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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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피고인의 재판거부와 궐석재판(闕席裁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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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피고인의 재판거부와 궐석재판(闕席裁判)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법치주의가 정착되었다는 대한민국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확고한 헌정질서가 확립되어 안정적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는 체제다. 그러한 대한민국에서 전직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에게 말이다.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삼는 현대국가에 있어서 국민이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것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와 재판을 거부하는 경우 법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순차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박근혜전 대통령의 재판거부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2017. 10. 13. 구속영장이 재발부되었다. 영장 재발부 이후 열린 2017. 10. 16. 재판에서 변호인들은 영장 재발부를 불만삼아 모두 사임하였고, 박근혜 대통령 또한 자신에 대한 영장의 재발부를 이유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재판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했었다. 그 후 재판부는 변호인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임하도록 요청하였으나 그들의 입장에 변화가 없자 같은달 25. 국선변호인 5명을 선임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어제(27일) 재판기일을 잡았으나 5명의 국선 변호인만 참석했을 뿐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날(28일) 다시 재판기일을 잡은 후 또다시 불출석할 경우 궐석재판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음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재판에도 끝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의 접견 요청에도 따르지 않고 있다. 국선변호인 선임인 조모 변호사는 “그동안 접견을 원한다는 서신을 3차례 보냈지만, 첫 번째 서신에 대한 회신에서 접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중히 전해달라는 연락을 구치소 측에서 받았다”고 설명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호인 접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선 변호인을 모두 사임시키고(형식은 사선 변호인이 자발적으로 사임하는 형식이지만), 국선 변호인의 접견마저 거부하고 있으며, 재판기일에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출석을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의 재판 진행은 재판부의 선택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실상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 왜냐하면 재판은 일단 시작되면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하는 것이고, 어느 일방이 재판을 거부한다거나 사실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을 멈출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에서 재판부는 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궐석재판으로 진행해야 하는 법률적인 의무를 갖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매우 불리한 궐석재판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재판을 거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다수 제출되었고, 그러한 증거들을 탄핵할만한 마땅한 반대증거가 없다. 또한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재발부한 것으로 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상당부분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론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더이상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항변할 명분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정치보복이라고 외치면서 재판을 거부하면 자신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동정론을 확산시킬 수 있으며, 추후 정치 보복의 희생양으로 각인시키면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변론에 임하더라도 상당히 무거운 중형을 피할 수 없다면 궐석재판으로 더 불리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차라리 투쟁할 명분이라도 남겨두기 위해서는 재판을 거부하고 궐석재판에 의해서 유죄를 받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정에 출석해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검토하자. 우리 헌법은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모든 국민은 …… 법률과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적법절차에 의한 형사처벌의 원칙을 선언한다. 특히 형사소송절차와 관련하여 보면 형벌권의 실행절차인 형사소송의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원리로서, 형사피고인의 기본권이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절차를 형성·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헌법은 제27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 재판청구권에는 물론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여기서의 공정한 재판이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이 있고, 헌법 제104조 내지 제106조에 정한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신분이 보장되어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으로부터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위에서 본 적법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재판을 의미한다. 또한 그 권리는 재판절차를 규율하는 법률과 재판에서 적용될 실체적 법률이 모두 합헌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재판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비밀재판을 배제하고 일반국민의 감시아래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받을 권리도 내용으로 한다. 이로부터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가,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의 기회가 부여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파생되어 나온다(헌재 1994. 4. 28. 선고 93헌바 26 결정; 1996. 1. 25. 선고 95헌가5 결정).

    위와 같은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의 재판구조를 가지고 있는 형사소송절차에서 피고인의 공판기일출석권은 단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하여도 매우 중요한 권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형사소송법은 제276조에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한다는 원칙을 선언하는 한편, 예외적으로 피고인이 의사무능력자이거나(제26조, 제28조, 법정대리인이나 특별대리인이 소송행위를 대리한다) 법인인 경우(제27조 제1항, 제276조 단서, 대표자가 소송행위를 대표한다), 다액 1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사건의 경우(제277조, 즉결심판에관한절차법 제8조의2 제1항도 같은 취지임), 무죄·면소·공소기각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는 경우(제277조, 제306조 제4항), 피고인이 자의적 또는 일시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은 경우(제297조 제1항, 제330조), 구속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제277조의2), 상소심의 경우(제365조, 제389조),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제458조 제2항, 제365조)에는 피고인의 출석없이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한다면 형사소송법은 다액 1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사건의 경우와 무죄·면소·공소기각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을 하는 경우 등 중형선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나 피고인이 자의적 또는 일시 퇴정하거나 퇴정명령을 받은 경우와 구속피고인이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 상소심의 경우 및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등 불출석에 대한 책임이 피고인에게도 있다고 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불출석재판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처럼 법원의 적절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절차의 중단으로 인하여 국가의 정당한 형벌권의 행사는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고, 심지어 피고인의 재판거부를 조장하는 등 여러 가지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결국 어떠한 경우에도 피고인이 출석한 경우에만 재판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고의적인 불출석의 경우에도 재판을 할 수 가 없게 되고, 사법제도나 제판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기본질서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부득이 궐석재판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궐석재판에 의해서 공판절차를 진행할 경우에도 출석한 검사 및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77조의 2 제2항). 피고인이 재판정에 출석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형사소송절차와 마찬가지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적 변론사건의 경우에는 국선변호인 등 변호인이 선임되 있어야 하고 그들에게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증인신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변호인에게 반대신문권이 주어져야 하고, 필요한 증거의 제출도 가능해야 한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중요한 권리를 쉽게 포기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인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항상 외쳤왔던 것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증거관계에 따라 빈틈 없는 판결을 내린 다음 엄격하게 법집행을 함으로써 헌정질서의 중요성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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