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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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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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제일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후보의 능력이 출중했다거나 공약이 탁월해서가 아니라 직전 대통령의 소통부재와 비선실세에 의한 권력농단이라는 무능에 대한 반사 효과적 측면이 많다. 그런데, 유권자 41.1%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은 정권인수절차도 없이 직전 대통령이 임명한 집단 속에 단기필마(單騎匹馬)로 뛰어들어 아직 본격적인 정책을 펼치지도 않고 장관 등 고위관료들을 임명하기 위한 인사청문절차(Hearing) 중인데도 지난 한 달여 동안의 지지율은 선거 때보다 곱절이 넘는 82~84%라고 한다. 이것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라고 한다. 참고로 조사가 시작된 역대 대통령의 최고. 최저 지지율은 YS(1993~ 1997, 83%~6%), DJ(1998 ~2002, 71%~24%), 노무현(2003~2007, 60%~12%), MB(2008~2012, 52%~21%), 박근혜(2013 ~2017, 60%~5%) 등이었다.

    사실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업적이라고 하면 고작 참모들과 커피를 함께 마시거나 청와대 경내를 거닐며 담소하고, 일자리위원회 설치, 국정교과서 폐지, 한시적이나마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중단, 5.18 민주화기념식장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세월호 순직 인정, 4대 강 보(洑)개방 지시 등 극히 소소한 것(?)들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것은 직전 정부가 이런 사소한 것에조차 얼마나 인색하였으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52%의 지지로 당선되었던 직전 대통령은 집권기간 내내 전체 국민이 아닌 오로지 소속정당이나 혹은 수첩공주라는 닉네임처럼 비선 조언이나 지시로 권력을 행사해온 결과 탄핵으로 파면될 무렵에는 5%대로 추락했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 평가는 다르겠지만, 새 대통령은 직전 대통령의 독선과 소통부재와 반대로만 하면 최고지지율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건국 60여 년에 불과한 우리가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형성된 서구와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에게도 국민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1960년대의 새마을운동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과 함께 배금주의 사상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성장으로 절대 빈곤을 탈피한 후 아직 성장에 더 치중했어야 함에도 복지에 중점을 둠으로서 서양 언론들로부터‘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는 비판을 받더니, 결국 과소비와 빈부계층 간 갈등으로 오늘날 1400조라는 천문학적인 가계부채의 덫에 갇혀 있다. 또, 언제부턴가 장인정신(匠人精神)은 사라지고 대충 처리하는‘빨리 빨리’혹은 금방 끓어올랐다가 식어버리는‘냄비 근성’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졸속을 만들었는데, 더 안타까운 것은 국민 앞에서 솔선수범하고 진두지휘해야 할 정치지도자들의 정립되지 못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s)다.

    유럽에서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사상이 확립되기 훨씬 전부터 이른바‘가진 자’들이 평소에는 빈둥대며 놀다가도 국가가 위기를 맞으면 솔선하여 무장하고 전쟁터에 나가서 기꺼이 목숨을 바칠 뿐만 아니라 거액의 재산까지 전비로 내놓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겼는데, 이것을‘상류층의 신분에 따른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 하고 시민들도 이들의 국가를 위한 마지막 희생이라 믿고 존경했다. 우리에게도 공을 위해서 사익을 버리는 멸사봉공(滅私奉公) 혹은 선공후사(先公後私, 그리고 비록 궁핍하더라도 부정을 외면하는 청빈(淸貧)과 불의에는 목숨을 걸고 반대하던 선비정신이 있었으나, 성장의 과실을 맛본 1970년대 이후에는 이런 기풍이 사라졌다. 가령, 지금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직전 대통령은 개인의 인성에도 문제가 많지만, 측근들이‘아니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하는 이들이 잘잘못을 간언하지 못하고 왕조시대의 환관이나 내시처럼 추종만 하다가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고위 공직후보자에 대하여 국회에서 후보자가 과연 그 직책에 적합한지 정책과 포부에 대한 의견을 묻고 청취하는 인사청문회법은 2005년 장관으로까지 확대 되었는데, 그동안 대통령의 철회나 자진사퇴자를 제외한 미채택 후보자는 참여정부 3명, MB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 그리고 현 정부에서 4명 등 모두 34명이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임명을 강행함으로서 국회를 무시한다는 비판과 함께 정권출범 초기의 허니문기간이 사라지고 정국경색의 단초가 되었다. 물론, 우리에겐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 그리고 5.16. 12.12. 5.18. 6.10 등 숱한 쿠데타와 혁명 등 격변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분명 사상과 이념이 다르고 친일, 친북좌파 그리고 빈부갈등의 원인과 대립을 초래하는 인물들이 있고, 야당의 당리당략에 의한 흠집 내기와 몽니도 있었다. 그렇지만, 후보의 정책 의견을 청취하고 듣는 절차라기보다 주객이 전도되어 병역면탈이며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등 다양한 위법과 탈법사항을 시시콜콜 캐묻는 절차가 되어 버렸으며, 오죽하면 새 대통령은 후보당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주민등록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 표절만을‘인사부적격 5대 원칙’으로 삼겠다고 공약하게 되었을까?

    사실 직전 정권으로부터 공직후보를 물색할 존안자료도 넘겨받지 못한 탓에 인물난을 겪었음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전체 국민이 아닌 측근과 지지자들 속에서 후보자를 찾으려고 한 대통령의 협소한 안목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후보자 스스로도 공직을 수락하기에 앞서 한번이라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자세가 아쉽다. 어찌 정식학위도 받지 못한 자가 법학박사라 칭하고 더불어 짝사랑하던 여성을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가 무효소송을 당하고도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장관이 되겠다 하고, 대학교수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고 수천만 원의 임금을 체불한 법인의 사외이사직에 있으면서 고용부장관을 하겠다고 나섰는지 등을 생각하면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는커녕 시정잡배보다 못하게 살아온 모습들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법무장관후보자는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사퇴했지만, 대통령은 이전의 정부보다 더 나쁜 부적격 후보들이 다량 발견되어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 권한’이라며 공정거래위원장과 외교부장관을 임명을 감행함으로서 지지율은 9%가량 떨어진 75.6%가 되었다. 벌써 시중에는 속칭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내로남불’이라는 저속한 속어가 난무하고, 이전 정권과 하등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도 많아졌다. 대통령은 처처에 이른바 5대 인사원칙에 저촉될 뿐 초야에서 이슬을 먹고 산 고고한 선비(?)를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인사원칙과 다른 후보추천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하고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회법을 폐지하거나 현실에 맞는 부적격 사유를 명시하는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만일 높은 지지율만 믿고 국회를 무시하고 임명을 자행한다면 과반이 넘는 야당은 곧 거리로 나서고, 침묵하는 다수 국민들은 정권에 저항하게 될 것이다. 역지사지로서 지금의 여당이 야당이었을 당시 인사청문회 때 후보들을 비판했던 입장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과거의 정권과 과연 무엇이 달라졌으며 ‘푸른 기와집으로만 들어가면 모두가 불통과 내로남불을 말하느냐?’라는 비판도 겸허하게 새겨들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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