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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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전등화의 한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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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후 우리의 안보 근간은 한·미·일 삼각 동맹이었으나, 현 정부 들어 이 체제가 붕괴할 위기를 맞고 있다. 6.25 전쟁의 휴전협정이 체결되던 1953년 10월 한미 양국은 워싱턴에서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1966년 7월에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Status of Forces Agreement)을 맺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재정적자에 빠진 미국이 미군 주둔국가에 비용분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유럽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으나 1987년 일본이 맨 처음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자, 미국은 우리에게도 경비 분담을 요구했다.  1991년 제1차 한미’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은 정식조약으로 발효된 이래 2014년까지 3년 주기로 9차례 체결되다가 2014년 9차 협상에서는 2018년까지 5년 동안 전년도 분담금에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하여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정해졌다. 그런데, 악랄한 기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선거 때부터 동맹국의 방위비분담에 불만하고, 특히 한국․ 일본이 미군 주둔 방위비를 100% 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고 두 나라의 핵 무장화를 용인할 수 있다’라고도 하더니, 집권 후 처음 맺게 된 지난해 10차 협정 때 분담금은 10억 달러로 대폭 인상되고 기간도 1년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배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미국과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맺고 방위비를 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편, 한·미, 일 3국은 군사정보공유 협정을 맺고 군사정보를 교환하고 있는데, 정보 공유의 범위가 북핵과 미사일 정보에 국한되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2015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3년을 기한으로 하되 합의연장 할 수 있는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23일 발효되어 올 11월 23일에 만료되지만, 지난 7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우리 정부는 상호 신뢰문제를 이유로 협정기간이 만료되면 재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미국이 한국정부의 결정을 비난하기 시작하더니, 협정만료를 앞두고 백악관, 외교, 국방 고위관리들이 서울에 총출동하여 전시작전권 회수, 방위비분담 협상, 지소미아 폐기철회 등을 전방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제정세는 구소련의 붕괴로 동서 냉전체제가 와해되자, 중국이 신실크로드(Silk Road) 경제권을 구실로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라는 패권정책을 펴고 있다. 2017년 북핵 위기에 대응하여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사드 배치 계획에 갓 출범한 현 정부는 중국 정부의 격렬한 반발에 강경화 외무부장관이 국회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미국의 MD 체계, 사드 추가배치, 한·미, 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 정책’을 발표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패권정책에 맞서 인도-태평양 미사일 체제를 구축했는데, 지난 6월 미 국방성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y Report)는 싱가포르, 대만, 뉴질랜드, 몽골 4개국을 동맹국으로 명시하고, 한국은 빠졌다. 2017년 외무부장관의 3불 정책 선언의 결과인 셈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북한을 여전히 불량국가(rogue state)로 표기하고,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으로 간주했던 대만을 ‘국가(Country)’로 인정했다. 이것은 중국의 정통성과 직결된 문제로서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려 대만의 존재를 부각시킨 미국의 의도를 알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MD 불참과 지소미하 폐기로 사실상 한미일 동맹 이탈로 동북아에서 공백을 우려한 미국은 우리 정부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고위관리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미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안보불신을 이유로 수출규제를 하는 일본과 안보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지소미아 폐기를 재확인했다. 사실 인도-태평양 MD 체제에 대하여도 외무부장관의 국회 발언은 중국 정부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외무부의 ‘의견표명’에 불과하고, 당시 정부도 중국의 경제보복을 풀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보복은 풀리지 않고 롯데와 삼성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현대차가 사실상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 정부는 계속 ’3불 정책’을 압박하여 한중정상회담 때에도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의 진정한 의도가 전시작전권 회수, 방위비분담 협상 불발,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깨고, 중국의 일대일로에 편입하거나 북한에 흡수되는 통일을 시도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현 상황만으로도 한미일 삼각 축이 붕괴할 위험은 훨씬 커졌다. 물론 대통령의 이런 의도가 드러날 때 국민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되겠지만, 현재 우크라이나 문제로 탄핵청문회가 열려 곤경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도 돌파구 마련을 위하여 북핵 문제를 현 단계에서 고착시키고 북한과 전격적으로 수교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 동북아에서 고립무원 상태인 우리는 북한의 불장난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 우리는 이미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휴전선 GP와 철책선을 철거하고, 사병의 의무복무기간을 줄이고 또 장병 수도 줄이는 등 대문과 담장을 헐어버렸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우리는 서툰 외교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 역사가 잘 말해준다. 1965년 한일 국교수립은 지금까지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로 한일간의 갈등이 되고 있고, 외교의 지평을 넓힌다는 명분 아래 1990년 러시아와 수교하고 1992년 중공과 수교하면서도 북한의 남침을 도운 이들 국가로부터 어떤 사과나 변명도 듣지 못해서 지금까지 두 나라에 얕보이고 있다. 여기에 진보 좌파적 현 정부의 애매모호한 3불 정책으로 한미일 동맹조차 파기될 위험을 안고 있는데, 정부는 ‘3불 정책’을 폐기하고,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 복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니라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북핵 위기에 대응하여 독자적인 핵 개발 선언으로 자주국방을 선언할 필요가 있는데도 대책 없이 어깃장만 펴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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