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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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정치와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 – 오신환 의원 ‘사보임’ 시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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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은 국민전체의 대표자이자 봉사자이며,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헌법 제46조 제2항). 국회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의 의사에도 구속되지 아니한다(‘무기속 위임의 원칙’). 국회의원은 헌법과 국회법에 근거하여 의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지니며, 이에 대한 침해는 권한쟁의의 대상이 된다. 

    정당은 오늘날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지니지만(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정당은 어디까지나 사적(私的) 결사에 불과하 헌법적 지위를 지니지 못한다. 원래 현대헌법에서 정당과 같은 당파적 조직은 적대시되다가{미국 연방헌법제정 시 연방주의자(the Federalists)들에게 faction(분파)은 당파적 이익으로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어 경계되었다), 점차 헌법에 수용된 것이고, 오늘날 대중민주주의에서 그 기능이 중요하지만 정당이 국회의원을 거수기로 취급하거나, 헌법체계를 왜곡시킬 정도로 과잉보호 될 수 없다. 

    정당의 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선거제도의 민주화와 국민주권을 실질적으로 현실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헌재 1992. 3. 13. 92헌마37등), 정당 자체가 고상해서가 아니다. 헌법이 정당을 수용하고 지원하면서, 한편으로 정당내부의 민주주의를 강하게 요구하는 ‘당근과 채찍’을 채택한 것(헌법 제8조)은, 오히려 정당이 공천과 내부의사결정 과정에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강제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이명웅, ‘헌법 제8조(정당조항)의 양면성’, 헌법논총 제13집, 헌법재판소, 2002). 오늘날 국회가 본회의 중심이 아니라 위원회를 통해 운영되는 경향이지만, 정당정치와 국회의원의 자율적 권한이 대립될 경우, 정당의 단체적 의사의 보호를 앞세워 독자적 국가기관(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의사활동이 일방적으로 희생될 수는 없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는 정당과 국회의장이 소속 의원(김홍신)을 강제로 위원회 소속 변경을 시킨 사안에서(위 2002헌라1 결정)에서 이 점을 고민하였는데, 다음 두 가지 이유로 김홍신의원에게 불리하게 결정하였다.

    ①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특정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정당기속 내지는 교섭단체의 결정(소위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경우, 국회의원 신분을 상실하게 할 수는 없으나 “정당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당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소속 국회의원을 당해 교섭단체의 필요에 따라 다른 상임위원회로 전임(사·보임)하는 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내부의 사실상 강제”의 범위내에 해당한다.

    ② 오늘날 교섭단체가 정당국가에서 의원의 정당기속을 강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정당소속 의원들의 원내 행동통일을 기함으로써 정당의 정책을 의안심의에서 최대한으로 반영하기 위한 기능도 갖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장이 국회의 의사(議事)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하여 상임위원회의 구성원인 위원의 선임 및 개선에 있어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고 그의 “요청”에 응하는 것은 국회운영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라고 아니할 수 없다. 피청구인은 국회법 제48조 제1항에 규정된 바에 따라 청구인이 소속된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을 서면으로 받고 이 사건 사·보임행위를 한 것으로서 그 절차·과정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문제되는 오신환의원의 경우(자세한 경위와 내용은 2018. 4. 25.자 주요 신문기사 참조), 위 헌재 결정을 이유로 상임위를 강제로 변경하는(특정 상임위원회 위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교섭단체와 국회의장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첫째, 위 결정에는 법리적, 논리적 문제점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경우, “정당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보고, 사보임도 가능하다고 유추한다. 그러나 정당이 소속의원을 내부적 제재나 제명하는 것은 사적 결사인 정당의 내부 문제이지만, 국회의원이 상임위원회 위원직을 박탈당하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상의 중요한 문제이고,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과 자유 의정활동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으로서, 차원을 전혀 달리한다. 따라서 그러한 유추 논거는 설득력이 약하다. 

    둘째, 당시 위 결정 당시의 국회법 제48조와 지금의 제48조는 전혀 다르다. 

    <국회법 제48조 제1항, 제6항의 변천>

    2003. 2. 3. 개정되기 전의 국회법 2003. 2. 3. 개정된 국회법
     제48조 (위원의 선임 및 개선) ①상임위원은 교섭단체소속의원수의 비율에 의하여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 및 개선한다. 이 경우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은 국회의원총선거후 최초의 임시회의 집회일부터 2일이내에 그리고 국회의원총선거후 처음 선임된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그 임기만료일전 3일이내에 의장에게 위원의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며, 이 기한내에 요청이 없는 때에는 의장이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제48조(위원의 선임 및 개선) ①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 이 경우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임시회의 집회일부터 2일 이내에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고, 처음 선임된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그 임기만료일 3일 전까지 의장에게 상임위원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며, 이 기한까지 요청이 없을 때에는 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선할 수 있다.

     

    ⑥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 따라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될 수 없고, 정기회의 경우에는 선임 또는 개선 후 30일 이내에는 개선될 수 없다.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003. 2. 3. 신설>

     

      위 결정 당시는 ‘교섭단체대표의 요청과 국회의장의 선임’만 있으면 사보임이 가능하였고, 따로 그 요건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었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는 김홍신의원의 사보임에 대하여 ‘그 절차·과정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2003년도에 국회 스스로가 임시회의 경우 사보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입법을 하였다. 이는 원칙적으로 임시회 동안 사보임을 금지하면서,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얻은 경우’ 허용한다. 

    오신환의원의 경우 사보임을 허용한다면, 국회의장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명백하다고 본다. 다음 이유를 들 수 있다.

    ① 국회법 제46조 제6항은 위원에게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를 규정한다. 여기서 ‘질병 등’에서 ‘등’의 의미가 ‘질병’과 같은 위원에게 매우 이례적인 특수한 사정을 의미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입법자들이 잘 알 것이다. 그러한 ‘등’에 정치적 이유로, 혹은 정당의 다수의사를 관철하기 위하여 소속 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보임을 강행할 수 있는 사유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법해석에서 상식과 사회통념을 지나치게 벗어나는 자의적인 해석이 될 것이다. 만일 국회의장이 오신환의원의 사보임을 위 조항에도 불구하고 허용한다면, 이는 누구보다도 법률과 법해석의 전문가인 국회의 수장이 상식과 사회통념에 반하는 무리한 법해석을 정치적 동기만으로 강행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② 동 조항은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라고 되어 있고, 이는 교섭단체대표의 요청과 별도로 ‘허가를 받은 경우’라고 되어 있으므로, 통상의 해석상 의장의 허가를 신청하는 자는 개별 위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동 조항이 ‘제1항의 개선절차’, 즉 교섭단체대표의 요청절차를 전제한 것에서 다시 교섭단체대표가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되어 중복적인 절차가 된다. 

    ③ 입법연혁상 동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 이후 2003년도에 특히 임시회에서 사보임을 제한하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마련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위 헌법재판소판례를 변경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권한쟁의심판의 재판규범은 헌법뿐만 아니라 법률도 포함되므로, 헌재 결정 이후에 국회가 국회법을 개정하여 사보임의 요건을 강화하였다면, 종전 헌재 결정의 논지가 더 이상 타당할 수 없다.

     오인환의원 사안의 경우, 공수처법안 등의 적정성과는 무관하게, 헌법과 국회법의 중요한 절차적, 실체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으므로, 만일 사보임이 강행된다면 이는 한국의 대의민주주의를 위하여 매우 불행한 선례가 될 것이므로,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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