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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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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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을 포함해 총 6명의 장관과 장관급 위원장을 일괄 임명했다. 지난 8월 9일 개각을 발표한 7명 중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명을 임명한 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쳤으나 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인물들이다. 이로써 현 정부 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6명에서 22명으로 늘었다. 이것은 야당과 국민이 인사청문회 제도 무용론과 함께 대통령의 국회 경시를 내세우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는데, 참고로 역대 정부의 사례를 살펴보면 참여정부 3명, MB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등 장관급 인사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바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DJ정부 때인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여 주요 공직 후보자에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등이었다가 참여정부 때인 2005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의 장으로 청문 대상이 확대되고, 지금은 각 부장관은 물론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60명에 이른다. 국회는 공직후보자를 출석시켜 도덕성․ 업무 적합성 등 검증을 위한 질의와 답변으로 업무수행능력 부족자, 부정부패 혐의자가 임용될 가능성을 차단함과 동시에 국회의 대통령 인사권을 견제하는 기능을 하며, 또 청문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점점 기 무용론과 대통령의 독선만 드러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무직 임명자격에 관하여는 명백한 기준이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본인이나 자녀 병역의무를 비롯하여 탈세,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 음주운전 등이 자주 논란이 되어 다수 후보자가 탈락했는데,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서 가장 논란 대상이 된 것은 직전까지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의 참모였던 조 모씨의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그동안 ‘교육’과 ‘병역’, ‘부동산투기’ 등 저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관련 의혹, 민정수석 재직 당시 사모펀드 자금조성 관련 의혹 등으로 언론과 야당의 집중 공격과 함께 자진사퇴나 대통령의 임명철회를 요구하며 인사청문회조차 열리지 못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청문보고서를 요청하는 형식을 갖춰 임명강행 의사를 비치자, 국회는 증인 출석도 없는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본인의 변명에 그친 답변만 들었다. 그는 딸의 대학 진학 과정에서 스펙과 장학금을 부탁한 적이 없으며, 모두가 딸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 말했다. 스펙 조작 의혹이 나오자 의학 논문은 수준이 낮고, 대학 표창장은 흔한 것이다”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딸의 제1저자 논문을 자신의 PC에서 수정한 기록이 나오자, “대학에서 쓰던 PC를 집에 가져와서 딸과 함께 사용했다”라고 둘러댔다. 그는 대학교수이었을 때 폴리페서 윤리규정을 만들라고 주장하고, 폴리페서의 휴직으로 학생과 동료 교수가 피해를 본다고 말했지만, 그 자신이 대학교수직에서 휴직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둔 지 한 달 동안 국립대학 교수로 복직했다가 장관으로 임명되자 또다시 휴직했다.

    현대는 법치주의 시대이지만 법이 인간사회의 모두를 규율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더 많은 인간사회의 윤리와 금도가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국립대학교수로서 대학의 소유인 PC를 사택도 아닌 집으로 가져갔다는 것도 위법이지만, 논문작성자가 자기로 나타났어도 가족이 PC를 공동 사용했다고 둘러대고. 또 자신의 답변과 배치되는 공문서가 나오면 “오기(誤記)가 분명하다”, “행정 착오”라고 자신의 위증 혐의를 벗기 위해 행정기관과 대학의 신뢰성을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그는 타인은 쉽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결점은 인정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이런 인물들은 염치가 없고 자기 행동에 대한 수치심도 없는 전형적인 도덕 불감증에 빠진 인간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임명을 강행했으니, 그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을 알만하다.

    그의 아내는 이미 기소됐고, 장관 자신도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는데도 그는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어느 누가 이 정부를 믿고 그를 따를는지 알 수 없다. 이것은 대통령의 독선에 가까운 통치에도 불구하고 제지할 힘이 없는 못난 야당들 덕분에 대통령이 자행한 폭거이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를 지지한 국민이나 지지하지 않던 국민 모두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라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자신을 지지한 세력들에게 둘러싸인 채 절반이 넘는 반대나 중도세력을 적으로 간주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멍석을 펴기 위해서 법무부 장관의 위법 사실을 밝혀서 처벌하려고 하는 검찰총장과 전 정권의 사냥을 마친 검찰총장의 효용성이 끝나자 이른바 토사구팽으로 자기들만의 리그전을 준비하는 것 같다. 이처럼 여당과 청와대는 아직 임명강행에 따른 후폭풍을 과소평가하고. 내년 4월로 다가오는 총선의 결과만 셈 세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상황은 대내적으로 북핵 위기가 지속하고 대외적으로는 일본이 각료를 개편하여 경제보복 장기전 태세에 돌입해서 국민통합으로 심기일전해야 할 시기인데도 정부는 여전히 나르시시즘에 빠진 것 같다. 그리스신화에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 생겼다는 자만심으로 살던 나르키소스(Narcissus)는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해서 매일 샘물만 바라보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난 것을 수선화라고 하는데, 정신분석학에서 자기애를 뜻하는 나르시시즘은 나르키소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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