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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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호 대법원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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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호 대법원에 바란다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오늘(9월 25일)부터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6년간 대법원장을 맡아 사법부를 이끌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인선 과정에서부터 말도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8월 21일 춘천지방법원장으로 있던 그를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후 9월 12일부터 이틀간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공직후보자에게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부동산 투기나 세금 탈루 등 도덕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야당이 이념편향을 이유로 극렬하게 반대해 왔다. 코드인사의 전형으로 사법부가 진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청문회가 끝나고서도 일주일 넘게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이유다. 논란의 논란을 거듭하다가 인준 동의안 표결 하루 전에야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이 모두 사퇴한 가운데 간신히 보고서가 채택되었다. 그리고 2017. 9. 21. 오후 2시 국회의 대법원장 후보자 김명수에 대한 동의안이 출석의원 298명 가운데 160이 찬성해(반대 134표, 무효 3표, 기권 1표) 김명수호가 닻을 올리게 된 것이다.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사법부의 개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던 김명수호의 대법원, 그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자.

     

    먼저 6년간 사법부를 이끌고 퇴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노력, 평생법관제의 도입, 회생법원의 설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제 도입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했던 상고법원제도는 사실상 법원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실패하였다. 특히 임기 막바지에 터진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면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사회변혁을 담아낼 이렇다 할 제도 개선이 없었고, 오히려 사법부의 관료화가 한층 심화되어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눈에 띄는 판결도 그의 재임기간에 없었던 것도 하나의 오점으로 남는다. 그가 퇴임사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하였지만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과연 양 대법원장의 재임기간 동안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어떠했는지 자문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법원과 법관의 생명은 독립성이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3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독립이야말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것은 물론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으로부터의 독립,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까지 필요하다. 법원 내부의 독립 또한 중요하다. 하급법원의 판사가 상급법원의 눈치를 보면서 재판을 하게 되면 그 또한 법관의 독립이라는 대원칙에 반하게 된다. 법관 개인이 안팎으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판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사법부 수뇌부의 역할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학회의 사법개혁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감시하면서 관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 제기와 급기야 일선 판사들이 극렬 반발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과도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빚어낸 결과다. 하급심 판사들이 대법원과 상급법원의 판결을 무비판적으로 따라야 하고, 그에 반하는 판결은 튀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판사들을 관리하는 방식은 사법부 독립의 암적 요소다. 대법원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판사들을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법관의 독립을 담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관리했다는 의혹을 철저히 조사한 다음 그에 따른 엄정한 책임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같은 대학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어 대법원이 구성되거나, 대부분의 대법관을 남성으로 또는 법원에서 일정한 요직을 거쳐야 대법관이 되는 방식으로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없다.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거나 관료화된 대법원으로는 민주적인 토론문화도 갖기 어렵고, 소수자의 의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고민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소수의견이 다수 의견으로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고, 다수와 소수의견이 항상 고정되어 있다면 이미 사법부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대법관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으로 사회의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은 판사, 변호사, 학계 등 다양한 직역에서 활동한 경험, 그리고 다양한 학교에서 배운 경험, 사회 각층에서 살아온 경험들을 모두 담아내야 한다. 비교적 젊은 판사들도 대법관으로 발탁되어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같은 학교, 같은 직역에서 일해온 선후배들이 모여서 과거의 판례를 주로 따르는 방식으로는 결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도 못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그대로 묻히게 된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살아 있는 판결은 구성원의 다양성에 의해서 담보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결국 대법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부터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추천 권한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비로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소수의견도 존중받아야 한다. 하급법원이 대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쓰는 형식이어서는 안된다. 하급심은 사실심이고 구체적 타당성과 법적안정성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구체적 타당성을 도외시하면서 과거의 판결이 어떠했는지, 상급법원의 판결이 어떤 태도인지만을 검토해서 그대로 따르려 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발전된 판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재판 초기부터 지나치게 법리를 따지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법리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이더라도 그러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경우가 있게 된다. 그 경우 법리를 보충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지나치게 법리에만 빠져 있으면 예단을 갖게 되고 충분한 심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단을 갖고 주장이나 증거신청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다 보면 아무리 훌륭한 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뢰성을 보장받기 어렵게 된다.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사건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유다. 사건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은 판결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전제가 된다. 대법원은 상급심 판결에 반하는 하급심의 판결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민하며, 때로는 대법원의 판결을 변경하는 모습이야말로 하급심 판결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게 되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말에 집중 부각되었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도 사라져야 한다. 사법행정은 재판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법원의 기본적인 역할은 재판이고, 그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엘리트 판사가 존재하고, 그러한 엘리트들이 법원의 요직을 장악하는 방식은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대법관, 헌법재판소재판관 등 법원의 요직에 등용되기 위해서는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법원 행정처가 법관들의 모든 것을 관리하면서 일부는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법관들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순치(馴致)시키려 했던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판결을 한 하급심 판사를 불편해하고, 특히 형사재판의 경우 소위 튀는 판결을 한다는 이유로 더 이상 형사재판을 맡기지 않는 방식으로 판사들 길들이기를 했던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의 배려나 구체적 타당성을 고민하는 판결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들게 된다. 비대해진 법원행정청의 규모를 합리적으로 축소해야 하고,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으로 법원의 요직을 차지하는 엘리트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 재판에 충실한 법관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법부의 구조야말로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을 회복하고 법원의 독립을 지켜내는 지름길이다.

     

    대법원장과 그를 보좌하는 법원행정처에 법원의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방식으로는 또 한 번의 제왕적 대법원장 시대를 낳게 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의 이원화를 목적으로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을 고등법원의 판사로 보임하는 등 일부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다가 임기말이 되면서 사실상 원위치로 환원되었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승진에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는 판사들의 독립성을 해치게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울러서 승진에 탈락하는 경우 법원을 떠나게 되는 지금의 구조로는 사법행정권의 남용과 사법부의 관료화를 바꿀 수 없게 된다. 승진의 구조가 아니라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2원화시켜서 운영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아야 하며, 또한 당분간 승진제도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서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차관급 대우가 꼭 필요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일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고허가제의 채택은 신중해야 한다. 이미 시행되다가 헌법이 보장한 삼심제 및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에 밀려 폐지되었고, 그 대신 심리불속행제도를 도입했었다. 상고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하급심의 실질화와 판결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급 법원 내부에서의 사무분담도 민주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법원장이 임의적으로 정하는 것보다는 판사들의 회의를 통해서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 또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상례화해서 일선에서 재판하는 판사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담아내는 대법원의 열린 자세가 필요한 때다. 이미 김명수 대법원장은 춘천지방법원장 시절부터 그러한 시도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노력을 전국 법원으로 확산해서 사법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6년 후 퇴임하면서 법원의 독립과 신뢰성이 나아졌다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판결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대법원장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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