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나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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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적 자살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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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인은 전기공급회사로부터 위탁받은 외근검침 및 전기량 검침을 업무로 하는 근로자였으나 외근검침원들의 인원감축 등 동료들의 고용 불안 문제를 걱정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에 유족인 원고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를 신청한 사안으로, 근로자의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우울 증세를 악화시켜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면 이를 업무와 사망사이에 인관과계가 있다고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례(서울행정법원 2015구합828**판결)

    [ 판례 해설 ]

    대상판결의 망인은 전기회사로부터 전기사용량 검침 및 외근검침 업무를 위탁받아 총괄해온 근로자로서 최근 회사로부터 외근검침 인원감축 등의 공지를 듣고 동료들의 고용불안과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업무적 스트레스를 받다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써 원격검침 확대가 보류되길 희망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에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하였으나 이타적 동기에 의한 자살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자로서 망인이 받은 압박감과 그에 따른 책임감 등이 망인의 정신질환을 악화시키기에 충분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세의 악화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결국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면 업무와 망인의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하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였다.

    [ 법원 판단 ]

    ① 망인은 이 사건 회사 제주지점의 검찰총괄 담당으로서, 매년 4월과 10월에 외근검침원들의 담당 구역을 변경, 재분배하는 정기 업무분장 등의 업무를 하였다. 위와 같은 업무분장은 이 사건 외근검침원들의 성과수수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외근검침원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망인 또한 외근검침원들의 성과수수료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위 전기계기 검침 업무는 1개월을 6개 차수, 20일로 구분하여 구역별로 검침일정을 나누어 수행되는데, 위 차수별로 공휴일이 있거나 비가 오는 경우에는 검침 업무를 모두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망인은 검침 업무를 전체로 진행되는 전기요금 정산,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 체납고객 관리, 단정 등의 후속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 차수별로 검침 업무를 마무리하여야 한다는 압박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 회사 제주지점의 검침 인력이 정원보다 5명 이상 적은 상황은 위와 같은 검침 업무 수행에 큰 장애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위와 같은 망인의 업ㅁ무 상황과 망인이 이 사건 직장 동료들에게 남긴 ‘검침일정을 맞추기 어렵고, 하루하루 무사히 검침이 마무리 될지 속이 탄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고려하면, 망인은 2011. 10. 무렵부터 검침총괄 담당으로서 외근 검침원 관리 업무를 하면서 상당한 기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판단하다.

    망인은 2013. 5. 16.경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상세불명의 비기질성 수면장애,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로 진단받았다. 망인에 대한 진료기록에 따르면, 망인이 불면증 등 정신건강의 문제를 호소한 시점은 2011년경으로, 이는 망인이 이 사건 회사 제주지점에서 검침총괄 담당을 맡기 시작한 시점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감정의도 이를 근거로 망인이 검침총괄 업무를 맡은 시점과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한 시점의 시기적 관련성을 지적하고 있다. 망인이 2011년경 다른 사유로 불면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에 앞서 본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더하여 보면, 망인의 ‘상세불명의 비기질성 수면장애,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 등의 정신질환은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사업은 원격검침시스템을 이용하여 외근검침원의 직접 방문 없이 전기사용량 검침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사건 사업이 확대 시행되면, 장차 외근검침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격검침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이 증가된다. 이 사건 외근 검침원들과 망인은 제주지 45,000호를 담당하는 외근 검침원 7명을 감축할지도 모른다는 고용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망인이 20414년 초경 직장 동료인 ☆☆☆에게 이 사건 사업 확대 시행 등과 관련하여 “올해는 어떻게 넘어갈지 모르지만, 내년에는 우리 직원이 그만두어야 될지 모른다.”라고 말하였던 점이나, ○○산업개발 노동조합이 포함된 전기검침산업별노동조합 산별추진위원회가 2014. 9. 경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이유로 이 사건 사업 확대 시행을 반대하는 취지에서 ‘전기검침 노동자 총력투쟁계획’을 마련하기도 하였던 점 등 까지 고려하면, 그들의 고용 불안은 조만간 현실로 맞닥뜨릴 구체적 문제이었다. 망인은 직장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이 사건 사업의 시행으로 7명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현실과 그것을 막을 수 없는 막막함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특히 망인은 이 사건 외근검침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면서 자신이 이 사건 외근 검침원들 중 일부를 감축하여야 한다는 압박감과 책임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정신질환은 점점 악화되어 2013. 10. 12.부터는 종전에 사용한 약의 용량이 2배로 증가되었고, 망인은 사망 약 1달 전인 2014. 4. 30.까지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등 사망 당시까지 당초 진단받은 수면장애, 불안 및 우울병장애, 우울병 에피소드 등을 치유하지 못하였다. 망인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우울증으로 부정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게 되면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있고, 충동적으로 자살사고를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으므로, 망인에게 진단된 위 상병의 악화가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망인은 직장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이 사건 사업 시행에 따른 인원 감축과 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유서의 내용에 비추어 망인이 억울하고 막막한 심리상태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망인은 직장 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심각한 판단력 상실이 동반된 것으로 생각된다’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시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과 망인의 유서 내용, 앞서 본 망인의 업무 등에 따른 스트레스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이 사건 사업 확대 시행에 따른 스트레스는 망인의 사망 당시까지 계속하여 정신적 고통으로 다가왔고, 망인은 그로 말미암아 당초 진단받은 수면장애, 불안 및 우울병 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지속적으로 악화 되었으므로 그러한 정신질환의 악화로 정상적인 판단능력 등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망인이 가족들에게 작성한 유서의 내용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사망 이후에도 잘 살것을 당부하는 내용으로, 망인은 가족들과의 관계에서나 경제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망인의 성격이나 대인관계에서도 별 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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