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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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그리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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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수많은 국가를 면적이나 인구, 국부 중 어느 한 가지를 기준해서 강대국과 약소국으로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국토나 인구, 국부도 모두 넉넉하다면 좋겠지만, 스위스․오스트리아처럼 적은 면적, 적은 인구, 빈약한 부존자원에도 불구하고 근면성실하고 창의적인 기술로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부국들이 많고, 일본처럼 적은 국토에 다양한 생산능력을 가져서 경제대국인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영국으로부터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넘겨받은 것은 7~80년 전인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인데, 세계 각국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친하게 어울리기도 한다. 세계는 2차 대전 후 미․소를 중심으로 동․서 냉전체제가 형성되었다가 1990년대 이후 탈 이데올로기로 냉전체제가 무너져 구소련이 해체되자 공산권 종주국을 자부하는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아직 G2 중 하나로 동의하지 않는 국가들도 많은데, 지난 5월에 출범한 새 정부의 외교정책은 ‘미-중 균형외교 정책’이다. 이것은 새 정부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정부에서 주장했던 ‘동북아 균형자론’과 비슷하다. 당시 참여정부에서는 ‘강대국 사이에서 국제정세의 종속변수로 끌려 다니다가 주권을 잃었던 치욕을 잊지 않고, 동북아시아에서 중견국가의 위상에 맞는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며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웠지만, 혈맹인 미국과 멀어지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주변 국가들의 무반응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미-중 균형외교론’ 역시 아직까지는 미․중․일 등 주변국의 무반응과 함께 오히려 대한민국 출범이후 6.25. 전쟁과 반세기가 지난 현재까지 우방국인 미국의 의심만 받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미-중 균형외교론’은 건국이래 6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미국이 보여준 지나친 간섭과 영향력에 반발하여 반미주의자가 된 적지 않은 국민들에게는 분명히 훌륭한 대의명분이 될 것이다. 국제정치는 냉엄해서 자국의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에 따라서 하루아침에 우방이 뒤바뀌는 것이 현실이고, 우리도 1990년 9월 적대 국가이던 소련과 국교수립에 이어 1992년 8월 중국과 수교하면서 오랜 혈맹국가였던 자유중국과 단교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당시 자유중국 정부에게 세련된 단교 수순을 밟지 못한 탓에 지금까지 서운한 감정을 받고 있는 것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과 수교 후 중국은 무역거래 1위의 교역국이 되었지만, 중국이 우리의 진정한 우방인가에 관해서는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이른바 한반도 6자회담에서 보여준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에서 잘 알 수 있다. 더욱이 사드 배치를 놓고서도 자국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라며 생트집을 잡고 1년 4개월여 동안 노골적인 반한정책을 취한 졸렬하고 야비한 술책 끝에 마침내 우리정부의 비굴할 정도의 저자세 외교로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이것도 아직 완전한 봉합은 아닌 것 같다.

    새 정부의 미-중 균형외교 정책은 역대정부의 친미정책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혈맹 사이인 북․중 사이를 비집고 중국에 접근하려고 하는 노력은 역설적으로 한미관계를 이간질하고 미국과 직접 수교하려고 하는 북한의 봉남통미정책(封南通美政策)의 노력과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중 균형외교의 저변은 혈맹국가의 중국과 소련을 통한 북한과의 남북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우회정책으로 굳게 믿으면서 미국의 이해를 구하고, 중국에는 국가의 자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이지만, 새 정부의 세련되지 못한 ‘미-중 균형 외교정책’ 발표 이후 지나친 친중정책으로 미․일 양국으로부터 불신 받고 이른바 ‘코리아패싱’을 염려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특히 10월 31일 외교부장관이 국회의 질의답변과정에서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issile Defense)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三不)’을 발표하자, 중국은 한국정부의 약속이라며 냉큼 받아들이면서 외형적으로 사드 갈등은 봉합되었지만, 그 후유증은 여러 군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주권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국방문제를 여당의원이 묻고 외교부장관이 답변하는 식으로 넘기려고 한 행태는 국격에 맞지 않는 처사이고, 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사드 배치가 북핵 대비용이라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우리정부 스스로 부정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아직 북핵위협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추가 배치를 하지 않겠다고 제3국에 약속할 수 있으며, 앞으로 북핵위기가 더욱 위험해져 미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고 할 경우에 우리정부는 미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모르겠다. 또, 우리가 미국의 MD체계에 가입하건 않건, 한·미·일 동맹문제에 가입하건 않건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며 중국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데도 3불합의를 발표한 정부의 외교능력은 비판받아야 한다. 만일 미국이 중국처럼 우리의 주권을 짓밟고 윽박지는 태도를 보였다면, 진즉에 미국대사관은 횃불과 촛불시위대에 몇 겹으로 포위되고 주한미군 철수와 반미 시위로 광화문거리가 넘쳐났을 것이다. 또, 사드 보복에 대한 사과나 피해보상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강자의 논리에 끌려간 봉합은 굴종에 지나지 않아서 앞으로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돈이 많지만 무식한 부자를 졸부(猝富)라고 경멸하고, 품위를 지키는 부자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며 존경하듯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G2로서 존경받으려면 이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남북대화만이 첩경이라 여기며 내년 2월 평창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바라고,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줄 것을 믿고 접근하는 것 같지만, APEC이 열린 베트남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한 뒤 불과 한 달 만인 12월에 재차 북경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부터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10월 18일 제19차 당 대회에서 ‘현대판 중국황제’로 즉위했다는 평가를 받는 시진핑 중국주석은 205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선언했지만, ‘중국 꿈’의 완성이 우리에게 ‘현대판 조공국’으로의 추락하는 것이 아니길 굳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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