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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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르미도르 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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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가을에 시작된 탄핵정국은 결국 대통령의 파면으로 7개월가량 앞당겨진 5월 9일 보궐선거에서 제일야당의 후보가 예상대로 41%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정상적인 선거였다면 임기만료 60일 전인 금년 12월에 대통령을 뽑고, 당선자 측에서는 2개월 여 동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서 순조롭게 정권 이양과정을 거쳐 취임하게 되었겠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법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그런 절차를 거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권인수절차를 거쳐서 정권상황을 파악하기는커녕 당장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을 구성하고, 몇 개월째 공석중인 헌법재판관. 대법관 등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의결을 거쳐 임명되는 헌법기관을 구성하고, 난마처럼 얽힌 우리의 현실인 장기불황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실업,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 발생한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를 맞고 있는 북핵위기 등의 해결에 나서야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당선된 제일야당 자체가 국회에서 안정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데데가 탄핵으로 파면되어 구속수감된 직전 대통령의 구여당 등 보수 세력이 24%의 지지로 2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52%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던 직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탄핵 직전에 5%대로추락했다가 구여당이 크게 세력을 확장한 것이다. 물론 직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그가 속한 정당의 지지율을 동일시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지리멸렬했을 것 같은 구여당  세력의 강력한 부상과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야당 간의 골 깊은 대립과 갈등은 자칫 새 정부가 정책추진은커녕 정부 구성단계에서부터 좌초될 가능성이 많다.  아무튼 새 대통령은 당분간 단기필마로 정권 속에 들어선 모양새가 되었다.

    모름지기 정치인은 개인의 이익이나 명예추구보다 먼저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를 갖고, 정치적 견해가 같은 이들이 결합한 정당(政黨)을 통해서 자기의 이념을 실현해 나가게 되어서 오늘날 정치는 정당민주주의라고도 할 만큼 정당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만일 정치인의 신념이나 정당의 목표(Goal)가 옳았다 하더라도 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Process)이 옳지 못하다면 쟁취한 목표에 대한 평가도 올바로 나타날 수 없다. 민주적인 헌정절차를 무시하고 정권을 탈취한 5.16 쿠데타나 12.12.와 5.18을 조장하여 정권을 탈취한 신군부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렇게 목표와 수단이 정당화는 비단 정치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모든 면에서 중요시되어서 설령 추구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이 옳았다면 좋은 평가를 얻게 되지만, 이 시점에서 돌아볼 때 과연 직전 대통령이 그런 자세를 보여주었는지는 의문이다. 또, 선거과정에서 구여당 등 보수 세력들 역시 자당의 정책적 혹은 대통령의 과오를 시인하거나 사과한 적도 없다. 오히려 정치적 희생이라고 항변하면서 야권의 다자구도에서 보수 세력이 집결만 하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아래 보수층의 마음을 충동이며 선거기간 내내 탄핵정국에 대한 분풀이(?)를 계속하면서 표를 모으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선거기간 내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직전 대통령 탄핵의 원천적 무효를 주장하며, 신정부 출범이후에도 같은 주장을 계속하여 발목을 잡을 당면한 새 정부의 내각구성이며 헌재와 대법관 임명 등 헌법기관 구성에서조차 제동을 걸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설령 정부 구성에 협력한다고 하더라도 재판중인 직전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에 대한 선고형량이나 사면 등을 이면거래할 가능성까지 예상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변혁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국가 발전에 발목을 잡아 좌초된 사례를 많이 보았으나, 우리에겐 좌절없이 앞으로 나가는 발전만 있었으면 좋겠다. 1789년 7월 제3계급들의 바스티유감옥 습격을 계기로 전개된 프랑스대혁명은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루이 15세 광장(콩코드 광장)’에서 처형하고 앙상 레짐(Ancient Regime)의 상징인 군주제를 폐지와 자유 평등을 선언하자, 주변 국가들은 혁명의 여파가 자국에 파급될까 두려워했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모국 오스트리아를 비롯하여 유럽의 강대국인 영국. 프로이센 등은 동맹하여 프랑스 공격에 나서자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전했지만, 물가는 크게 오르고 생필품 부족으로 경제위기가 극심해지자 왕당파를 비롯한 반혁명세력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자 내우외환에 직면한 혁명정부는 1793년 로비에스피에르를 중심으로 하는 급진 자코뱅파가 온건파를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하더니, 곡물과 생필품 가격통제, 귀족의 토지를 몰수 등 무산시민의 인기를 얻는 한편 공안위원회와 혁명재판소를 만들어 반대파들을 체포하여 무자비하게 단두대에서 처형하는 공포정치(恐怖政治)를 자행해서 1793년 6월 10일부터 7월 27일까지 40여 일 동안에 무려 1000여 명을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하지만, 초기에는 열렬히 지지하던 시민들도 언제 어떻게 단두대로 끌려갈지 모르는 불안에 휩싸여 로베스피에르의 인기는 점점 떨어져 마침내 독재자라는 죄목으로 의회의 탄핵을 받아 1794년 7월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는데, 사람들은 급진적으로 혁명을 수행하던 로베스피에르 처형사건을 테르미도르의 반동(Thermidorian Reaction)이라고 한다. 테르미도르란 혁명 때 제정된 혁명력의 11번째 달을 의미한다. 테르미도르 반동이후 온건적인 지롱드파가 정권을 잡고 공포정치는 사라졌지만, 이후 5명의 총재가 담당하는 총재 정부․ 통령 정부 등이 잇달아 출현했으나 계속되는 경제난과 재정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침내 1814년 나폴레옹 정권이 실각하자 샤를 10세가 즉위하여 부르봉왕조의 왕정복고(Restoration)가 되었다. 이런 사례는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청교도파가 장악한 의회와 마찰을 겪던 찰스 1세가 종교와 시민의 자유를 극도로 억압하여 벌어진 내란(1642~ 1648)으로 찰스 1세와 왕비를 처형하여 스튜어트왕조가 무너지고 크롬웰은 공화정치를 시작했지만, 1658년 크롬웰이 죽자 국민들은 불안을 느끼고 1660년 프랑스에 망명중인 찰스 1세의 아들 찰스 2세를 영입하여 왕정복고가 된 것이다. 민주정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목숨과 피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말하는 정치학자들도 있다.

    사실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되고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대통령 개인의 수치이자 불명예일 뿐 아니라 국가의 수치이고 국력의 낭비가 아닐 수 없는 일어어서 하루 빨리 이런 상처를 씻어내고 국민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나가야 할 것이지만,  구여당 등 보수 세력은 정치적 보복이라며 탄핵무효화 시도를 주장하고.  더불어 구여권에서 분당하여 창당했던 구여당의 국회의원 중 절반가량인 14명이 자당의 후보 지지율이 지지부진하자 집단탈당하고 다시 복당하여 구여권 세력의 집단화가 보여준 반동적인 행태가 걱정스럽다. 지난 연말 당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론’을 거부하고, 야당의 탄핵소추안에 적극 가담하여 대통령탄핵을 가결되게 한 주역들은 구여당을 탈당하고 새 정당을 창당하면서 “친박 패권세력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망각하여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며, 진정한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했던 인물들이 자당의 대통령후보 지지율이 미미하자 창당후 불과 100일도 지나지 않아서 구여권의 주요인사들 대부분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고, 또 자신들이 탄핵했던 직전 대통령이 당원으로 있는 구여당으로 복당을 선언한 철새 같은 인간들이다. 물론, 이들의 탈당과 복당의 명분은 선두주자인 진보적인 야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하여 보수 대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정치인의 개인적 신념이나 정당의 창당이념은 사라지고 질 낮은 정상배들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더더욱 코미디는 그렇게 탈당하고 복당을 시도했으나 구여당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입당이 거절되자 다시 되돌아온 모습은 분노를 넘어서 측은한 동정심까지 생긴다.

    정치인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는 정치적 소신도 변경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처럼 지조도, 신념도 없는 모습은 앞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얼마든지 또다시 자행할 행태여서 우리 사회에서는 영원히 도태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번 대선은 직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수감으로 상대적으로 야권 후보들이 득세하고, 구여권 세력은 쇠퇴해서 결과를 예상했으나, 결집된 구여권 세력의 부상에 재판 중인 직전 대통령의 무죄나 사면 같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21세기 테르미도르 반동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다분한 점을 염려한다. 새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표출된 정당과 후보자간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해서 화합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진보적인 자편향 정치관을 수정할 것도 경고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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