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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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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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2월 17일 북한의 김정일이 죽자 스물여덟 살의 황태자 김정은이 즉위했다. 당시 우리는 물론 서방세계에서는 철부지가 정권을 장악하지도 못한 채 금세 무너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는 지난 8년 동안 조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70년 동안 이루지 못한 위대한 강성대국을 이룩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한 차례 핵실험과 15차례 탄도미사일 발사하는 등 한반도를 전쟁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아넣었는데, 유엔은 수차 대북결의안으로 북한을 규탄하다가 지난해 8월 유엔결의 제2371호로 북한산 석탄 등 광물의 수출금지를 규정했다. 그 뒤를 이어서 제2397호로 그러한 물건을 운송하는 선박이 입항한 경우에 이를 억류하고, 영해를 통과하면 검색·나포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그런 김정은이 2018년 신년사에서 불쑥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남북 접촉과 왕래, 교류 협력증진 등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그러자 우리정부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즉각 화답하여 평창올림픽에 남북단일팀을 구성은 물론 이후 금방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것 마냥 들떴다. 갑작스런 김정은의 태도 변화에 대하여 객관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혹자는 그동안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제에 몰린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했고, 혹자는 우리정부가 꾸준히 남북대화를 주장한 노력의 결실이라고도 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4월 27일 11년 만에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데 이어서 한 달 뒤인 5월 26일 다시 만났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독재국가 북한은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유엔을 비롯한 미국의 제재에 굴복한 패장의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핵무기 보유국 지도자로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제무대에 나타나 세계 최강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한 지위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문제는 남북정상회담은 둘째치고 북미정상회담이후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2개월 동안 북한은 보여준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정부는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 후 북미가 휴전회담을 폐기하고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을 선언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와 함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며 철도연결 등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실망한 미국은 이를 적극 제지하고 있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냄으로서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는 물론 은근히 노벨상까지 침을 흘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점점 초조해지자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세 차례나 평양에 보냈지만, 김정은을 만나지도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하는 등 진전이 없자 주변참모들과 관계 국가에 짜증을 내고 있다는 보도도 흘러나왔다. 물론, 우리정부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등이 있었고, 남북 군사당국 간 상시적 연락채널 복원과 군사당국자 대화를 통한 군사적 신뢰가 구축됐다고 자위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의 고전적인 지연술책에 휘말린 상황에서 우리정부의 불투명한 행동이 UN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다며 제동이 걸렸다. 7월 18일 UN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옮겨 실은 파나마 선적 ‘스카이엔젤호’와 ‘리치글로리호’가 지난해 10월 인천과 포항에 하역하고 그 대가로 쌀을 싣고 갔다고 공개했다. 두 선박이 한국으로 반입한 북한산 석탄은 총 9천 톤으로서 한국정부는 북한산 광물의 수입․반출을 금지하는 유엔 결의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정책에도 정면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에 연루된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은 2곳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9개월째 사실 확인중이라는 궁색한 변명만 하고 있는데, 미 국무부 대변인은 “유엔 제재를 위반하여 북한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하여 독자적인 행동 취할 것”이라 밝혔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전까지 어떤 제재 완화도 안 되며, 한국정부의 개성공단 재가동은 제재 위반일 뿐만 아니라 한국이 북한산 석탄을 수입·유통된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리정부를 비난했다. 특히 미 국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대북 제재 및 집행조치 주의보’ 가이드북은 종래에는 중국·러시아·프랑스·스페인어 판만 발간하다가 한국어판까지 낸 것은 곧 한국을 잠재적인 제재 위반국가로 본다는 것이다.

    마침내 8월 2일. 우리 외교부는 북한산 석탄을 싣고 온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은 기존에 알려진 2척 이외에 파나마와 벨리즈 선박 3척 등 모두 5척이 북한산 추정 석탄을 싣고 지난해 11월 동해항과 포항항에 입항했으며, 반입된 석탄은 모두 1만5천 톤 규모라고 발표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북한정권을 지원하는 주체에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국내 기업이 제재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과 함께 우리정부도 UN의 대북제제 결의 위반 및 미국의 제재를 받아야 할 상황이 되었다. 미국정부는 그동안 북한·이란 제재 위반 기업에 대하여 가차 없는 처벌을 해왔다. 지난 4월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ZTE가 2010년부터 6년간 이란·북한과 거래한 사실을 적발하고 ’7년간 미국기업과 거래금지’ 제재를 내렸다. 미국산 핵심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ZTE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중국정부가 중재에 나선 끝에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조치는 풀렸지만, ZTE는 미국정부에 10억 달러 벌금을 내고, 경영진을 교체하며 미국인 준법 팀을 운영하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또, 미국이 이란 제재를 재개한 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은 이란 내 가스전 사업에서 철수했다.

    우선, 북한산 석탄을 수입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남동발전의 모기업 한전은 1994년에 뉴욕 증시에 상장하여 현재 한전 발행주식총수의 5.56%가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만일 미국이 제재위반 조사를 개시할 경우 한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비용이 올라가고 주식시장에서 주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 이 경우에 한전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수도 있고, 또 신인도 하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우라늄·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제재 여부를 떠나서 과연 미국정부가 한국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지가 더 큰 부담으로 떠올랐는데, 사실 요즘 날마다 뉴스를 독차지 하고 있는 국군기무사의 계엄 문건작성도 우리정부가 북한과 뒷거래에 대한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 뉴스를 눈가림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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