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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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개정, 과연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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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검찰에 의해 한국정치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 임박한 가운데, 이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여당은 대통령의 불명예퇴진을 막고 그들의 정치적 삶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박대통령의 임기단축을 포함한 대통령중임제 또는 의원내각제로의 헌법개정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일부 이에 동조하는 의견이 있는 듯하다.
    사실 권력구조에 관한 개헌논의는 대통령 임기말이 되면 항상 단골로 제기되어 온 문제로,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하자거나 혹은 의원내각제로 바꾸자는 것이지만, 임기말에 이른 전임대통령은 시간이 부족해서, 새로 당선된 후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개헌을 논의하는 것을 꺼려해서, 결국은 개헌을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개헌주장의 취지는 독재자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1987년 도입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벌써 30여년이나 흘렀고 어느 정도 민주정치체제가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는 이를 대통령중임제나 의원내각제로 전환하여 대통령의 업무를 5년보다 좀더 긴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재임기간 5년을 반드시 짧다고만은 할 수 없는 기간이다. 과거 단임제 대통령들의 업적을 보면, 재임기간이 부족하여 업무를 추진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각종 부정부패 비리가 곪아터져 레임덕 현상만 심해졌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심지어 현 대통령은 누군가의 결재를 받아 통치하는 부통령에 불과하다는 모욕적인 말까지 듣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우리나라에 과연 민주정치가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상황이 이러한데 만일 중임제로 개헌한다면 이번에는 임기를 한차례 더 연장하기 위한 과도한 무리수가 행해질 것이 뻔하고 이에 따른 마찰과 국론분열로 우리나라 민주정치체제는 더욱 후퇴할 지도 모른다. 통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권이 있을 때 5년만 참고 지내면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것인지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하여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과도한 권력집중에 있고 이로 인한 국회의 위상 저하, 부정부패 비리심화 등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대통령제 자체에 기인하는 것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중임제, 즉 미국식 대통령제도 제3세계 국가, 특히 남미에서는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국회의 위상저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정치의 장’이 되어야 할 국회가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다수당과 소수지도자에 의해 움직이는 야당이 만나는 대리정치의 장으로 전락한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가장 심각한 폐단이었고, 이것이 의원내각제 도입을 주장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또한 야당이 국회다수당이 될 경우 여소야대에 따른 정국의 교착, 대통령 교체시 정책의 계속성 상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폐단들은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공통적 현상이고 우리나라에 특유한 현상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폐단은 꾸준한 제도보완과 정치적 노력을 통해 차분히 해결되어야 할 사항들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헌법상 대통령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과거 독재자에 의한 무소불위의 독재정치와 장기집권을 종식시키고 이를 통한 민주정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통하여 특정 독재자에 의한 권력연장 시도를 막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마침내 평화적 정권교체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집권이 불가능한 대통령단임제를 채택한 후 정치공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대통령단임제 실시의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단임제에 의하여 영원히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야당에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고 10년 후에는 국민들은 다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내 여야가 바뀐 상태에서 9년여가 지난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만일 현재의 정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여 이 정권에 계속 맡길 수 없다고 국민이 판단한다면 선거를 통하여 다시 정권을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만일 대통령 4년 중임제나 의원내각제로 개헌하였는데 국가운영을 만신창이로 만든 집권자가 계속 재임을 획책하여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실망감과 그에 대한 반발 및 국론분열은 어떻게 할 것인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대통령중임제와 의원내각제의 경험을 충분히 했고 그 부작용으로 이승만, 박정희의 독재정권을 경험했고 장면 내각의 몰락을 통한 의원내각제의 허술함도 경험했다. 의원내각제가 장기집권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아베정권이 대통령제만큼이나 강력한 장기집권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대통령단임제의 최대장점은 평화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정권교체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평화적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우리나라 정치사에 여전히 가장 필수적인 기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길든 짧든 5년의 기간 내에 청렴한 공직수행과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책만을 생각하면 된다. 무능부패한 대통령이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는 우리 정치풍토에서는 현행 헌법상의 대통령단임제가 필수적인 정치제도인 것이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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