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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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의민주주의와 직업공무원제의 위기: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위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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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지난 주에 썼던 글이지만 – 요즘 워낙 하루하루 새로운 충격거리가 많아서 – 헌법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데도 대통령기록보존법 위반문제만 부각되는 것 같아 답답한 심정에서 써 보았으니, 읽어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연설문 등을 사전에 유출하고, 외교, 안보, 국방, 인사 등에 대한 전반적 국정관여를 허용한 정황이 문제되고 있다.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의 경우에도 유사하였다. 최순실은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그와 같이 국정을 주무르면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고 재벌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이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였고, 청와대 비서실과 문체부 간부 등의 임면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의심되고 있다. 이 점에 관하여 헌법적 시각에서 문제제기를 해 보고자 한다.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국정을 대통령 본인이 수행하지 않고, 공무원조직을 벗어나, 민간인에게 중요한 국정운영과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용인하였다면, 이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업공무원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심각한 헌법위반행위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행정부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권한을 부여한 것, 그리고 많은 청와대 비서실 인사권이 부여된 것은, 대통령이 국가의 인적시스템을 잘 가동해서, “헌법을 준수하고…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헌법 제69조)을 믿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박근혜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신뢰와 막강한 권한을 주었던 것이며, 최순실에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어 공무원 인사문제를 좌우하였다면,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해하는 것이고(헌법 제66조, 제67조의 대의민주주의), 대통령의 ‘성실한 직무수행의무’를 위배한 것이며(헌법 제69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위반),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한 직업공무원의 신분(헌법 제7조)을 민간인이 좌우한 것으로서,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명한다.”고 한(헌법 제78조) 헌법취지에 위배된다. 이러한 위배행위는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대통령에게 부여해 준 신뢰(trust)를 배신한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행위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의 일부 일간신문의 기사를 보면, 대의민주주의와 직업공무원제가 헌법원칙인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내용이 드러나고 있다. 2013. 4.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한국마사회컵 승마대회에서 우승을 못해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출전권을 못 따자, 청와대의 지시로 문체부가 승마협회를 조사·감사하였는데,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자, 대통령이 2013. 8. 유진룡 문체부장관을 불러 동 조사·감사에 관여한 노강택 국장과 진재수 과장을 두고 공식석상에서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하고 경질을 지시하였고 이들은 산하기관으로 사실상 좌천되었다. 2014. 7. 유진룡 장관이 갑자기 면직되었고, 2014. 10.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문체부 1급 관리 6명의 일괄 사표를 받으라는 압력이 문체부 김희범 차관에게 있었고(유진룡의 경향신문인터뷰), 이들 관리들은 모두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퇴직하였다. 그 후 유승룡 장관의 후임으로 최순실의 지인 차은택의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김종덕이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또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이던 윤태용이 이례적으로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으로 승진 임명되었고, 그 부서가 미르재단의 설립인가를 하루만에 해 주었다.

    이러한 최순실 측의 문체부 인사 개입의혹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인사권의 자의적 행사이며,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서 공무원들을 ‘국민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사적 이익’에 복속시키는 것이다. 이는 직업공무원제도를 헌법상 제도로 인정하고, 이를 통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의 민주공화국 체제에서 매우 위험하고 중대한 헌법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엄밀히 규명되고, 앞으로 더 이상 국가의 헌법시스템이 ‘사적 파당(faction)’에 의하여 형해화 되지 않도록 모색하되, 필자가 보기에, 지금까지 존경할 만한 리더십을 보여준 대통령을 아무도 배출하지 못한, 이런 식의 대통령제를 과연 유지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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