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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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위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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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는 4월 11일 형법 제269조 1항(동의낙태죄)과 제270조 1항(자기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은 위헌이지만 즉시 무효로 할 경우에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해당 조항을 개정하도록 하는 것인데, 헌재는 1953년 제정된 형법의 두 조항을 9명의 재판관 중 4(헌법불합치) 대 3(단순위헌) 대 2(합헌)로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다. 돌아보면 1960년대 정부가 가족계획사업이라는 명분아래 적극적이고 공공연한 인공중절을 허용하면서 낙태죄가 사문화되었다. 1973년 ‘모자보건법’을 제정하여 부모가 유전적 질병을 앓고 있거나 강간․ 준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등에는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우리의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은 불법적인 양수검사 결과 여아인 경우 인공중절이 자행되면서 성비불균형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출생아들이 혼기를 맞은 1990년대부터는 신붓감 부족 현상으로 동남아여성 등 이른바 다문화가족을 초래하게 된 중대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지난해에는 보건복지부가 이를 위반하여 낙태수술을 한 의사의 면허를 정지시키겠다는 방침에 반발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7개월째 일체의 낙태수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헌재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핵심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ㆍ출산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양립하는 가치의 충돌이었다. 2012년 8월 낙태죄가 처음 헌재의 심판에 올랐을 때에는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한 합헌 의견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한 위헌 의견이 4대 4로 합헌 결정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임신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낙태죄를 합헌으로 남겨두자는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의 소수의견도 있다. 소수의견은 “우리헌법상 낙태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으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OECD국가들은 대체로 임산부의 요청에 따른 낙태를 허용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의 동향도 보수적인 가톨릭국가 아일랜드가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서 낙태 합법화를 취했다. OECD 중 한국과 이스라엘 등 5개국만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낙태죄에 대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9월 전국의 만15세~44세의 가임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낙태죄 처벌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응답자의 75.4%로 나타났다. 또, 인공중절률은 4.8%로서 2017년 한 해 동안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4만9천764건으로 추정됐는데, 인공임신중절한 여성의 평균연령은 29.4세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25∼29세 227명(30%), 20∼24세 210명(27.8%), 30∼34세 172명(22.8%), 35∼39세 110명(14.6%), 40∼44세 23명(3.1%), 19세 이하 13명(1.7%) 순으로 24세 이하가 절반이 넘는 57.8%에 이르고, 낙태원인은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33.4%로 가장 많고, ‘고용 불안정, 소득 등 경제사정’ 32.9%, ‘자녀를 원치 않거나 터울 조절 등’ 31.2%, ‘파트너(연인,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와의 이별, 이혼, 별거 등’ 17.8%, ‘파트너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11.7%, 태아의 건강문제’ 11.3% 등의 순이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으로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이 불가피해졌는데, 핵심은 ‘임신 초기’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이다. 물론 낙태 허용기한과 그 범위는 국회의 입법을 통해서 결정되겠지만, 헌재는 WHO가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를 임신 22주라고 언급했으나 모자보건법은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어서 논란이 있을 것 같다. 유럽 최초로 낙태를 합법화한 영국은 의학적으로 임신 24주 이내의 태아는 허파를 구성하는 폐표가 될 종말낭이 형성되지 않아서 자궁에서 배출되면 독자적으로 호흡할 수 없다고 하여 24주 이내, 미국도 20~24주로 정했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12주 이내로 규정하는 등 국가별로 다르다.

    또, 법률 개정이 될 때까지 검찰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기소유예하거나 기소를 보류할 것이고, 이미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무죄판결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낙태죄로 처벌받은 이들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나,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지난해 3월 천주교신자 100만 명의 낙태죄 폐지반대 서명서를 헌재에 전달하는 등 낙태죄 폐지를 반대해온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11일 “태아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바, 헌재의 결정은 태아의 기본생명권을 부정하는 결정”이라며, 김희중 대주교 명의의 입장문에서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제 정부는 낙태수술에 수백만 원을 지불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낙태수술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또 그동안 낙태 자체가 불법이어서 의사가 공식 처방전을 쓸 수 없었던 점, 낙태약 생산 및 판매 허용 등에 대해서 신속하게 법률이나 지침을 제․개정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낙태를 허용하더라도 태아의 생명권을 포기하는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한 ‘임신초기’를 위반한 임산부의 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에 대하여는 엄격한 처벌을 규정해야 할 것이며, 더불어 임산부에게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기회’를 주고, 의사도 양심에 따라 낙태수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래저래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 같아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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