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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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 웬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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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7일 대통령 비서실장과 비서실 수석비서관 6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나 청와대의 고위직 인사는 먼저 후임자를 내정하고 교체하는 것이 보통인데, 후임자 내정 발표 없이 비서관들이 먼저, 그것도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약간 의외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정책이나 경호 등의 책임 부서가 아닌 비서실 비서관들의 일괄 사의는 ‘최근의 상황에 대한 책임’이라는 두루뭉술한 이유이긴 해도, 그동안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부동산대책에 대한 엇박자에 기인하였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우리 속담에 ‘주인이 대접받으려면 하인이 똑똑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비서실장 등 6명이 다주택 논란으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 장본인들이다. 비서실장은 서울 강남과 지역구인 충북 청주에 아파트를 가진 것이 논란이 되자, 청주의 아파트를 팔고 강남의 아파트를 보유하겠다고 하여 지역구 주민들로부터 커다란 반발과 함께 이른바 ‘똘똘한 집 한 채’ 논란을 일으켰다. 아파트 2채를 보유한 모 수석은 아파트를 처분한다면서도 시세보다 2억∼4억 원 높은 가격에 매물로 내놔서 면피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다른 수석은 이것을 “남자들은 집값을 잘 모른다”고 변명하면서 더 큰 비판을 받았다.

    국토부가 스물세 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한국갤럽이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통령의 국정에 반대가 46%, 지지가 44%로 총선 직후인 5월 첫째 주 71%에 비해 석 달 만에 무려 27%나 하락하면서 레드 크로스를 넘었다. 정당 지지율도 여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 낮아진 37%지만 제일 야당의 지지율은 5%나 오른 25%로서 총선 이후 가장 격차가 좁혀졌다고 했다.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들의 일괄 사의 소식에 언론은 ‘정부가 집값 잡기를 위해 유례없는 강력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집단 사퇴는 2년 남은 정권보다 아파트를 선택했다”는 비판기사를 쏟아냈다. SNS에서도 “‘아파트를 팔기 싫어서 사표를 냈다’느니, ‘돈은 영원하지만, 권력은 유한하다.’는 등의 비아냥거림이 난무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숱한 부동산대책을 쏟아내면서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고 심지어 ‘범죄자’란 표현까지 썼지만, 정작 정부 고위직들은 ‘내로남불’처럼 오롯이 다주택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 이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수차 교체된 고위직 임명 과정에서 다주택자를 인선 기준에서 제외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이것을 간과했는지 인사 검증 책임자들의 무신경, 무책임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고위직에 임명된 이후 다주택자가 된 경우에는 더더욱 비판받아야 마땅하겠지만,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수석비서관들은 지난 12·16 대책 이후 다주택 처분시한을 6개월쯤으로 작정했으면서도 현재까지 처분하지 않은 비판을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 경실련은 7월 6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한국은행 등 부동산 관련 정책을 다루는 주요 부처와 산하기관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07명 중 39명(36%)이 다주택자라고 밝혔다. 이들 중 99명(92.5%)이 유주택자이고, 다주택자는 39명(36.4%)이었는데, 다주택자 중 3주택 이상 보유자가 7명이나 되었다. 또, 이들이 보유한 주택 총 147채 가운데 68채(46%)가 서울이었으며, 그중 42채(29%)는 강남4구에 있었다. 나머지 주택도 세종시(22채)와 수도권(26채) 등이었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유경쟁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또, 부를 축적하는 수단도 반드시 육체노동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부동산은 물론 주식, 골동품, 그림 등의 거래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데도 정부는 무주택서민들을 위하여 내 집 마련을 돕겠다며 유독 다주택자들을 혐오하고 중과세 나선 것은 현 정부 최대의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가진 자를 혐오하고 보편적 국민 생활을 추구한다면, 동산이나 무형자산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도 엄격히 규제하고 중과세해야 옳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수도권 특히 강남 3구는 교육환경, 교통, 문화, 위락시설 등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판단하여 수요ㆍ공급 시장에서 집값이 결정되는데도, 그동안 정부는 이런 측면을 간과한 채 오로지 수요측면을 강조하여 규제와 중과세로 다주택자를 억눌러온 잘못이 있다고 비판한다.

    비서관들의 일괄 사의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최소한의 반응이라 하겠지만, 현 정권 출범 후 3년이 지나도록 잘못된 판단 아래 부동산정책을 추진해온 주무장관과 경제정책의 콘트롤 타워인 경제부총리를 교체하여 정책의 기초를 바꾸지 않고 비서관들만 교체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凍足放尿)나 미봉책이라 할 것이다. 또, 집값 상승 원인을 이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인식도 두고두고 족쇄가 될 것이다. 더더욱 그동안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회전문 인사로서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면 레임덕을 더 빨리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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