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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난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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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겨울부터 중국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로 전국이 황폐해지고, 국정은 온통 코로나 방역에 매달리고 있다고 할 지경인데, 통상 한 달가량 이어지던 장맛비는 사상 유례없이 현재까지 2개월 이상 진행 중이다. 이제 홍수로 전국의 강과 바닥 넘쳐 도로와 제방이 무너져 농경지와 집들이 침수되고, 수많은 인명, 재산피해는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을 지경이다, 필자는 2004년 8월 법조 전문지인 ‘월간 법조’에 ‘물난리 유감’이라는 글이 권두언에 게재된 적이 있는데, 그 후 16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천재지변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아래는 당시의 기고 글 전문이다.

    한반도는 매년 6월 하순부터 한 달가량 장마가 계속되다가 8월 초가 되면 남태평양에서 발달한 태풍으로 바뀐다. 장마는 6월 중순 시베리아 냉(冷)기류와 태평양 해상에서 발달한 난(暖)기류가 동북아 상공에서 부딪쳐 생기는 빗줄기 현상이고, 태풍은 남태평양에서 발생하여 동북아로 북상하는 초속 17m 이상의 열대성 폭풍을 말한다. 태풍(Typhoon)은 대서양에서 발달하여 미 대륙으로 향하는 허리케인(Hurricane)과는 출생지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올해는 장마철에도 장맛비다운 비도 없이 지나가더니, 8월이 되면서 몇 개의 태풍이 잇달아 찾아오고 있다. 제주도에 상륙했다가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져나간 태풍은 그 길목이 된 부산과 울산 등 한반도 동남부 지방을 할퀴고 지나갔다. 산더미 같은 해일성 파도는 인간이 만든 방파제를 비웃듯이 육지를 파고들었으며, 폭풍에 허덕이는 어선과 여객선들은 일엽편주 신세가 되었다. 그 모습을 TV를 통해서 지켜보면서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실감하면서 하늘이 찢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퍼붓는 폭우와 물난리가 과연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天災)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예부터 치산치수는 제상학이라 하여 제왕의 최고 덕목으로 삼았지만, 그동안 우리는 땔감과 무분별한 남벌로 비만 오면 벌거숭이산에서 흘러내리는 산사태는 매년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다행히 1960년대 이래 주거환경개선과 지속적인 산림녹화사업으로 이제 벌거숭이산은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물난리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 이런 물난리가 혹시라도 인재(人災)는 아닐까 하는 반성과 함께 비록 천재라 할지라도 이를 최소화할 방안은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먼저, 1995년 6월 지방자치 시행 이후 지자체마다 수익성이 좋다는 골프장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마구잡이로 산을 깎아 내거나 개발을 핑계로 산과 강을 무분별하게 잘라내고 막아버리는 난개발로 환경단체는 물론 시민단체로부터 지탄받는 등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굳이 골프장이 아니라 해도 지질과 수계(水系)를 무시한 무분별한 택지개발과 도시계획으로 빚어지는 업보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예전에는 비가 오면 대부분 땅에 스며들고, 빗물이 스며드는 속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때면 낮은 곳을 따라 흘러내리는 등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주택이나 대지, 도로 등 대부분을 포장하여 약간의 비만 내려도 스며들 곳이 없는 빗물은 금방 낮은 곳을 찾아서 작은 시내를 이루어 흐르기 때문에 쉽게 물난리를 겪게 된다. 물론, 도시 대부분은 빗물을 처리할 하수구와 그 하수를 하천까지 이어주는 개울이 있지만, 하수구나 하천의 관리현실을 돌아보면 금방 해답이 나온다. 가령, 어느 4차선 도로가 있다고 할 때, 그 길폭은 평균 15m(=3.5m× 4차로)이고, 도로 양쪽의 인도 10m (=5m× 2)를 합하면 약 25m의 포장 지면이 된다. 그렇지만, 그 지면에 내리는 빗물을 흡수하는 하수시설은 대부분 양쪽 도로변에 만들어진 폭 60~90cm 정도의 하수구가 전부이어서 시간당 20mm의 집중호우만 내려도 5,000㎥(= 25m× 20mm)의 빗물이 생기지만, 하수도는 고작 3,600㎥(= 60cm× 60cm)의 빗물밖에 소화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도로와 인도의 빗물 뿐만이 아니라 각 가정이나 공장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빗물과 하수들이 모두 도로변의 하수구로 집중되어서 하수구는 금방 넘쳐난다.

    그런데, 그나마 그 하수구가 제구실하지 못한다는데서 도시의 물난리가 벌어진다.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평소 온갖 생활 쓰레기를, 그리고 겨울에는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운다는 구실 등으로 눈과 쓰리기를 하수구로 밀어 넣기만 할 뿐, 제대로 파내지 않은 하수구는 온갖 오물과 쓰레기가 쌓여서 하수의 흐름을 막고 있다. 참고로 상수도는 수용자가 수도개설신청을 해도 수압과 주변의 지역 상황 등을 고려하여 가까운 곳의 상수도관에서 분리하지 않고 상수관이 넓은 곳에서 분리하지만, 하수도는 새로 집을 짓거나 도로를 만들면서도 기존 하수도의 처리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기왕의 하수도에 연결하고 있어서 하수구는 과부하 상태가 된다. 게다가 점점 땅바닥을 포장함으로써 빗물이 스며들 공간이 줄어들고, 빗물을 빨아들일 하수구는 비좁고 그나마 쓰레기 등으로 막힌 곳이 대부분이지만, 하수구를 매년 모두 파냈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다.

    여기에서 우리의 아스팔트 도로보다 단단한 대리석 포장도로인 유럽 여러 나라 특히, 파리의 도시계획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파리 시가지는 빗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고 도로 위에 흘러넘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 200여 년 전인 나폴레옹 시대에 도로 폭에 버금가는 넓이의 하수도를 만들어서 이런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우리도 지금은 해체 복원되었지만, 서울의 청계천 복개도로 너비만큼의 도로 밑에 하수도 시설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넓은 하수도를 지하에 만든 것이 서울 시내의 물난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도로 폭의 절반 정도 크기의 하수도로 늘리고, 매년 정기적인 준설작업을 하여 보이지 않는 곳까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편, 매년 수해복구예산액이 1조 원을 넘는데도 치수 사업에 투자한 예산은 그 1/4에도 미달한다는 뉴스는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무지몽매하게 살아왔는가를 반성하게 해준다. 지금까지 우리는 근본적인 수해 예방 대책이 아닌 눈앞에 닥친 피해복구에만 관심을 가짐으로써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저질러 왔다. 수해 원인도 천재로 돌리거나 간혹 얼마 동안은 책임 공방을 하다가 공무원 봉급에서 몇 %씩 갹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기업체와 국민의 얄팍한 주머니를 기웃거리는 수재민 구호가 빈번했다. 설령 이런 수해가 아니라 가뭄과 한해를 겪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로서 국민의 얄팍한 인정에 호소하는 것이 국가의 주요대책이 되곤 했다. 그런데, 수해로 다리나 제방이 무너져도 피해조사며, 복구설계, 예산확보, 입찰과 시공에 이르는 과정으로 세월을 다 보내다가 다음 해 장마철이 될 무렵에야 겨우 착공하는 수준이어서 물난리는 매년 겪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천재로 여긴다. 혹시라도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수해를 빌미로 부실설계․부실공사를 야합하는 악덕 공무원과 업자들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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