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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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이 죽어야 보수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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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에는 정치적 견해가 일치하는 사람들로 조직된 정당(party)은 법 세계에서 외면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그 정치적 역할을 중시하여 헌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정당은 서로 견제하고 비판해야 나라가 발전하기 때문에 어느 일당이 이상 비대한다면 올바른 견제를 할 수 없게 되어서 결국 독재로 가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5.16 쿠테다를 일으켰던 군부가 민정참여하면서 민주공화당이 출현한 이래 반세기 동안 당명을 바꾸거나 합당 등 변신과정을 거치면서 여당의 지위를 누려오던 자유한국당(이하 ‘자한당’이라고 함)의 원내대표 경선이 12월 11일 치러진다. 정당법상 전 당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당대표 혹은 총재는 내년 2월 말 전당대회에서 뽑지만, 임기 1년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선출한다.

    정당의 기본이념을 종교나 민족에 두는 국가도 있지만, 대체로 정강정책에 나타난 것은 크게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은 1789년 프랑스에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는 민주주의 사상에 근거하여 절대왕정에 반발한 시민계급이 종래 귀족계급이 누리던 정치ㆍ사회체제의 이념적 특징을 보수주의라고 규정한데서 유래하며, 보수주의는 대체로 변화를 부정하고 현 제도에 만족하며 그것을 유지하려 하고, 상대적으로 급진적인 시민계급의 정치사상을 진보주의는 사회구조 변화에 대하여 그것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개념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어서 가령,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모순에 반발하여 사회주의가 형성되면서 현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또 하나의 보수주의가 되어버렸다.

    돌아보면 2012년 대선에서 자한당의 박근혜 후보가 51.6%의 득표로 당선되고, 2016년 5월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라고 함)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11명의 의석분포를 이뤘다. 정치평론가들은 이것을 어느 당도 독재할 수 없는 황금분할이라고 했지만, 비선실세에 의한 권력농단으로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때 대통령의 지지율은 5%로 추락했고, 재적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 불참 1명으로 가결된 것은 대통령이 속했던 당이 친박과 비박이라는 계파싸움에서 비박이 야당과 공조한 결과였다. 그 후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탄핵소추를 인용 결정하여 대통령은 파면되었는데, 자당출신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의 행동은 대승적 결단이라 하여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실상은 당내분의 외부표출에 불과한 작태였다. 대통령 탄핵 후 2017년 5월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비박계는 적폐청산을 이유로 집단 탈당하여 새 정당을 만든 것 까지는 좋았지만, 창당 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스스로 창당했던 당을 탈당해서 복당하는 철면피 같은 행동을 보여주었다. 그 명분이야 보수 결집을 위한 대동단결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궤변에 지나지 않았다. 더 가소로운 것은 탈당 후 복당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일부는 탈당했던 당으로 복귀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자한당은 반세기 이상 권력의 그늘만 쫓아다닌 여당을 해온 향수에 젖어서 친박과 비박 그리고 비박도 복당파와 잔류파로 갈라져 사사건건 대립했는데, 진정한 보수이념을 정립하지 못한 채 치른 대통령선거에서의 패배는 볼을 보듯 뻔했다. 반면에 41.1%의 지지로 당선된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참모들과 청와대 경내를 담소하며 걷거나 국무회의 날이 아니면 구중궁궐에 칩거하던 직전 대통령과 달리 집무실에 앉아있기만 해도 인기가 올라서 지지율은 80%를 웃돌았으니, 직전 대통령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대통령직을 수행해왔는지 알 수 있는 폐단을 그들만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의석분포도 자연히 이합집산 되면서 여당이 된 민주당 129, 자한당 112, 국민의당을 개명한 바른미래당 30, 바른미래당과 여당에서 떨어져 나온 평화민주당 14, 정의당 5, 민중당과 대한애국당이 각각 1, 무소속 6명으로 변했는데, 그 성향은 대체로 여당과 여당에서 분당된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 등은 진보주의이고, 자한당, 대한애국당은 보수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1년여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자한당은 여전히 서로 책임공방과 코미디 같은 험구(險口)로 뜻있는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더니, 결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민주당 14, 자한당 2, 무소속 1명, 226명의 기초단체장 중 민주당 151, 자한당 53, 평화민주당 5, 무소속 17명으로 참패당하자 집행부가 퇴진하고 비상체제를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스스로 자정(自淨)하지 못한 채 외부인사에게 당의 개혁을 맡긴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비상체제 이후 반년이 되도록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비대위원장과 조직강화 특위원 간의 볼썽사나운 갈등은 당의 위상만 더 추락시켰는데, 조직강화 특위위원에서 해촉된 모 변호사는 친박계와 제3야당 소속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의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여기에 냄비처럼 쉽게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리는 일부 국민과 친박계는 시대착오적인 직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지지를 외치면서 아직 재판중인데도 사면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무엇보다도 당이 확고한 보수이념이 아니라 감성과 인물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후진국적 병폐를 보여주는 것이고, 탄핵 후 어부지리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파만의 권리를 향유하듯 국정을 이끌어 가는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상태에서 비박계인 복당파 원내대표를 교체하고, 또 비대위에서 전국 235명의 지구당위원장을 뽑아 전당대회를 치른들 당원이나 국민에게 어떤 희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지구당위원당 임명과정에서 탈락된 이들은 철새처럼 탈당사태가 이루어질 것이고, 당 밖의 상황도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여당에서 한 배를 탔다가 분당한 바른미래당과 평화민주당은 그 전부는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합당이나 통합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한당은 밥그릇 쟁탈전이 아니라 보다 분명한 보수이념으로 현 상황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만 좌파는 인정하지 않는 듯한 대북인식을 정리하고, 포풀리즘과 평등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 소득·지역·교육의 불균형을 완화하며, 우리사회를 다시 하나로 묶고 발전시킬 이념적 지표를 제시하고 보수의 중심이 된다는 각오아래 범보수 이외에 중도까지 아우르는 ‘빅 텐트’를 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보수이념이 아니라 단지 ‘반문연대’를 추진하는 것은 스스로의 퇴출을 앞당기는 것이 될 것이다. 2018.12.07.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별 지지율은 민주당 40%, 자한당 17%, 정의당 10%, 바른미래당 6%, 평화민주당 1%, 무응답 26%의 비율로서 자한당은 18대 대통령선거 때 지지율 40%의 반 토막에도 미달하지만, 지난 7월 이래 꾸준한 오름세는 2016년 11월 새누리당 시절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지지율조차 당의 업적이아니라 독주하던 여당이 최저임금․소득주도 성장, 재벌해체 등 포풀리즘적 경제정책의 실패로 대통령지지율이 40%대로 폭락하고, 정권출범의 일등공신이던 민주노총조차 반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반사효과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제에 대한 완화의 지지를 얻으려고 동분서주하는 대통령은 ASEM총회, ASEAN 총회, G20정상회의 등에서 모두 거부되고, ‘김정은의 대변인’이라는 비난뿐만 아니라 자칫 한미동맹까지 파기될 위험상황을 맞고 있어서 보수의 중심이 될 기회는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적대세력이 아니라 나라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의 두 축 같아서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도 우리의 현실은 여당인 민주당과 불균형이 너무 심해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세력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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