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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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멸시효 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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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1일 금융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이 73만1000명, 5조6000억 원, 금융공공기관이 50만 명, 16조1000억 원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시효완성채권 21조7000억 원(123만1000명), 민간 금융회사의 91만2000명, 4조원 등 합계 25조7000억 원, 214만3000명에 대한 소멸시효 채권을 소멸한다고 발표했다.  금융공공기관의 채권은 8월 말까지 소각하고, 민간 금융회사(대부업 제외)는 각 업권별 협회를 중심으로 올해 안에 소각한다고 했는데, 1인당 평균 약 1200만원의 채무가 소멸된다고 한다.

    그동안 일부 금융회사가 시효 완성된 채권을 자체적으로 소각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금융권 전체가 일률적으로 소각하기로 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개재되었음을 알게 한다. 시효완성 정보는 금융권이 상호 공유하지는 않지만, 해당 금융회사에는 남아있어서 연체한 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났어도 채무자는 해당 금융회사와는 신규 거래를 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연체 또는 시효완성 기록이 완전히 삭제되는 효과가 있다. 채무자는 9월 1일부터 자신의 채무가 소각됐는지 여부를 신용정보원 ‘소각채권 통합조회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효제도는 실제는 권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 평온, 공연하게 권리자인 것으로 경과한 경우에 그 사실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취득시효(取得時效)와 이와는 반대로 권리자가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 그 권리가 실효되게 하는 소멸시효(消滅時效)가 있다.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격언이 입법 형태로 나타난 시효제도 특히, 소멸시효는 법적 질서의 유지 및 사회질서의 안정, 증거보전의 곤란구제, 과태벌적 제재 및 권리행사의 촉구에 있다.

    소멸시효의 대상은 소유권 이외의 모든 재산권이 원칙이고, 상린권(相隣權)· 점유권(占有權)· 물권적 청구권(物權的請求權)· 담보물권(擔保物權) 등은 제외되는데, 우리민법은 원칙적인 민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자·부양료 등과 같이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과 숙박료·음식료 등과 같이 1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단기소멸시효 채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상행위로 생긴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으로서 민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 10년에 대한 특칙이다. 시효가 완성되면 채무는 그 기산일(起算日)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며,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할 수 없다. 또 소멸시효 기간은 이를 단축하거나 경감할 수는 있으나, 이를 배제·연장·가중할 수 없다는 점 등은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를 위한 조치이지만, 이러한 장단기 채권도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으면 그 시효기간은 모두 10년의 시효가 된다.

    또 청구·압류·가압류·가처분 승인이 있으면 시효가 중단된다. 그러나 시효가 중단된 경우에도 시효의 기초가 되는 사실상태가 다시 계속되면 그때부터 새로이 시효기간이 진행된다. 이렇게 정교하게 입법화된 시효제도에 채권자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독촉을 하고, 또 채무자로부터 일부 상환이나 채무승인을 받음으로서 시효를 중단시키고 있는데, 흔히 적은 비용으로 강제집행권원을 부여받을 수 있는 지급명령(支給命令)과 채무상환을 독촉하는 내용증명(內容證明) 발송 등을 취하고 있다.

    시효완성의 효과 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서 그 권리는 당연히 소멸한다는 절대적 소멸설과 권리는 당연히 소멸하지 않고 다만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게 시효의 소멸을 주장할 권리가 생길 뿐이라는 상대적 소멸설이 대립하고 있으나, 국내 다수설과 판례는 상대적 소멸설이다. 즉,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더라도 채권은 당연히 소멸되지 않고 채무자는 일종의 권리부인권만 갖는다고 한다. 그 결과 소멸시효 완성된 채권은 채무자가 더 이상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지만, 현실은 채권자가 법률지식이 없는 채무자에게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채권자는 소멸시효가 지났어도 채무자가 일부 변제하는 경우 시효의 이익포기로 인정되어 채무가 부활하고, 또 사채업자들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헐값에 매입해서 지급명령이나 내용증명 등으로 더 이상 갚을 의무가 없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부활시켜 다시 추심하고 있는 것은 소멸시효 효과의 상대적 소멸설을 받아들인 결과다. 사회 일각에서는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하지만, 이미 채무자의 상환의무가 없는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므로 그럴 우려는 없다.

    그런데도 그동안 금융공공기관에서 이런 제도를 악용(?)해서 채권을 받아 왔다면, 그것 자체가 공권력의 남용이자 부당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금융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법을 알지 못하는 채무자들에게 소멸시효채권의 상환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민간금융기관에게까지 통일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효과는 있어도 그걸 마치 커다란 개혁이라도 한 것처럼 선전을 하는 것은 조금은 어색하다. 어쩌면 번연히 법과 판례, 학설 등에서 일종의 권리부인권적 효력만을 가진 현행 법 아래 개인이나 민간업체들이 지급명령 등으로 시효중단을 통한 채권확보 노력을 범죄시하는 조치로 받아들일 가능성조차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교통법규 위반자 등 수많은 민생사범과 경제사범들의 벌금, 과태료를 면제. 사면해주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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