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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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블레스 오블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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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조 500년 동안 지배 사상이던 성리학으로 사농공상의 신분제에 익숙해진 백성들은 일제의 침략으로 식민백성으로 한 세대를 살았던 탓에 해방 후 민주정부를 수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존민비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60년대까지도 백성들은 통치자와 관료들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여전했으며, 반면에 백성들은 자식들이 관리가 되는 것이 곧 신분상승과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상의 수단으로 여겼다. 그렇지만,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 정책에 힘입어 수많은 기업이 생겨나고 수출정책으로 자본을 축적한 재벌들이 형성되면서 인간의 가치평가는 관료에서 재력가로 대상이 바뀌었다.

    그렇게 다시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사회의 모든 가치판단은 부의 많고 적음으로 평가하는 자본주의적 사고가 굳어져 이성보다는 모로 가도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의식이 만연하여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기꾼과 흉포한 범죄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본래 성리학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인간이 지닌 이(理)와 기(氣)를 전제로 이가 앞서는지 기가 앞서는지를 출발점으로 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며, 나아가 이를 위해서는 먼저 배워야 한다는 주장과 알아야 행동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선지후행(先知後行)과 지행합일(知行合一)이 대립했지만, 자본주의가 만연된 2000년대에서는 이전보다 더 배우고 더 많이 알게 된 현대인들이 사회의 주류를 이루면서도 실천하지 않거나 달리 행동하는 이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데 모두에게 필요한 공동선(共同善)조차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간에 커다란 인색의 갭이 존재하면서 사회는 갈가리 찢기고 갈라져서 발전은커녕 갈등과 대립만 무성하고 있다.

    이념의 대립으로 남북이 분단된 지 어언 70여 년, 여전히 전쟁의 위기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방은 절실한 생존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한미동맹에 근거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안주한 채 자주국방을 소홀이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거액의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 군수물자 개발과 도입과정에서 업자와 결탁하여 하늘과 바다, 육지에서는 항공기가 추락하고, 탱크가 멈춰 섰으며, 배가 뜨지 않는 무기를 가지고 장병들이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을 모격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국고손실은 물론 국방력에 커다란 허점을 초래한 범법자들이 말단 실무자가 아닌 각 군 최고사령탑들이었다는 사실에서 더욱 울분을 금할 수 없는데, 이들을 횡령이나 배임이 아닌 적을 이롭게 하는 여적죄나 반역죄로 엄중히 처벌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군 지휘관들도 이미 성리학적인 사고보다는 물질위주의 자본주의에 더 물들어 나라와 백성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탄핵정국 속에서 대선이 가까워 옴을 느끼고 있는 정치인들은 앞 다퉈서 대권을 바라보며 전국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청년들에게 인기영합적인 군복무기간 단축이며 개병제가 아니라 모병제를 실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또, 그동안 이른바 고위층과 가진 자들의 자녀들, 그리고 자신의 얼굴과 몸매를 무기로 떼돈을 버는 스타라는 이름의 연예인과 프로선수들은 온갖 위법과 불법행위를 자행하다가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신의 자식’이니, ‘어둠의 자식’이니 하는 자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조차 국제경기에서 입상을 하면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등 군복무를 마치 어떤 행위에 대한 보상이나 특혜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불만스럽다.

    설령 모든 제도와 취지가 국민들에게 공감한다 하더라도 IMF 외환위기 이후 근 20년이 되어가도록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의 경제상황은 지하도와 길거리마다 실업자와 노숙자가 그득하고, 대학을 나온 청년실업자가 즐비한데, 복무기간을 단축한다면 그만큼 양산될 더 많은 청년 실업인력들은 어떻게 소화시킬 것인지도 궁금하다. 오히려 그들은 일자리를 달라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새로운 저항세력으로 변하지는 않을는지…….   작금의 실상은 핵무기 개발로 한반도 나아가 세계를 상대로 핵 공갈에 나선 북한의 처사를 눈앞에 두고도 국방력 강화와 방산비리 척결 보다 미국의 핵우산에 안주하는 자세에 실망하면서 한미동맹도 좋지만, 자주국방을 위하여 핵개발을 선언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북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사상이 보편화기 전부터 유럽에서는 평소 백성들 위에서 군림하던 이른바 가진 자들이 하는 일 없이 빈둥대며 놀다가도 국가가 위기를 맞으면 솔선하여 무장하고, 전쟁터에 나가서 목숨을 기꺼이 바칠 뿐만 아니라, 거액의 재산까지 전쟁자금으로 출자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다수 서민들은 가진 자들이 국가를 위한 마지막 한 번의 희생정신이라 믿고 그들을 존경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으며, 이것을 상류층의 신분에 따른 의무인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고 하지만, 우리의 지성인과 가진 자들에겐 이런 최소한의 양식조차 상실된 것 같다. 우리의 지성인들은 권력자를 보좌하며 권력자의 잘잘못을 시정 권고하지 못하고, 권력자 밑에서 기생하며 호의호식한 대학교수와 고위 검찰관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어찌 이들을 위선자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에 정부의 눈치를 보며 요구하는 대로 천문학적 자금을 아낌없이 내주는 재벌의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원리는 사라지고, 독점과 폭리만 난무하여 백성들은 절망과 도탄에 빠지고, 모든 것을 재력으로 평가하는 천민자본주의는 결국 나라를 멸망시키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이들에게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백성의 기본적인 양심조차 잊은 것 같아서 측은한 마음까지 들지만,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검찰조차 권력의 시녀로 안주하다가 결국 특별검사의 수사로 벌거벗겨진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을 바라보면서 행동하지 못하는 지성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규탄한다. 이런 현상을 산업사회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너무 긴 과도기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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