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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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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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화올림픽 이미지와 함께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하여 끈질기게 중국의 협력을 요구해오던 우리정부로서는 마침내 출전자격도 없는 북한선수단이 참가하고, 기상천외의 남북단일팀이 구성되었으며, 경기 전 공연단과 수많은 응원단이 참가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반면에 올림픽경기장에는 주최국의 국기도 국가도 사라져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난무하고 있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뤄야 하는 올림픽 경기가 이렇게 정치적 술수로 얼룩졌지만, 그래도 그렇게 바라던 북한의 참가로 나라의 체면은 둘째치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위할는지 모른다.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 다음날인 2월 10일 김영남과 김정은 일행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회담하고 오찬을 베풀었는데, 김영남은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고,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으로서 최근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된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공식 요청하는 김정은의 A4용지의 한 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2/3 정도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이 여동생을 ‘특사’로 보내면서 정상회담을 제안함으로서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이지만, 대통령의 고민도 간단치 않을 것 같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 가겠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7월 독일 방문 당시 베를린선언을 통해서 남북대화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것은 그동안 북한의 6차에 걸친 끊임없는 핵실험과 함께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공세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과도 흐름을 같이했다. 따라서 우리 대통령이 김정은과 테이블을 마주하기까지는 먼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공동보조를 맞춰야 하는데,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극도의 불신을 표출하면서 비핵화가 보장되거나 전제되지 않은 남북관계 개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으며, 평창에 온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 일행과 대면조차 않고 자리를 뜬 것이 좋은 사례다.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에 대통령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란 단서를 붙인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남북정상이 만나게 된다면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2차 회담에 이어서 세 번째가 되는데, 이제는 ‘만남’이라는 정치적 의미 이외에 미일 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대대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나 북한의 약속을 얻어내야 할 부담이 있다. 나아가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여론의 향방도 큰 문제인데, 이미 남북여자하키 단일팀 구성 등에서 많은 반발을 안고 있는 정부가 설 연휴 차례상 민심, 평창 올림픽 이후 여론 등을 통해서 나타날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를 6월 지방선거 등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국제적인 대북압박으로 피폐해진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징검다리’ 삼아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오히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출전자격도 없는 북한의 선수단이 출전하고 올림픽경기장에서 주최국 대한민국의 국호와 국기를 보이지 않게 만들고, 경기 전후로 벌이는 공연단과 응원단으로 이미지를 한껏 높이려고 시도한 작전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동상이몽인 상황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의 대통령 초청에 대해서 미국 백악관은 “우리는 북한에 대한 통일된 대응에 관해서 한국정부와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의례적인 코멘트를 했지만, 미국의 주요 방송․신문은 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최대 우방이자 군사동맹인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즉 워싱턴포스트지는 문 대통령을 “김대중과 노무현이 신봉했던 ‘햇볕정책’의 정치적 후계자”라고 소개하면서 “진보적인 두 명의 한국 대통령들이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었고, 모두 김정은의 부친을 만났으며, 김대중은 2000년 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에 가면서 5억 달러를 지불한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겼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도 “한반도 긴장감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자극받아 1년 넘게 고조되다가 북한의 초청으로 남북한 간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고 하면서도 군사동맹인 미국과 한국을 분열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일본 언론도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한 데 대하여 “북핵 문제는 한국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일이어서 북미대화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한국정부 스스로 비핵화를 촉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여정 등과의 대화에서 북한에 직접 핵 개발 포기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라‘며 비판하고, “북한은 가장 무너지기 쉬운 한국을 목표로 삼아 한미일 3국의 분열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아사히신문도 “고립이 심해진 북한이 융화 공세를 하는 의도는 미국 측에서 한국을 떼어내 자신에 대한 포위망을 붕괴하려는 시도”라며,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남북한 지도자가 직접 대화하는 것은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이며, 대통령이 남북관계 진전과 함께 ‘조기에 북미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남북정상회담을 필요로 하는 곳은 북한이며, 한반도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는 회담을 의미가 없다. 북미대화 중개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문 대통령의 태도에서 위험함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미양국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연례적인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는데, 북한은 연기가 아니라 취소를 요구하고 있고,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할 단계가 아니며 올림픽 경기 이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의 문제고,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고 해서 북한을 둘러싼 한미일의 갈등은 이제부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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