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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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균형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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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실험 이후 기고만장해진 북한을 둘러싸고 미일의 협력과 공세는 거세지고, 중러는 은근히 북한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정작 당사국인 한국은 태연자약하다. 오히려 북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일 양국의 시각과 달리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대북지원을 발표하고, 트럼프의 방한 직전인 10월 31일에는 1년 4개월 동안 사드보복을 당했던 중국과도 ‘3불합의’를 하고, ‘미․중 균형외교’라는 등거리 외교를 선언한 배짱(?)도 보여주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예정대로 1박 2일의 짧은 한국방문을 마치고 세 번째 방문지 중국으로 떠났고, 그날 오후 우리 대통령도 APEC 회의가 열리는 베트남(11.10.~11.11. 다낭)으로 가기 전에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러 출국했다.

    이처럼 국가정상들의 잠시도 쉴 틈 없는 일정에 국민으로서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지경이지만, 사실 트럼프와는 아시아․태평양 연안의 21개 국가로 조직된 APEC회의에서 만나게 되었다. 물론, G2 중 하나인 시진핑 중국주석과도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물론 짧은 회의 기간을 전후로 모든 APEC 정상들과 회담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동안에 각국 정상들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매우 효과적이어서 그런 정상회담을 많이 갖는 것이 거의 관례화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굳이 트럼프가 일본과 한국, 중국을 방문한 의도는 보다 중요한 의제가 있거나 국빈방문(State Visit)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로서는 북핵위기로 긴장상태가 고조된 한반도에서 미국 대통령이 직접 DMZ도 시찰하고 대북경고도 한마디 해주었다면 좋았겠지만,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이나 국회연설에서 북핵위기 해결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고, 또 안개를 핑계로 휴전선 시찰조차 무산되어서 아쉬움만 남겼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북핵위기를 남북대화로 풀려고 하는 우리정부의 의도와 기업가출신인 트럼프가 핵우산 보호를 내세우면서 한미FTA 파기 불사를 위협하며 수십억 달러 무기구매 약속을 받아내는 등 무기장사를 하려는 방문목적이 일치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고작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인심 쓰듯 풀어주면서 막대한 군사장비 구매에 성공했고, 우리는 미사일 최대사거리 800㎞, 탄도중량 500㎏으로 제한했던 것 중 중극을 의식한 것인지 최대사거리 800㎞ 제한은 언급하지 못하고 탄도중량 제한 해제에 만족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아직까지 자국의 잠수함을 외국에 판매한 선례가 없어서 그 성사 여부는 약간 의심스러운데, 설령 잠수함을 판매한다고 해도 얼마나 낡은 고물(?)을 팔지 모르겠다. 북한은 이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수직 발사관을 여러 개 갖춘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만일 잠수함을 판매하지 않고 고물을 수입하게 될 경우에 과연 언제까지 대북공세에 시달려야 할지 모르겠다. 또, 우리가 직접 설계에서 건조까지 약8~10년의 기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정부의 비핵화와 탈원전 정책으로 쉽게 진행하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핵잠수함이나 핵무기 개발에 숙련된 과학자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왜 이래야만 하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외교는 칼로 무 자르듯 명쾌하게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지만, ‘미중 균형외교’를 발표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한국을 떠난 지 이틀 만에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면서 청와대경제보좌관은 한미정상회담후 공동 발표한 내용 중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한 핵심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로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공식 언급하고, 10월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아세안 국가와의 해상 협력을 강조하며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 언급을 종합하여 2015년 3월 28일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하이난성 보아오 포럼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국가전략을 발표했는데, ‘일대’란 중국-중앙아시아-유럽 등 여러 지역이 통합된 ‘하나의 지대’(one belt)를 의미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뜻하며, ‘일로’는 동남아아시아-서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뜻하는 ‘하나의 길’(one road)을 가리켜서 그의 구상대로라면 세계 60개국 40억 명의 인구가 그 영향권 안에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기존의 ‘아시아·태평양’을 대체하는 개념으로서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이라는 아시아 전략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이 한중 균형외교를 내세운 것은 트럼프 전략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미국 최대의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한국, 베이징에 고개 숙이다(South Korea’s Bow to Beijing)’라는 사설에서 한국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미국과 협력할 것처럼 말하지만, 그의 행동은 미국의 정책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못 믿을 친구(unreliable friend)’라고 혹평했다. 즉,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도 북한과 직접 대화한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UN의 대북제제 결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고 하고, 또 중국과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은 없다고 밝힌 이른바 ’3불(三不)을 약속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APEC 회의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10월 31일 한국 외무부장관의 국회 발언으로서 사드 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안이었다고 판단해서인지, 사드 문제는 언급하지 않기로 의제 정리를 했다고 한다. 또, APEC회의가 열린 베트남에서 만난 한중정상이 한 달 만인 12월에 중국을 또 방문해서 무엇을 협의할지 알 수 없지만, 결국 남북대화에 응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고 내년 평창올림픽 참가를 애걸(?)할 것이 너무 뻔해서 아쉽기 그지없다. 지난 1년 4개월여 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천문학적 금전적 피해는 물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철수하고, 유커(遊客)들의 한국여행 금지조치 등에 대한 사과나 피해보상은 입도 뻥긋해보지 못한 채 ‘비온 뒤 땅이 더 굳건해지듯이 한중관계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저자세 외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북핵의 최대 피해자임에도 그 활로를 찾지 못하고, 그 파생된 문제인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얼마만큼이나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고서도 어디에도 호소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물론, 미국과 중국을 같이 똑같이 중시한다는 우리정부의 ‘균형 외교’도 일견 설득력 있지만, 사드보복에도 뻥긋하지 못하는 저자세, 또 미국에 대해서도 무역적자라며 FTA 파기 위협에 굴복하여 막대한 군사장비 구매로 호흡을 맞추려고 하는 저자세, 그리고 충분한 능력과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탈원전 내지 비핵을 주장하는 모순된 정책은 금방 야당과 시민들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마치 ‘아시아 균형자 역할’을 주장했던 참여정부의 재탕을 보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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