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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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입자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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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부동산매매시 관할 시·군·구청에 부동산거래신고를 하듯이 전·월세 계약사항도 30일 안에 신고하고(전·월세 신고제), 갱신계약시 임대료는 종전의 5%를 넘지 못하고(전월세상한제), 임차인은 집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2년 임대차 계약을 최소 한 차례 이상 연장할 수(계약갱신청구권) 있게 하여 세입자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임대차 3법’이 7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지 5일 만에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정부는 7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개정안을 곧바로 시행한다고 일사천리로 공포했다. 개정법은 법 시행 이후 체결되는 임대차 계약뿐 아니라 현재 존속 중인 임대차 계약에도 적용된다. 즉, 현재 전·월세로 사는 세입자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현재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다만 계약갱신요구권은 계약 만료 1개월 이전에 임대인에게 통지해야 하므로 개정법 시행일인 7월 31일 현재 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남아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전·월세 인상률 상한 5%가 적용된다.

    법안에 대하여는 개인 간의 사적 거래에 국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이 아닌지, 소급입법 등 위헌은 아닌지 등의 논란이 제기되었지만, 상임위에서 찬반 토론이 생략되고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반국회의 대정부 견제 기능은 사라지고 말 그대로 거수기 내지 통법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임차인의 권리를 크게 강화한 개정 법률은 ‘세입자들의 천국”이라고 하는 독일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독일은 임대인이 직접 입주하거나 건물의 철거·개량을 하려고 할 경우에만 계약 해지나 거절할 수 있고, 임대차 존속기간에 제한이 없다. 임대료도 국가나 지역 조합에서 정한 금액 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지난 10년간 7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이 118.4%, 임대료가 57.0% 상승하면서 셋집 구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2015년 베를린시는 임대료를 표준임대료의 10% 이상 인상하지 못하는 법을 시행했으나, 임대료 상승이 이어지자 지난 1월에 임대료를 5년간 동결하는 개정법안을 의결하고 경과 기간을 거쳐 올해 11월부터 발효하게 되었다.  그러자 법률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되고, 임대료가 치솟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독일식 임차인의 권리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임대인에 대하여는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즉, 전세제도가 많은 우리와 달리 월세가 대부분인 독일에서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여권 사본, 3개월간 임금 등 소득증명,  은행 신용등급 등 월세를 성실하게 지급할 수 있다는 증명 제시는 물론, 임대인과 면접에서 흡연 여부, 애완동물 동반 여부, 미혼자면 결혼할 여성이 있는지 등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세한 사항까지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그리고 대개 1~2쪽에 그친 우리의 임대차 계약서와 달리 매일 1시간 이상 환기를 할 것. 열쇠를 분실했을 경우의 배상, 유리창 등을 깨뜨렸을 경우의 배상 등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규정된 30여 쪽에 이르는 계약서를 작성하여 임차인에게 대항하는 것이 정착되었다. 물론 이런 약정에 위반하면 해약 사유가 된다.

    우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는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하거나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2년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최단기 임대차기간을 2년으로 간주하는 현행법에서 앞으로 세입자는 2년의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임차인의 갱신요구는 내용증명 등 명확한 의사표시로 해야 하며 묵시적 갱신은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임대인은 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이 입주하거나 세입자가 2회분 월세를 연체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했거나 불법 전대, 고의. 중대한 과실로 집을 파손했거나 재건축이나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 등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지만(주임법 제6조의3 제1항), 만일 2년 이내에 다른 세입자를 들인 사실이 적발되면 기존 세입자에게 받았던 임대차 계약 때 합의한 손해배상액을, 손해배상액의 약정이 없을 때는 월세 3개월분(전세였으면 전액 월세로 전환한 법정전환율 4% 적용)이나 새 세입자로부터 올려받은 월세 차액 2년분을 물어줘야 한다. 또,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 폭은 5%로 제한되는데, 그 범위는 광역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하여 결정된다. 기존 임대차 계약이 전세면 세입자가 동의하면 월세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이때에도 5% 인상 상한은 준수되어야 하고, 계약갱신권을 행사하면 월세로 전환할 수 없다. 전·월세 신고제는 내년 6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임대차 3법의 시행으로 과연 우리사회가  ‘세입자들의 천국’이 될 것인가에 관하여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무엇보다도 주택도 수요와 공급의 일치점에서 임대료가 결정되어야 하는데도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전·월세 상한제로 가격 결정을 왜곡하여 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결국 베네수엘라나 독일처럼 임대료 폭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세입자와 서민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미 주택가격 폭등에 따라 공시지가도 크게 올라 당장 재산세가 30% 이상 치솟았으며, 조만간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轉嫁)될 것이다. 정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진 자’를 을(乙)로 삼아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당장 집주인은 호주에서처럼 벽에 못을 박은 자국의 개수며 에어컨 배관 구멍 뚫는 것도 일일이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여 그 보수비를 청구하는 등 임차인의 원상복구 의무 등을 세심하게 정하여 임대차 분쟁이 확산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그나저나 다주택자 모두 집을 팔아서 1가구 1주택이 실현되었을 때, 그 남는 주택들은 누구의 소유가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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