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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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외교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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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정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201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정부는 수출규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민간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데 대한 보복조치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다. 하지만, 현재도 서울중앙지법에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제기한 두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고, 대법원에도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제기한 소송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낸 소송에서 패한 신일철 주금(옛 신일본제철)이 상고한 두 건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대법원에 계류 중인 두 건은 1,2심 재판에서 이미 원고가 승소한데다가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전원합의체에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책임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터라서 결론이 뒤집힐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일본과의 갈등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더 확대될 것 같다.

    우리는 그동안 반도체 수출부진과 재고증가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이기에 당분간은 재고 소진 기회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요원자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반도체 생산, 나아가 수출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대법원 판결 후 일본의 즉각적인 강경한 반발로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보복조치가 있을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는데도, 그동안 사실상 수수방관하다가 수출 규제조치가 현실화 되자 뒤늦게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에 우리국민은 국제 경기가 벌어지면 한마음이 되어 응원하는 애국심을 보이듯이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항의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생활 곳곳에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일본제품을 버리고, 또 5천만 국민 중 780만 명이 일본을 찾는 동안(2018년) 1억2700만의 일본인은 270만 명이 한국을 찾는 불균형적인 현실을 일도양단하듯이 단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냄비처럼 들끓다가 흐지부지 사라져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그런데, 정작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선문답 같은 대응책만 지시하고, 평소 ‘일본통’이라고 하던 총리도 뜬금없이 방글라데시 등 4개국을 순방하러 나가고, 외교 주무장관도 이미 계획된 일정이라며 아프리카 순방을 떠났다. 국가 간에 일시적인 갈등이 생겼다 해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처럼 수출지상주의 우리에게 수출을 좌우할 심각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는 계획된 출장을 취소하고, 또 출장 중이더라도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해서 갈등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할 관리들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일한 것 같아서 실망스럽다. 아니면 적벽대전을 앞둔 제갈량처럼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속수무책이어서 국민여론만 믿고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물론, 정부는 청와대 참모를 미국에 보내서 한미일 3국간 중재를 요청했으나, 미국 관리들은 일본 측의 소극적 자세로 불가능하다고 했다지만, 사실은 두 나라가 직접 해결하라며 발을 뺐다고 한다. 강력한 우방의 지원조차 받지 못한 정부는 결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통해서 “UN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를 통해서 한일 양국의 수출통제 위반 여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하면서, 조사 결과 우리정부의 잘못이 발견된다면 사과하고 즉각 시정조치를 즉각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일협정으로 배상문제는 이미 끝났다고 인식하고 있는 일본정부와 아직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유효하다고 하는 우리 대법원의 인식과는 갭이 너무 크다.

    우리정부는 제3자의 공정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일본의 잘못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일본정부는 지난달 19일 일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한바 있다. 일본정부는 중재위 설치는 한일청구권 협정상의 의무라고 주장하면서 18일까지 한국 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왜 일본 측의 ‘중재’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제3자의 간여만을 바라는지 알 수 없다. 혹시라도 정부가 지금의 외교 갈등을 국민 단합의 계기로 삼고 나아가 그것이 정부 지지도로 연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너무 순진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당장 법조계 일각에서도 “대법원의 청구권협정 배상판결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법리구성이 가능하지만, 국가이익을 고려하여 판결을 내려야 했다”면서 “역대 정부가 징용배상문제를 특별법으로 국내에서 해결했음에도 현 정부와 대법원은 일본의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서 국익을 소홀이 했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돌아보면, 1965년 6월 한일국교수립 당시 국민의 결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일기본조약’체결과 함께 ‘재산과 청구권 문제와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으로 3억 달러 무상 지원, 경제협력 차관 2억 달러를 연리 3.5%, 7년 거치 20년 상환조건으로 제공, 민간상업차관 1억 달러 제공에 합의했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푼돈 수준이고, 그 명칭조차 우리는 배상청구권이라 하고, 일본은 ‘독립지원금’이라는 애매한 명칭으로 결정된 것도 탐탁하지 않지만, 국민소득 80달러에 그쳤던 당시 우리 소득 수준과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할 자금을 어디서도 빌릴 수 없었던 현실을 감안하면 당시 군사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또, 당시에도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대일민간청구권 자금액이 너무 적다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는 1974년 12월 ‘대일민간청구권보상법’을 제정하여 보상한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 일본정부가 아닌 일본의 민간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 대해서 정권이 바뀌자 외교 분쟁이 생기기 전에 얼마든지 정무적 판단에서 조정이나 수습할 수 있었음에도 방관한 것은 정부의 무책임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집권 후 2년여 동안 뻔질나게 외국을 돌아다녔지만, 외교 분쟁을 맞은 우리를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국가 하나 확보하지 못하고 또, 우방이라고 하는 미국, 중국에서조차 소극적인 자세인 상황이다. 그렇다고 직접 협상에 나설 의도도 없이 국민여론과 국제적 여론지지만 기다리는 딱한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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