 이 나라에서 집을 가졌다는 것을 부담스럽고 죄악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그해 6월 23일 국토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을 위하여 부동산투기를 막겠다고 선언한 것은 주택보유율이 100%가 넘었음에도 자가 보유율이 60%에 미달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겠지만, 국민 100%가 내 집을 갖고 사는 나라는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대체로 소득 하위 10~20% 정도는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전혀 없고, 설령 여력이 있다고 해도 각종 세금과 주택관리 등의 문제로 집 매수를 꺼리는 사람이 많아서 세계 대부분 국가의 자가보유율은 70%를 넘지 않는다. 참고로 세계 경제통계 사이트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2017년 말 기준 자가보유율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90%, 러시아 87.1%이고, 사회복지가 잘된 스페인(77.8%), 이탈리아(72.3%) 등 일부를 제외하면 미국 64.2%, 일본 61.9%, 캐나다 66.5%, 영국 64.2%, 프랑스 64.9%, 독일 51.7% 등은 60% 수준이다.

     우리는 2002년 6월 주택보급률 100%(=16,619÷16,700)를 넘어선 이후 2016년 12월 말 102.3%이었다. 자가보유율도 노태우 정부 때(1988~1992) 주택 200만 호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 1990년 49.9%를 최저점으로 하여 2017년 56.8%였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자가 보유 비율은 우리보다 훨씬 낮지만, 임대주택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주거 불안이 없다. 부동산전문가들도 외국은 자가보유율이 70%를 넘는 나라가 거의 없지만, 자가 점유율을 무조건 높이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예가 미국이다. 미국은 자가 보유율을 높이려고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소득세공제 혜택을 주는 등 이자 부담을 크게 낮추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 이상으로 높여서 집값의 20% 미만으로 내 집 장만을 하도록 하여 2000년 초 자가 보유율은 69%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까지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로 주택가격 대폭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박근혜 정부도 이른바 ‘초이노믹스’라고 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대출 장려 결과 1,400조라는 천문학적 가계부채로 빚쟁이만 양산하고 말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주택도 하나의 상품이고, 모든 재화는 수요와 공급의 일치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므로 주택거래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물론 다주택자 중에는 매매 차액을 노리거나 세를 놓는 투기꾼도 있겠지만, 규제가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제한을 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지나치게 자유경쟁을 규제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무주택 서민을 위해서라면 크고 비싼 집은 자유경쟁에 맡기고, 양질의 주택과 저렴한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많이 공급하면 내 집 마련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면서 직장 관계로 떨어져 살거나 시골의 부모가 도시에서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혹은 교통체증으로 강남과 강북에 각각 집을 마련하는 가구들이 임차주택에 살면 투기가 아니고, 매입하면 투기라는 획일적인 규제는 발상의 오류를 범했다. 또, 2월 3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브리프를 보면,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로 1985년 6.9%에 불과했던 1인 가구가 2017년 28.5%로 30년 동안 8.5배나 증가했고, 2047년에는 83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7.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가 산업화하면서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이런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을 내세우며 지난 연말까지 무려 스물세 번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자가 보유율은 103.3%(= 19,979 ÷20,818)에서 2020년 말 현재 104.8% (=20,343÷21,310)로써 3년 동안 고작 1.5%가 늘었을 뿐이다.

    수요와 공급의 일치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경제의 기초이론을 무시하고 오로지 수요 측면에 집중한 오류를 빚은 주택문제는 중과세하는 반자본주의적인 정책은 이곳을 막으면 저곳이 올라가고, 저곳을 막으면 또 다른 곳이 터지는 풍선효과로 전국은 집값 인플레 현상으로 평균 52%나 폭등했다. 정부는 올해 초 뒤늦게나마 부동산 대책의 실패를 자인하고 32만 호 건설을 공약했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으로 피해를 국민이 모두 떠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졌고, 집 한 채가 유일한 재산인 실소유자에게까지 인플레이션으로 재산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국민건강보험료 부담,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선정 기준 등에 치명적인 부담을 안겨주었다. 이러다 보니 소득이 없는 1주택소유자는 종합부동산세를 내기 위하여 집 한칸을 헐어내거나 벽돌을 뜯어서 팔아야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또, 정부의 진짜 속셈은 집값 안정을 구실로 국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 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악어의 눈물처럼 입에 그친 사과만이 아니라 다주택자 모두를 투기꾼으로 몰고 중과세를 정한 부동산 관련 세법을 폐지하여 부동산경기를 살려야 한다. 신도시건설예정지의 투기는 공직자의 내로남불이 뿌리까지 만성이 되었다는 반증이니 엄벌백계해야 한다, 나아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표를 인상하든지 면제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731부대의 마루타라는 생체실험만이 반인륜적인 것이 아니라 지난 3년여 동안 얼치기 장관의 오판으로 국민 모두 집 가진 죄인이 되어 생체실험 당한 몰모트(Marmot)가 된 것이 억울하다. 장관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대통령의 구상이었다면, 더더욱 진솔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부동산정책은 무주택자를 빙자한 가렴주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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