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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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과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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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년여 동안 재판해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사건을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로부터 기소된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 18개 혐의 중 16개 혐의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검찰의 구형량 징역30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순 법률적으로 본다면 헌정사상 최초였던 대통령 파면의 정당성을 법적으로 추인한 것이고, 아직 국정원 특활비 수수와 20대 총선 공천개입 등 두 개의 재판이 남아있긴 해도 사실상 ‘국정농단 사건’의 연루자 51명에 대한 1심 선고가 모두 끝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이 공적 조직을 이용하지 않고 그의 아버지부터 인연을 맺었던 최순실과 비선실세에 의한 공모관계를 인정하고, 형량이 무거운 뇌물 혐의 중 상당수를 유죄로 인정했는데, 결론은 ‘공범’ 최씨를 중심으로 하여 거미줄처럼 다양하게 얽힌 사건의 정점에는 전 대통령이 존재했음을 밝혔다. 다만, 판결문에는 명시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지만, 그는 평소 집무실에 제대로 나오지 않고 총리, 비서실장, 장관, 수석들과 잘 만나지 않으면서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할 수 있게 한 것은 ‘수첩공주’라는 세간의 비아냥거림과 함께 그의 자질문제를 불러온 것이 국민에게 진 가장 큰 죄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재판과정에서 전 대통령은 줄 곳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최씨에게 속았다거나 비서실장 등이 행한 일이라고 주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법원의 2차 구속기간 갱신이 끝난 후 별건구속으로 구속 연장을 결정하자 재판 자체를 보이콧했다.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도 1심 구속 기간(6개월)이 끝난 뒤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통령을 역임했던 인물로서 법치주의의 기본조차 몰각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 확신의 결과였는지 몰라도 그러한 쟁점까지 법정에서 다투었어야 하지만 법정 출석거부라는 행태는 용인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전국에 생중계되고 외신이 긴급 타전할 정도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날 선고 법정의 피고인석에는 전 대통령은 없이 국선변호인 두 명만 자리를 지켰다. 물론 이번 재판을 놓고도 정당한 법의 심판이라고 보는 시각과 오류와 편견에 사로잡힌 판결이라는 비판도 있다. 당장 삼성 그룹 이재용 회장의 뇌물관련 재판에서 인정되었던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가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는 부인되기도 했는데, 이런 모순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판단될 것이다. 이것이 민주국가에서 삼심제도를 둔 실질적 가치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우리 헌정사상 대통령이 되었던 인물들 중 임기를 마치고 제대로 노후를 즐기는 이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제헌헌법은 대통령의 3선중임을 금지하였는데도 초대대통령은 3선 중임제한을 개헌하여 정권을 쥐었지만 3.15 부정선거로 자유당정권이 무너지자 망명길에 나서 이국에서 눈을 감았는가 하면, 대통령제의 반작용으로 태어난 내각제의 2공화국도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국 정치군인들의 쿠데다로 무너지고, 그렇게 정권을 잡은 군부는 민정복귀를 호언하다가 3선 중임제한으로 연임이 불가능하자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을 획책하다가 무너졌다.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 정치군인들이 정권을 유린하다가 6.29선언으로 몰락하는 등 초대 대통령부터 직전 대통령까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선서와 달리 정권유지와 사리사욕으로 망명하거나 피살되고, 직전 대통령까지 다섯 명(한명은 수사 중 투신자살)이나 사법 처리된 불행한 현실에서 과연 제도가 문제인지 사람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혹자는 이것이 우리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구조적인 병폐라고 말하지만, 그 대통령제를 처음 채택한 미국은 200여 년 동안 큰 무리 없이 잘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정치권은 대통령이 국회나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국론을 모으지도 않은 채 불쑥 내던진 개헌안을 놓고 또다시 논의가 분분한데, 과연 시기적으로나 내용에서 적절한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한 자연인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과정에서 보좌하는 수많은 비서진과 장관들이 조선시대 선비와 사관들처럼 목숨을 걸고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충실한 주구노릇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하나처럼 대통령의 신임을 무기 삼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왔으며, 이른바 4대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검찰, 국세청, 감사원, 경찰의 수장들도 대통령 개인의 충실한 주구노릇을 한 죄가 작지 않다. 그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맹종하다가 정권이 바뀌면 또 다시 살아있는 권력의 손과 발이 되어서 이전 정권을 난도질했다. 다만, 이번처럼 한 정권에 종사했던 사람들과 주변 인물들을 싹쓸이 식으로 단죄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조선시대 당파싸움으로 결국 훌륭한 인재를 몰살하고 국력을 쇠잔하게 만든 4대 사화(士禍)에 빗대는 사람들도 많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Michael J. Sendel)교수는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에서 정의를 공리주의라 정의하면서 정의를 판단하는 3가지 기준으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자유주의, 그리고 미덕을 제시했다. 샌델 교수는 정의가 사회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사회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으로 끼쳐야 하는지 여부로 정의로움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놓고 자기의 생각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합의하는 지혜를 터득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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