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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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개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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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되고 2017년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적폐청산과 북핵위기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한해를 보내자마자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로 전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물론 헌법은 불고불멸의 진리가 아니어서 사람이 성장하면 옷도 몸에 맞게 고쳐 입어야 하듯이 시대가 바뀌면 고치는 것도 필요하다. 1948년 제정된 우리헌법도 1987년 9차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현행법상 개헌은 국회의원 재적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128), 20일 이상의 공고기간을 거쳐(129) 공고 후 60일 이내 국회에서 의결해야 한다(130①).

    3월 20일 청와대 민정수석은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도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했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개헌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헌법 제89조 3호)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발표도 청와대가 아닌 정부의 법무부장관이 했어야 하며, 그나마 맛보기식으로 전체가 아닌 부분적인 공개를 비판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한발 물러서 정식 발의가 아니라 여론수렴용이라며 전문(前文)과 11장 137개조 부칙 9개의 개헌안을 공개하고, 3월 26일 해외출국중인 대통령의 전자회의와 결재를 거쳐서 3월 26일 국무회의 심의후 정식 발의했다.

    사실 현행 헌법은 1987년 신군부정권이 6.29 선언으로 ‘직선제’를 요지로 한 개정이어서 30여년이 지나면서 개헌논의가 빈번했다. 최근만 해도 국회는 2009년, 2014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각각 구체적인 헌법 개정안에 가까운 내용을 발표해 왔으나, 여야의 갈등과 대통령이 구속되어 재판중이고, 북핵위기로 전쟁일촉즉발 상황에서 당면 현안이 되지 못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국회의 개헌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고뇌의 결단(?)을 한 것 같지만, 민주주의는 결과 못지않게 토론과 협의 과정이 중요한데도 국민들에게 충분히 공론화하고 또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협력하는 것이 순서이거늘 이런 절차를 생략한 저의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즉, 국회의 개헌특위 자문위에서는 1년 이상 홈페이지에 회의록과 기타 개헌관련 자료들을 공개해 왔으나, 대통령 자문특위는 2월 13일 전체회의를 처음 소집한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전광석화처럼 개정안을 마무리 하여 지방선거일과 맞추려고 한 의심을 받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국회재적 293석 중 116석을 가진 제일야당이 반대 할 경우 국회통과가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국회와 진지한 협의도 없이 독단으로 개헌안을 발의한 것은 국론을 분열시켜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선거용’일 뿐이라는 비판이 일응 수긍되기도 한다. 개헌안 발의 후 20일간의 공고기간과 공고후 60일 이내 국회의 의결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로 부결될 경우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야당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것을 노린 정치적 술수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전문(前文)에서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을 추가하고, 기본권의 주체를 종전과 같은 ‘국민’이 아니라 ‘사람’이라 표현하면서 생명권(안12조),안전권(안37조),국민발안․국민소환 등 직접민주방식(118①) 등을 신설하는 한편 선거권을 18세로 인하하고(안25조), 검찰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하였으며(안29조), 국민의 법률안 발의권도 신설했다(안56조). 또, 권력구조에서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으로 하고(안74조), 감사위원의 국회선출로 독립성 보장, 사면심사위를 거치도록 하는 특별사면권의 제한, 국무총리의 ‘대통령의 명을 받아’를 삭제하여 권한 강화, 헌재재판소장은 헌재재판관의 호선, 또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한 제한을 규정한 토지 공개념(안128조), 지방분권(안121조), 수도권 조항 등 괄목할만한 규정도 많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그동안 국회에서 논의했던 개헌안은 내각제, 이원집정부제와 국회 양원제 등을 주장해 온데 근본적으로 대립되고, 국회 의석분포로 보아서도 야당의 절대적인 협조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결국 개헌안은 국회에서 논의 후 표결로 부결시킬 수 있고, 또 국회에서 독자적인 개헌안을 발의하여 의결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세계최초로 헌법을 만든 미국의 지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헌법기초자들은 국가권력을 능율의 원리에 의한 분리가 아니라 권력의 집중인 국왕을 불신하여 국가권력을 셋으로 나눠서 서로 견제하게 하고, 국왕이 없는 미국에 ‘대통령’을 만들면서 국민의 자유에 최소한의 간섭을 규정한 7개 조문에 그쳤다. 이후 200여년이 지나는 동안 헌법에 미흡한 시민의 권리는 수정조항으로 보충되어 현재 27개 수정조항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제헌헌법에서 대통령의 3선중임을 금지하였는데도 무리한 정권욕으로 3선 중임제한을 개헌한 자유당 정권이 무너지고, 대통령제의 반작용으로 태어난 내각제의 2공화국도 많은 원인이 있지만 결국 정치군인들의 쿠데다로 무너지고, 그렇게 정권을 잡은 군부는 민정복귀를 호언하다가 3선 중임제한으로 연임이 불가능하자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을 획책하다가 무너졌고, 신군부 정치군인들이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유린하다가 6.29선언으로 몰락한 역사를 안고 있다.

    이렇게 초대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선서와 달리 정권유지와 사리사욕으로 망명하거나 비명횡사, 그리고 직전 대통령까지 다섯 명(한명은 수사중 투신자살)이나 사법 처리된 불행한 현실에서 과연 제도가 문제인지 사람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결국 혁명기도 아닌 시기에 국가 전반에 걸친 개편의 개헌은 국론분란과 갈등만 초래할 것이 분명해서 진정으로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발의를 보류하고 먼저 국회와 협의하던지, 제왕적 대통령제도가 문제라면 내각책임제로 바꾸거나 대통령권한 축소만을 정한 원포인트 개헌이 훨씬 낫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도 아니다. 1960년대에 중고교 신입생들은 대부분 어깨 품이며 허리통이 쿨렁쿨렁한 교복을 입고 다녔는데, 그것은 해가 갈수록 몸집은 계속 커 가지는 동안 교복 한 벌로 3년을 버터야 하는 우리의 현실 때문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평화통일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개헌안(?)은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한 교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여야의 대립과 갈등으로 정국은 크게 경색되고 민생은 실종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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