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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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와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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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국가에서는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로 조직된 정당(party)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만, 우리의 정당사는 이러한 이념적 정당이라기보다 대부분 특정인의 인기에 편승한 명망가정당(名望家政黨)이어서 그의 부침에 따라 사라지는 포말정당(泡沫政黨)이었다. 기껏해야 몇몇 우두머리에 의하여 조직된, 이념보다는 정상배에 가까운 과두제의 간부정당(幹部政黨)들이 비선실세에 의한 권력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정권이 들어선 현재까지도 이합집산이 난무하고 있다.

    2016년 4.13. 총선 결과 20대 국회의 의석 분포는 300석 정원에 새누리당 122, 더불어민주당 123,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11명으로, 정치평론가들은 어느 일당도 독재할 수 없는 황금분할이라고 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후 실시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은 적폐청산을 이유로 집단 탈당하여 새 정당을 만들더니,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창당했던 당을 탈당해서 복당하는 철면피 같은 행동을 보여주었다. 명분이야 보수 결집을 위한 대동단결이라고 했지만, 국민들에게 확고한 보수이념을 제시하지 못한 정상배들이 이런 구태의연한 모습도 실망이고, 더 가소로운 것은 탈당 후 복당을 신청했으나 거부된 일부는 다시금 창당했다가 탈당했던 당으로 원대 복귀하기도 했다. 그런 저질의 정당이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였고, 41.1%의 지지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지지율은 날로 치솟으면서 의석분포도 더불어민주당 129, 구여당이 개명한 자유한국당 112, 국민의당을 개명한 바른미래당 30, 바른미래당과 신여당에서 떨어져 나온 평화민주당 14, 정의당 5, 민중당과 대한애국당이 각각 1, 무소속 6명으로 변했다. 이들 정당은 대체로 여당과 여당에서 분당된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 등은 진보주의이고, 자유한국당, 대한애국당은 보수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구여당은 책임공방과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더니 6.13.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여당 14, 구여당 2, 무소속 1명, 226명의 기초단체장 중 여당 151, 구여당 53, 평화민주당 5, 무소속 17명으로 참패당했다.

    정치사상인 진보주의(進步主義와 보수주의(保守主義)는 1789년 프랑스혁명 때 성립된 개념이다. 즉, 절대왕정에 반발한 J. J. 루소 등의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 자유주의· 민주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자유․민주의 기치를 내건 시민계급이 봉건 귀족계급이 누리던 정치ㆍ사회체제ㆍ문화ㆍ제도에 반대하며 급진적인 개혁에 나서면서 봉건귀족들의 이념적 특징을 보수주의라고 규정한 것이다. 대체로 보수주의는 변화를 부정하고 현 제도에 만족하며 그것을 유지하려고 하고, 진보주의는 사회구조 변화에 대하여 그것을 긍정하여 현 제도의 개조를 생각하는 것으로서 두 개념은 상대적이다. 즉,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모순에 반발하여 사회주의가 형성되면서 현대사회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또 하나의 보수주의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이 형사법정에서 떳떳하게 자신의 결백이나 무능이 아님을 주장하는 것이 자신의 지지자와 반대파에게 명확한 신념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재판을 이유로 출정을 거부하는 소극적인 행동으로서 그의 신념도 소신도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 냄비처럼 쉽게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리는 백성들은 탄핵 후 1년여가 지나면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지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데, 물론 이것은 직전 대통령을 향한 보수파의 노력이자 탄핵 후 어부지리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파만의 잔치를 벌이듯 국정을 이끌어가는 불만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소득주도 성장, 재벌해체 등 친서민 경제정책의 실패는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던 민주노총에서조차 반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고, 저자세 친북정책은 남남갈등을 야기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제의 완화에 대한 지지를 얻으려고 동분서주하는 대통령은 ASEM총회와 ASEAN 총회 의장성명으로 발표된 바와 같이 모두 거부되고, ‘김정은의 대변인’이라는 국내외 비난뿐만 아니라 자칫 한미동맹까지 파기될 위험상황을 맞고 있다.

    2018.11.16. 현재 정당별 지지율은 여당 42%, 구여당 17%, 정의당 9%, 바른미래당 6%, 평화민주당 1%, 기타 1%, 무당파 25%의 비율로서 총선 당시 40%의 지지를 받던 구여당의 지지율 반 토막에도 미달하지만, 구여당으로서 천만다행인 것은 7월 10%, 8월 11%, 9월 12%, 10월 13%, 11월 14% 등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2016년 11월 새누리당 시절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그러나 여당도 한 배를 탔다가 분당한 민주당,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과 그 전부는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합당이나 통합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구여당은 마냥 지체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본래 비대위 출현이 당면한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환골탈태를 위한 것이지만, 비대위 체제 출범 후 3개월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비대위원장이 조직강화 특위원 모 변호사를 해촉하면서 촉발한 내부 불만은 비대위가 당을 혁신하기는커녕 오히려 당 위상을 실추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비대위 해체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친박계의 반발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혹자는 25%에 이른 무당파 국민여론을 흡수하여 ‘반(反)문연대’라는 큰 우산을 펼 것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이 아닌 특정인의 호불호를 따라 헤쳐모이는 또 하나의 포말정당을 예고할 뿐이다.

    생각건대, 비대위원장을 외부에서 초빙한 것은 당의 자정능력이 없다는 고백에 불과이지만, 비대위원장 김 모 교수는 그의 정치적 신념과 관계없이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요직과 교육부장관까지 지낸 인물이긴 해도 매우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한다. 즉, 참여정부 당시 현 대통령과 함께 근무하여 그와의 관계가 의문시되는데, 이번 대선에서 그를 공개 지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면 그다지 가깝지 않은 것 같고, 또 구여당에서도 이것을 확인하고 중용한 것 같지만, 정치논리상 그가 노무현에게 속았거나 아니면 그가 노무현을 속였다는 것이어서 그가 참여정부에서 중용된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결국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는 비대위를 해체하고, 구여당의 전당원이 현 정권의 진보주의의 모순 내지 시기상조적 허구성을 주장하며 보수주의 재정립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 없이 오로지 비대위 해체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것은 당의 개혁이 아닌 밥그릇 싸움이고, 구속된 대통령의 무죄와 복구를 주장하는 수구주의의 또 다른 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녕 이 나라에 보수는 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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