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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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유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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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3월은 주총 시즌이다. 정기주총은 상법상 회계연도 마감 3월 이내에 결산과 임기만료 되는 CEO들의 연임 여부가 중요한 의제가 되는데, 3월 15일부터 유한양행, 한미약품, LG전자 등을 시작으로 삼성전자(20일), 현대자동차(22일) 등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주총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주총일자는 대체로 3월 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벌일 불상사(?)를 막기 위한 노력도 숨어있다.

    먼저, 주총에서 경영권과 직결된 CEO 연임문제와 관련한 한진그룹이 가장 관심사항이다. 한진그룹은 이른바 땅콩회항사건에 이어 물 컵 투척 등 사주 일가의 비리문제로 여론의 타깃이 되면서 토종 사모펀드인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CGI)이 지난 연말부터 계열사의 주식매입에 나서 12.01%를 확보하고, 27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28%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와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어느 편이 우호지분을 더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갈리겠지만, 11.5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현 CEO의 사내이사 연임 안에 대해서는 반대할 가능성이 많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삼성전자 주총에서 지분 8.95%를 쥐고 이사회장 이 모 씨의 선임안에 반대한 바 있다.  한편, 주주들은 이익배당에 관심이 높은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대 재벌의 사내유보금만 2019년 국가예산 469조6천억의 131%에 이르는 617조 원이나 된다고 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269조5924억 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자동차 135조2807억 원, SK 98조7578억 원, LG 55조9788억 원, 롯데 57조4109억 원 등의 순서이다. 특히 삼성과 현대자동차, SK는 3년 연속 1,2,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배당금 총액은 모두 31조8103억 원으로서 2014년의 두 배였다고 한다.

    한 언론사는 최근 5년간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기업은 상장사 40개사, 코스닥 상장사 41개사 등 모두 81곳이며, 그중 삼성전자, 오뚜기, 대신증권, SK, 하나금융지주, 삼성화재, JW중외제약, 이노션 등은 매년 현금 배당액을 늘려서 주주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일시적인 고배당보다 매년 꾸준히 배당액을 증가하는 기업들을 더 선호하며, 이런 기업의 주가가 장기적으로도 상승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수익이 창출되는 한 자기자본은 물론 차입을 해서라도 생산을 확장하려고 하는 것이 생리이지만, 현재 불안정한 국내 경제여건상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사내유보금만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물론,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차입과 사채가 사라지고 자기자본비율이 커져서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징표가 되겠지만, 꾸준한 생산 활동으로 이윤추구와 고용을 늘여야 할 기업들이 현금을 금고에 넣고 있다는 것은 기업이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기업들의 생리상 사내유보금을 현금 형태로 보관하지 않고 대부분 금융이나 부동산에 ‘투기(投機)’하고 있어서 그로 인한 ‘유동성의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질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업들은 증권시장에서 주식, 채권, 단기 콜자금, 양도성예금증서 등의 투자는 외형상 주식시장의 호황을 가져오지만, 2008년 세계를 휩쓴 투자자문회사 리먼 브러더스사의 부도처럼 어느 한 단계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는 곧 그 기업은 물론 한 국가를 순식간에 큰 혼란에 빠지게 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또,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타 기업을 지배하거나 장기 시세차익 및 배당을 위해 보유하는 자산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재벌기업의 투자자산(Investment Asset)은 대부분 거미줄처럼 얽힌 소유구조를 지탱할 순환출자비용으로 이용되어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10대 재벌의 총수 소유지분은 평균 0.87%이고, 총수일가 소유지분을 다 합쳐도 평균 3.2%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까지 5년간 삼성전자·현대차·SK·LG 등 한국 100대 기업의 ‘영업 현금흐름 대비 유형 자산 투자액’의 5년 평균값은 59.18%로서 일본·미국·중국 등 4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한다.

    한편, 2015년 7월 국토교통부 발표에 의하면 30대그룹이 유형 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지난 10년간 여의도 면적의 34배에 이른다고 하는데, 그 대부분이 비업무용 자산, 즉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용 부지다. 이처럼 기업이 ‘사내유보금’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경제침체로 과다 보유하는 사내유보금도 유동성의 함정을 초래하거나 부동산투기 등 엉뚱한 방향에서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주총을 지켜보는 서민들로서는  2017년 실질임금상승률은 고작 0.8%에 그친데 반하여 천문학적 규모로 늘어난 사내유보금을 놓고  ‘가진 자’들인 돈 잔치인 주총에서 벌어질 이해관계인들의 욕망이 더 걱정이다. 특히 미국의 헤지펀드인 론스타사가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5조원 이상의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면서 먹튀 논란을 불러오고 국가소송으로 연결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미국의 해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3%를 보유하면서 8조3,000억 원의 고배당을 요구한 것도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을 보고 더 많은 배당을 얻거나 경영권을 위협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엘리엇의 우호적인 외국인 지분이 40%에 달해서 29%대를 보유한 총수 일가의 불안한 심정 못지않게 초조한 서민들에게 정부는 하루빨리 기업들이 비생산적인 금융투자나 부동산투기가 아닌 본래의 자세로 돌아와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명확한 경제정책을 발표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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