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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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원전 정책의 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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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밑을 맞아 돌아본 우리의 2019년은 여느 때보다 힘든 한해였다. 현 정권 출범 이후 그렇게 공들였던 대북관계는 성과가 없고, 집값 안정을 비롯하여 소득주도정책, 주 52시간제 등은 내놓은 정책마다 장벽에 부딪히고, 청년 백수는 거리에 넘치고 경제성장률은 2% 수준으로 추락했다. 게다가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문제로 촉발된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항한 한일갈등,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전시작전권 반환 등 외교현안도 아직 평행선이다.  이런 내우외환 속에서도 탄핵정국을 집권한 정권은 입동인 11월 8일로 임기의 반환점을 넘어섰다.  중간선거 격인 내년 4월의 총선은 사분오열된 야당 덕택에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긴 하지만, 국민은 야당이 발목을 잡고 협조해주지 않은 탓이라느니,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경제보복 때문이니 하는 등 구차한 변명 대신 ‘…. 때문에’가 아니라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야무진 정부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상은 급변하기 때문에 대선 공약도 임기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한 번쯤 되돌아보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2017년 6월 19일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탈핵(脫核)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결정하고 이듬해 7000억 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신규 원전 4기 건설 취소 등 탈원전 정책을 강행했다. 원자력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에너지원이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로 엄청난 인명, 재산 피해를 그 예로 들면서 포항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시행 2년 만에 국가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에너지 공급체계와 국민경제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정부는 탈원전 대책으로 신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발전을 적극적으로 장려했지만, 태양광 발전량은  원전 2기 발전량에도 미치지 않는 전체 발전량의 2.2%에 불과하다. 또,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석탄·가스를 화석 에너지의 사용증가로 대기오염이 심화하고 비용만 증가했으며, 더더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더 많은 외화를 지출하고 있다. 그 수지는 고스란히 한전에 반영되어 한전의 2017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7% 급감한 4조9,232억 원으로 추락하더니, 2018년에는 2080억 원, 올 상반기에만 9285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부채가 123조 원에 이를 만큼 악화되었다. 한전은 전기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에 따른 전기료 인상 우려를 해소하려고 2022년까지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아마도 내년 총선이 끝나면 ‘전기료 체계 개편’이란 명목으로 전기료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는 현대판 축지법이라고 할 만큼 시간과 공간을 단축해주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이지만, 생명을 빼앗는 ‘달리는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안전한 법칙 아래 이용하면서 우리의 생필품이 되었듯이 원전은 현대과학이 이룬 문명의 이이다. 더욱이 ‘한국형 원자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고 한번 일어나지 않은 안전성, 경제성 면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으며 지난 30년간 한국을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세계 600조 규모의 원전시장에서 수십 년간 먹여 살릴 수 있는 일자리 창출산업이다. 그러나 탈원전 이후 우리 원전산업은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간 기술자들, 대학에서 원전기술을 가르칠 스승과 학생이 사라진 불모지로 변했다. 반면에 탈원전을 추진하던 선진국들은 하나둘 원전 건설 재개와 탈원전의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 비중을 75%에서 50%로 줄이겠다고 했던 프랑스는 최근 원전 6기의 신설을 추진 중이고, 영국도 30여 년 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원전 사고의 위험보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난화를 단축하는 것을 더 큰 위협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깨닫고 정책 변환을 시도한 것이다.

    인간은 실수할 수 있고, 실수를 깨닫게 되었을 때 곧 수정하는 사람이 현명하다. 사실 대통령도 작년 체코 순방 때 한국은 현재 원전 24기를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원전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지만, 자국에서는 위험하다며 폐기한 원전을 어느 외국 정부가 무엇을 믿고 수주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60~80년을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탈원전 정책으로 40년만 운전하게 될 경우의 경제성 악화를 염려한다. 업계에서도 어렵게 축적해온 원전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일감이 사라져 원전 설계 및 부품 제조업체가 몰락함으로써 관련 산업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현실을 한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을 없애고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그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 돌아간다. 당장 치솟는 물가 속에서 전기요금 인상 공포는 두렵기만 한데, 국가 경제를 퇴행시키는 탈원전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임기의 반환점을 맞은 시점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성공한 정책이 하나도 없는 정부로서는 지금까지 시행했던 정책을 반대로만 해도 훌륭한 성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혹자는 대통령에게 탈원전의 궤도수정을 건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대통령 앞에서 ‘아니오’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총대를 멜 것인지, 내년 총선에서 심판해야 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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