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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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립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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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정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1997년 말 겪은 IMF 외환위기를 채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에 맞은 금융위기, 여기에 미·중 무역 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상태에 전 국민이 힘을 모아 매진해도 극복하기 힘든데도 정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사실 여럿이 사는 공동체 사회에서 서로의 주장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 대화와 타협이 상호발전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오랜 경험이자 민주주의 원리이지만, 오랫동안 형식과 명분의 성리학에 젖은 우리는 순기능보다는 KO가 아니면 상대방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형식과 명분에 살고 있다. 더더욱 이런 발전의 기회가 될 갈등을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지 못하고, 자파의 결속력을 다지려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왔다.

    임진왜란 직전 심상치 않은 일본 정세를 파악하러 다녀온 조선통신사 정부사(正副使)의 상반된 보고가 국익이 아닌 당리당략의 결과 7년 전쟁을 초래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각성하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빠져 다투느라 두 차례의 호란(胡亂)을 겪다가 마침내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었지만, 그것도 우리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외세가 갖다 준 선물(?)이어서 대립과 갈등은 여전하여 3년여를 보내다가 남북이 분단된 채 70년을 지내왔다. 그런데, 이후에도 위정자들은 민족통합을 위한 노력보다는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영호남 갈등을 조장해왔다. 이렇게 갈등을 발전의 계기로 승화시킬 절호의 기회는 2017년 비선 실세의 권력 농단이라는 행태로 직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할 때 이었지만, 상황은 좌파와 우파,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졌다.  지금 정부와 여권은 지리멸렬한 야당을 깔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자파끼리의 내분 혹은 토사구팽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 열기를 한곳에 모아도 벅찬 지금, 대규모 군중집회의 무대는 청계광장과 광화문에서 나아가 서초동으로까지 확대되어 광화문과 서초동은 이제 여야의 이념적 대립 장소로 굳어지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런데, 못난 정치인들은 갈등의 원인 해결을 위하여 머리를 맞대지 못하고 집회참가자 숫자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또, 변호사 출신 대통령은 이런 대규모 군중이 목소리가 아직 갈등상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 국력 소모가 과연 얼마만큼 허비되어야 갈등을 체득하게 될지 모르겠다.

    몇 년 전 로마 여행을 갔을 때, 로마 건국의 발상지인 로물루스 전설이 있는 곳이자 누오보 궁전이 있는 캄피돌리오 언덕을 올라간 적이 있다. 로마인들은 7개의 언덕이 있는 이곳의 언덕을 합쳐서 캄피돌리오 광장을 만들고, 가장 신성하게 여기던 주피터 신전도 이곳에 지었는데, 이곳은 누오보 광장이라고도 한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로마제국 최고의 평화(Pax Romana)를 안겨준 5현제 시대(96~180)의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청동 기마상도 있다. 그러나 이민족에 의해서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오랫동안 이곳은 이교도의 신전들로 가득 찼고, 염소들만 뛰어놀아 염소의 언덕 즉, ‘몬테 카프리노(Monte Caprino)’라 불리며 방치된 곳을 재건에 나선 사람은 르네상스 시대에 교황 바오로 3세였다. 그는 피렌체 출신인 건축가 미켈란젤로에게 이곳을 새롭게 설계할 것을 명령했지만, 미켈란젤로는 광장의 완성된 것을 보기도 전에 죽었다. 그렇지만, 광장 바닥의 빛이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세계의 머리’로서 캄피돌리오의 존재감을 잘 보여주는 캄피돌리오 광장은 오늘날 미국 국회의사당 캐피털(Capitol)의 어원이 바로 이곳 ‘캄피돌리오’이고, 그 설계는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캄피돌리오 언덕을 찾아갔던 그 날, 포로로마노로 통하는 왼쪽 구석에 시민들 몇몇이 작은 플래카드를 들고 떠들고 있었다. 숫자는 20여 명, 아무리 늘려 잡아도 50명이 채 되어 보이지 않은 작은 집단인데, 그들의 요구는 대중교통요금을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4.19며, 5.18 등 숱한 대규모시위를 직접 보고 겪은 내 눈에는 하찮게 떠드는 작은 목소리에 불과했지만. 시위를 지켜보던 경찰관은 대규모시위라고 말했다. 지금 광화문과 서초동에 몰려든 백만이 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눈에는 아직 시위인지 아니면 내란인지 분간하지 못할 만큼 군중집회에 면역이 된 것일까? 아니면 국립대교수가 학교기물을 사사로이 자기 집에 가져가서 사용하며, 부모가 인맥 친분을 찾아 고교생 자녀의 스펙 쌓기에 앞장서고, 또 사모투자가 위법인줄 알았기에 익명으로 투자하고 이익금을 받은 탈법쯤은 위법이 아니라 통상 있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외국에서 보는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과 3차 회담을 앞둔 실무회담조차 결렬되면서 북핵 문제는 실패로 귀착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상이 보도되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와의 비밀 통화문제로 탄핵위기까지 몰린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한 공갈이 먹히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현 상태에서 북핵을 동결하여 사실상 핵 보유를 묵인하는 상태에서 업적을 만들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미 인도며 파키스탄의 핵을 인정해 준 마당에 중국을 견제할 수만 있다면 동맹으로서 핵을 가진 북한과 손잡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우리끼리 서로 치고받는 내란 상태에서 우리는 자칫 미국이 한반도 정책의 포커스를 전격적으로 남한에서 북한으로 옮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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