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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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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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능성을 비치자, 오랫동안 중국을 통해서 김정은을 설득해주기 바라던 우리정부는 즉각 남북대화를 제의하여 대화가 단절된 지 2년만인 1월 9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 8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공동합의문까지 발표하자, 우리정부는 마냥 들떴지만 모든 일이 이렇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올림픽 참가가 동네 축구하듯 누구나 곧장 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지역별, 종목별로 수차의 국제대회를 거쳐서 출전권을 딴 선수나 팀만이 가능한데, 사실 북한이 자력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종목은 피겨스케이팅 페어뿐이다. 그러나 이것조차 참가를 포기해서 출전권은 차순위인 일본이 넘겨받았다. 물론, IOC의 특별결의로 와일드카드로 참가자격을 얻을 수는 있는데, 이를 위해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IOC와 남북 대표간의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로잔 회담에서 어떻게 결론 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정부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을 추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오랫동안 훈련하고 기술을 닦아온 선수들과 싸우면서 제대로 팀을 이뤄 연습한번 해보지 않은 채 경기를 한들 말 그대로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을 뿐 무슨 소득이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단 한명의 북한선수가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동포애로서 따뜻하게 맞아주면 될 것을 지나치게 호들갑떨고 과잉친절로 항상 실속 없이 뒤통수만 맞는 꼴을 되풀이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분위기로 이끌려고 개막식에 남북한 선수의 공동 입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얼핏 그럴 듯한 이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실속 없는 발상인지 모르겠다. 가령, 북한선수 한두 명이 출전하는데 237명의 우리선수단과 동시에 입장한다고 할 경우에 우리는 태극기, 북한은 인공기를 들고 행진할 것인지. 아니면 한반도기를 들고 나갈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일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다면, 이것이 바로 북한이 노리는 노림수이다. 북한은 평창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배가 아파서 어떻게든지 훼방하려고 하는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공갈로 분쟁을 일으킬 수 없다보니 차선책으로 한국의 이미지 선양을 저지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하는데, 태극기가 사라진다면 손뼉을 치며 기뻐할 것이다. 자칫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국제대회에 우리의 태극기조차 내걸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처럼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합동으로 입장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남북한 선수를 하나의 선수단으로 구성하는 문제는 시기적으로나 현행 IOC 헌장의 규정상 전혀 불가능하다. IOC헌장에 의하면 국가를 대표하는 팀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의 이름으로 파견해야 하는데, 우리와 북한의 각 NOC가 통합하여 새로운 NOC를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목별로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도 IOC헌장상 대표팀은 IOC가맹 NOC가 파견해야 하므로 단일팀으로 참가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또는 북한 NOC가 파견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또 선수의 국적 문제가 제기된다.

    북한이 올림픽 참가의사를 비치자 올림픽 개최도시의 대표인 강원도지사를 비롯하여 강릉․속초시장 등이 북한선수단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는데, 이것도 문제다. 북핵위기로 이미 국제적인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 미국은 한국 측이 올림픽에 참가할 북한대표단에 숙박비와 식비 등의 지원은 무방하지만, 북한으로 갖고 갈 수 있는 경기용 도구나 기념품은 아이스하키 스틱 1개도 안 된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즉,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압력 약화를 우려해서 북한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물건의 지원을 일체 금지한다고 한국정부에 전달했다고 하는데, 왜 이런 뉴스를 우리는 당사국인 우리정부가 아닌 일본 언론을 통해서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우리정부는 이미 미국으로부터 의견을 전달받고 쉬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만일, 몇 명의 선수단보다 몇 곱절 많은 응원단이 올림픽 기간 내내 각 도시를 찾아다니며 대규모 공연을 할 경우에 우리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은 올림픽경기보다 그들의 공연에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우리는 그동안 두 차례나 유치에 실패했다가 겨우 얻은 올림픽 개최라는 소중한 기회를 북한에 잔치집 안마당을 내준 격이 되고 말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정부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일본이 취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한·중·일 삼국과 북한 남녀축구대표팀이 참가하는 대회를 앞두고 일본정부는 “UN의 제재 결의와 상관없는 스포츠 이벤트이어서 예외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혀 ‘명분’을 확보한 뒤, 북한선수단이 2주일가량 체류하는 동안 필요한 물품의 구입과 활용을 허용했지만 숙소와 경기장, 훈련장 이외의 방문은 일체 허용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선수단이 귀국할 때는 구입하거나 증정 받은 모든 물품의 반출을 금지했으며, 심지어 일본축구협회장은 대회 개막에 앞서 “우승팀에게 주는 상금도 북한이 우승할 경우에는 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사실 올림픽은 경기 기간 내내 개최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대규모 외교무대가 되어 왔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외국의 정상이 참가한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으로서 세계 10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으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도 80명이 넘는 국가원수급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하계 올림픽보다는 관심이 낮은 동계 올림픽의 경우에도 2014년 러시아 소치에는 40여 개국의 정치지도자들이 개회식에 참석했지만, 2016년 브라질 리우 하계 올림픽은 당초 100여 개국의 국가수반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국제정세 불안 등을 이유로 38개국의 정치지도자들만 참석했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도 미․일․중․러 등 4대 강국 중 어느 국가 정상도 참가하지 않고 B급 요인들과 40개 국 정도의 정상이 참가하는 동네잔치가 될 것 같다. 그런데, 더더욱 우리를 혼란시키는 것은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남북이 1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 문제 협의를 앞두고  11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를 요구한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전쟁 연습’이란 키리졸브(KR)·독수리(FE)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가리키며, ‘미국의 핵장비·침략무력’이란 항모전단과 B-1B 전략폭격기 등을 뜻하는데, 한·미 양국 정상은 지난 4일 “평창 올림픽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은 훈련 연기가 아닌 ‘완전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곧 평창 올림픽 참가를 구실로 북한이 의도한 남남갈등과 한미갈등을 유발하려고 하는 속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에 평화를 심어주려고 한다면, 규정대로 선수단의 편의를 제공하고 선수단과 응원단이 우리의 진면목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하여 북에 돌아가서 사실대로 전파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논어에도 ‘예의가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다(過恭非禮)’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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