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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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뚤어진 눈(斜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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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10월 24일 원전폐쇄에 대한 국민여론을 근거삼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 불허 방침을 공식화했다. 핵위협으로 원전을 폐쇄한다는 탈(脫)원전 정책이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정책은 이미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구소련의 체르노빌(1986.4.)나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3.)를 겪은 일본 등의 정치지도자들로부터 나온 선거공약이었다면 일응 수긍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난 40년 동안 한 번의 사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핵전문가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하는 한국에서 나왔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우리의 원전이라고 절대 안전하다는 장담 할 수 없지만, 북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탈원전정책 시행이 그렇게 시급한 현안이었는지 조금은 의문이다. 정부는 잇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를 조롱하는 김정은을 규탄하는 국제공조에 적극 노력해야 하는데도 당장 실현가능성이 보이지도 않는 남북대화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조금은 빗나간 정책시도 같다. 오히려 북핵위기가 계속될 경우에는 우리도 자주국방 차원에서 핵개발을 선언해야 한다는 여론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더 원전기술을 개발하고 축적시켜야 할 상황인데도 선거공약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안목이 걱정스럽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 원자력업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7년간 2000여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개발한 ‘원자로 APR+’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발전 용량과 효율·안전성 등에서 이전 모델인 ‘APR 1400’은 물론 외국의 원자로들보다 한 단계 위라는 평가보고서에 힘입어 조만간 우리가 세계 원전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즉,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전기의 침수로 전원이 꺼지자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서 피해가 커졌지만, 우리가 개발한 ‘APR+’는 중력 등 자연력에 의해서 냉각수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시스템이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사태에 100% 대비한 국내기술이기 때문이다. 또, 이전 ‘APR 1400’ 모델의 경우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을 주장하며 반발하는 바람에 중국 수출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지만, 한수원은 수출을 위하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 표준설계 인가 심사도 받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최첨단수준의 기술을 사장시킬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이제 정부 계획대로라면 국내 가동 원전은 올해 24기에서 2022년에 28기로 정점에 도달했다가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줄어들어서 신고리 5·6호기의 수명이 끝나는 2083년이 되면 하나의 남지 않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는 가동 원전 99기 중 최초 운영허가기간 40년에 20년 연장 운전을 승인받은 원전이 금년 6월 기준으로 84기나 되며, 그중 11기는 이미 연장가동에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동 원전 450기 중 30년 이상 가동하는 것이 60%, 40년 이상 가동된 것이 18%나 되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는 30년의 운영기간 만료에 앞서 7000억 원을 들여서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압력관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설비 교체작업을 마치고 2022년 11월까지 10년을 연장하기로 결정된 것이지만, 올 연말에 조기 폐쇄할 경우에는 설비용량, 평균가동률, 전력 단가 등을 감안한다면 설비교체의 매몰비용은 물론 4년 11개월 잔여기간 동안의 전력생산 손실 예상액만도 1조 4991억 원이나 된다. 그밖에도 원전폐쇄로 인한 전기부족으로 겪는 불편, 나아가 새로운 수력이나 화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 또 그 기간 동안 전기부족에 따른 전기요금인상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월성 1호기 이외에도 2030년까지 허가기간이 1차 만료되는 원전이 10기 더 있지만, 이런 설비들도 모두 수명 연장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1기당 손해 보는 전력판매 손실예상액은 무려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 경북 울진에 건설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5월에 설계용역이 중단됐고, 영덕에 건설예정이던 천지 1·2호기는 부지 매입과 환경영향평가가 6월에 중단되는 등 4기의 건설 중단으로 인한 설계용역비, 지역지원금, 협력사 배상 예상금 등을 합친 매몰비용만 1조원에 달하고, 새 정부 출범 후 신고리 3개월 가동 중단, 신한울·천지 원전 건설 포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인해 볼 피해액만 합쳐도 거의 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막대한 예산은 누가 부담하며, 매몰된 비용은 누구의 손실이 될 것인가?

    정부는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동시에 현재 7%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한다고 하지만, 전기생산량의 절대부족은 충당할 수 없고 전기요금 인상도 불을 보듯 뻔하다. 아무리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라고 해도 국가의 기반사업인 에너지 정책을 국민여론의 공론화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토론과정도 거치지 않고 오로지 대통령 한 사람의 편향된 이념 때문에 막대한 국가예산과 최첨단 원전기술을 매몰시키려고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당장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내 전력수급을 감안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발하고, 또 국민여론공론화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원전 건설 축소 53.2%, 원전 유지·확대 45.2%로서 7.2% 차이였으며, 원전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고(33.1%),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27.6%),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25.4%), 탈원전 정책을 유지(13.3%) 등으로 탈원전 정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은 시민참여단의 그런 요구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무튼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서 이미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자국에서조차 신뢰하지 않고 폐기하는 원전을 계속 유지해야 하느냐?’ 하는 불신감과 함께 우리의 국격도 크게 낮아질 것이 뻔하고, 앞으로 고급인력인 국내 원전기술자들은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로 내몰리거나 일자리를 찾아서 외국으로 나서게 될 것이어서 적잖은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 같다. 통촉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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