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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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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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8일~29일간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을 호소하던 일본의 아베 총리가 G20이 끝나마자 반도체 핵심원료 한국 수출금지로 촉발된 무역 분쟁은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속에서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장마와 태풍을 맞았다.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 북동쪽 약 460km 해상에서 태어난 제5호 태풍 다나스(DANAS)는 시속 19㎞ 속도의 B급 태풍으로 타이완을 거쳐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다행히도 태풍은 20일 오전 11시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한반도 상륙 직전에 소멸되었다. 20일 오후 5시 현재 주요지점의 누적강수량은 제주도에 무려 1100㎜를 쏟아 부었고, 거문도(여수) 336㎜, 보성 253.5㎜, 고흥 244.7㎜, 지리산(산청) 379.5㎜, 거제 269.5㎜, 진해(창원) 239.5㎜ 등이 쏟아졌는데, 태풍의 여파로 비는 더 내릴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손실을 안겨주는 태풍의 피해가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6호 태풍 나리(NARI)의 북상소식이 불안하기만 한데, 정부는 사후약방문인 재해지역 지정이나 예비비를 쏟아 붓는 대책을 버리고, 항구적인 수해예방 대책 수립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매년 여름철 적도 부근에서 강한 비바람을 안고 발생하는 태풍은 북태평양에서는 태풍(Typhoon)이라고 하지만,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경우에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Cyclone),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윌리윌리(Willy Willy)라고 하는 등 명칭이 각각 다르다. 참고로 태풍의 영문인 ‘Typhoon’은 그리스신화에서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와 거인 족의 타타루스(Tartarus) 사이에서 태어난 티폰(Typhon)에서 유래를 찾는데, 티푼은 제우스에게서 불을 뿜어내는 능력을 빼앗기고 폭풍우를 일으키는 능력만 가진 뱀 100마리의 머리와 강력한 손과 발을 가진 파괴적인 괴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호주에서 기상관측을 하는 예보관들이 대개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태풍이 동시에 같은 지역에 하나 이상의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서 이를 구분할 필요성이 생기자,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2차 대전 이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도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태풍이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온순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성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1997년 홍콩에서 열린 제30차 태풍위원회의에서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회원국의 고유한 이름으로 짓도록 변경하여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캄보디아, 홍콩,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마카오, 미크로네시아 등 14개 국가에서 10개씩 제출한 140개의 이름을 28개씩 5개로 나누어 알파벳 순 국가 순서에 따라 태풍이름으로 삼았다. 우리가 제출한 이름은 개미, 제비, 나리, 너구리, 장미, 고니, 수달, 메기, 노루, 나비 등 10개이고, 북한이 제출한 이름은 기러기, 소나무, 도라지, 버들, 갈매기, 봉선화, 매미, 민들레, 메아리, 날개 10개를 합하여 한글 태풍이름은 모두 20개나 되는 셈인데, 140개를 모두 사용하면 1번부터 다시 시작한다. 태풍은 연간 약 30여 개쯤 발생하므로 전체의 이름을 다 사용하려면 4∼5년이 걸려서 같은 이름이 4~5년 이후에 다시 사용되며, 이번 제5호 태풍 다나스는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경험’을 뜻한다.

    제5호 태풍 다나스의 뒤를 이어서 제6호 태풍 나리(NARI)의 북상소식이 들리고 있는데, 우리는 2010년 6월 천리안 위성을 발사하여 미국· 중국. 일본. EU· 인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 7번째 기상관측위성 보유국이 되었는데도 기상청의 예보능력은 걸음마 단계다. 물론 자연현상을 과학법칙처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당초 기상청은 다나스가 제주도 서쪽을 지나 남부지방을 훑고, 경북 내륙을 거쳐 동해상으로 빠져나가 소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전남 진도 부근에서 소멸되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와 일본 기상청에서는 진도-군산 부근을 거쳐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한 것과 경료가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크게 반성할 일이다. 더욱이 일반 통신위성은 수명이 12~15년이지만, 기상위성은 관측을 위한 구동장치가 많아서 보통 5~7년으로 짧아서 천리안은 2017년 6월로 설계 수명이 다했다고 하는데, 감사원은 지난 7년 동안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였고, 비 예보가 없었는데도 비가 내린 경우도 1,808회나 되는 등 최근 5년(2012~ 2016년)간 수치예보 정확도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균 46%였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또, 관측자료 활용기술을 개발하지 못해서 천리안 위성 발사 후 설계수명 7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이용하지 못했으며, 천리안 위성 2호 발사비용은 둘째 치고 최근 5년간 슈퍼컴퓨터 도입(569억 원)과 수치예보 모델개선에 투입된 예산만 1,192억 원이나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2019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일 무역 갈등이다. 우리로서는 일본이 수출규제 풀기를 바라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에서 촉발된 것이어서 근본적인 타결점 없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대부분의 원자재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 다른 분야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어 수출은 물론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무총리, 외교부장관 등 국가 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지위에 있는 인물들은 하나처럼 전면에 나서서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국민의 열화 같은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취소 같은 조치에 편승하는 것 같다. 취임이후 2년여 동안 밤낮없이 외국을 방문하면서 정상회담을 벌인 대통령에게 선뜻 지원을 나서는 우군 하나 없고, 우방인 미국조차 중재를 거절하고 직접 해결하라고 하는 등 고립무원 상태나 다름없다.

    다행히 랄까 러시아가 원자재 수출 의사를 내비치고, 또 중국에서 일본이 수출규제한 원자재를 수입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있지만, 이것은 말그대로 언발에 오줌누기와 같은 임시방편에 불과하여 항구적 대책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이들 국가 제품의 품질도 불분명하지만, 그 국가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도 미덥지 않다. 가령, 사드 문제로 중국에 진출한 롯데며, 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국내기업들을 빈손으로 철수하게 만들고, 중국인의 한국여행까지 막고 있는 행태를 생각하면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세계에는 100년 전쟁을 치른 뒤 지금까지도 앙숙인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하여 인접국가와 갈등을 겪는 국가들이 있다. 반면에 2차 대전 때 게르만 민족우월주의로 유태인을 대량 학살했던 독일처럼 진정으로 과거를 반성하는 국가도 있는데도, 식민통치를 한 일본의 외무상이란 작자는 한국이 대일청구권자금으로 발전했다며 비아냥대고 있다. 일국의 외교 수장으로서의 품격도 문제이지만, 우리가 그렇게 깔보이는 대상이 되었다는데서 자괴감이 든다. 멀리 삼국시대까지 갈 것도 없이 개항 직전까지 조선통신사를 통해서 선진문물을 받으면서 발전한 자국의 역사는 알지 못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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