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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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락자백 – 일본의 네 원죄(寃罪)사건을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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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

    ‘원죄(寃罪)’의 한자 의미를 살펴보면 원통할 원(寃), 허물 죄(罪)로,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의미한다. 실제 죄를 범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처벌받은 사건을 일본에서는 보통 원죄사건으로 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락자백 – 이 책은 실제 일본에서 발생한 허위자백과 관련된 원죄사건들 – 아시카가(足利) 사건, 도야마히미(富山氷見) 사건, 우쓰노미야(宇都宮) 사건, 우와지마(宇和島) 사건 – 을 설명하고, 위 각 사건에서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하게 된 이유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우리나라와 일본의 형사절차를 비교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수사과정에서 고문 또는 이에 준하는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문 등 물리적 위협이 없다 하더라도, 장시간의 수사, 자백 회유, 다른 여러 심리학적 원인으로 허위자백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에서 소개한 네 건의 원죄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2. 네 원죄(寃罪) 사건 – 아시카가(足利) 사건, 도야마히미(富山氷見) 사건, 우쓰노미야(宇都宮) 사건, 우와지마(宇和島) 사건)

    가. 아시카가 사건

    일본 도치기현 아시카가시의 한 파친코 가게의 주차장에서 1990. 5. 12. 4세 여아가 행방불명되었고(여아의 아버지는 파친코 가게 안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음), 다음 날 근처의 하천에서 여아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유치원버스 기사였던 스가야 토시카즈를 체포하였고, 검사는 DNA와 여아의 옷에 묻어 있던 DNA가 스가야의 것과 일치한다고 하면서, 감정의 정확성을 강조하며 스가야의 자백을 유도하였고 결국 스가야는 허위자백을 하였다. 당시 감정에서 DNA형이 일치할 확률은 0.12%였다. 스가야는 제1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했으나, 제6회 공판에서는 범행을 부인하였다. 우쓰노미야 지방재판소는 1993. 7. 7. 스가야에게 무기징역의 판결을 선고했다. 스가야는 항소, 상고하였으나 1996. 5. 9. 항소기각, 2000. 7. 17. 상고가 기각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스가야는 2002. 12. 25.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2008. 2. 13. 기각되었고 동경고등재판소에 즉시항고하였다. 2008. 12. 24. DNA 재감정을 명하였고 재감정 결과 스가야의 DNA와 여아의 DNA가 불일치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2009. 6. 23.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졌고, 2010. 3. 26. “당시의 DNA감정의 증거능력이 없고, 자백도 허위이므로, 스가야가 범인이 아닌 점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고 판시” 스가야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나. 도야마히미 사건

    도야마현 히미시에서 2002. 3. 13. 16세 소녀에 대한 강간미수사건 발생(이하 ‘제1사건’), 2002. 5. 별건의 강간사건(이하 ‘제2사건’)이 발생하였다. 경찰은, 각 피해소녀의 증언을 근거로 수사를 시작했고, 택시기사인 야나기하라 히로시(당시 34세)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피해자들은 야나기하라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야나기하라를 체포하여 4. 8.부터 3일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장시간 신문하였고, “너희 가족도 네가 범인이라고 했다.”라고 추궁하였다. 물론 이는 경찰의 거짓말이었지만, 가족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점에 절망한 야나기하라는 제1,2사건을 자백했다. 2002. 11.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되었고, 쌍방 항소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그런데, A가 2006. 11. 별건으로 체포되었는데, 도야마에서 발생한 제1사건, 제2사건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라고 자백하였다. A의 범행임이 확인되자 2007. 1. 17. 도야마경찰은 야나기하라의 가족에게 사죄하였고, 1. 19. 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야나기하라는 도야마지방재판소에 재심청구하였다. 1. 29. 도아먀지방검찰청의 검사장(檢事正)은 야나기하라에게 직접 사죄하였다.

    재심은 8. 22. 진행되었는데 검찰측도 무죄를 구형했고, 2007. 10. 10.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검사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야나기하라는 2009. 5. 14. 국가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2015. 4월 도야마지방재판소는 도야마경찰의 수사의 위법성을 인정하여, 도야마현에서 야나기하라에게 1966만엔을 배상할 것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는 확정되었다.

    다. 우쓰노미야 사건

    한 남성이 2004. 4. 29. 우쓰노미야 시내의 양과자점에서 식칼을 들이대여 현금 13만엔을 빼앗은 강도사건(제 1사건)이 발생하였고 동년 5. 6. 유사사건 (제 2사건) 피해액 6천엔이 발생하였다. 동년 8. 8. 우쓰노미야 시내의 노상에서 남자가 여중생 2명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2014. 8. 9. 지적장애가 있는 K가 폭행사건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경찰은 제1, 2사건에 관하여도 수사하였고, 자백취지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었다. K는 2004. 10. 22. 제1회 공판기일에서 모든 사건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였고, 검사는 2004. 12. 7. 제2회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하였다. 이후 K는 제1,2사건에 관하여 입장을 바꾸어 무죄를 주장하였다. 2005. 2. 17. 진범이 체포되었고, 2005. 2. 25. 제5회 공판에서 검사는 제1,2사건에 관하여 무죄구형을 했다. 2015. 3. 10. 제1,2사건에 관하여는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2005. 8. 4. K의 변호인단이 현과 국가에 위자료로 500만엔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 2006. 3. 1. 일본변호사협회는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라고 하여 현 경찰과 지검에 경고를 하였다. 2006. 3. 23. 우츠노미야시에 위자료로 82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 2008. 2. 28. 수사의 위법성이 인정되어 현과 국가는 100만엔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라. 우와지마 사건

    1998. 10. 에히메현 우와지마시내의 민가에서 예금통장이 절취되어 50만엔이 인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경찰은 피해자 자택에 흐트러진 흔적이 없는 점에서, 피해자의 친지 또는 지인의 범행으로 보아 절도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1999. 2 피해자 자택의 열쇠를 가지고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했던 아이치현의 남성을 은행의 CCTV에 찍힌 자와 닮았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추궁하였고 그는 4시간 만에 허위자백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다음 피의자신문부터는 범죄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하였다. 검사는 사기와 절도죄로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마츠야마지방재판소의 공판에서도 무죄를 주장하였다. 검사는 1999. 12. 21.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월을 구형하였고, 2000. 2. 25.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00. 1. 6. 고치 현에서 절도죄로 공판진행 중인 60세의 상습절도범이 수첩에 범행사실을 메모해 두었는데, 메모한 사건이 우와지마 사건이라는 점을 자백하였다. 이후 선고는 연기되었고, 2000. 5. 26.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피고인은 형사보상금으로 482만 5000엔을 지급받고, 구류 중 실직당한 것을 이유로, 국가와 현을 상대로 위자료 등으로 1,000만엔의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 진행 중 현이 500만엔, 국가가 100만엔을 피고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이 이루어졌다.

    3. 허위자백을 하는 이유 – 네 원죄 사건을 중심으로

    네 원죄 사건 – 아시카가 사건, 도야마히미 사건, 우쓰노미야 사건, 우와지마 사건은 대부분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다. 선진국 일본에서 비교적 최근에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위의 네 사건의 피의자들은 수사과정에서 전부 자백하였는데, ①아시카가 사건에서는 최초 DNA감정에서 감정결과가 합치한다는 것을 피의자에게 알리고 부인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하며, 자백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말하며 자백을 유도했다. ②도야마히미 사건에서는 수사관이 “가족들도 네가 했다고 말했다.”고 피의자의 가족들을 들먹이며 장시간 압박하였다. 하지만 피의자의 가족들이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었다. ③우쓰노미야 사건에서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강도 높은 장시간의 수사가 허위자백을 이끌었다. ④우와지마 사건에서는 수사관이 피의자를 범인이라 확신하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신문을 한 끝에 4시간만에 피의자가 울면서 허위자백을 했다.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시간의 수사 및 자백 회유에 있는 것 같다. 수사관이 여러 가지 증거를 들이대며 장시간 추궁을 하면서, 부인할 경우에 중대한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말하면 “아무리 부인해도 소용이 없겠구나. 이럴 바에야 인정을 하고 감형받자”라고 생각하여 허위자백을 하게 된다.

    미성년자이거나 지적장애자라면 특히 허위자백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수사관의 질문에 무심코 “예” 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다. 우쓰노미야 사건이 적절한 예이다.

    피의자는 자신이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인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백하면 당연히 경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여 허위자백을 할 수도 있다. 또는 자백할 경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다른 사람, 예를 들어 연인 또는 가족이 처벌을 받지 않거나 경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허위자백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4. 허위자백이 밝혀지는 경우

    아시카가 사건에서는 DNA 재감정으로, 도야마히미 사건, 우쓰노미야 사건, 우와지마 사건에서는 진범의 체포가 허위자백을 밝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DNA검사에 의하여 무고한 사람에 대한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음이 드러났는데, 살인 강간 등으로 실형이 선고된 기결수 중 180명에게 DNA검사를 실시하였고, 상당수는 허위자백에 의해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보고되었다 . Bedan과 Radeler의 보고서에 의하면 350건의 오판 중 49건이 허위자백으로 인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 간첩, 공안과 관련된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고문을 통하여 허위자백을 시킨 사건들이 여러 건 있는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그 중 일부 사건을 조사하여 실제 고문이 있었음을 확인한 후, 재심청구를 하여 무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5. 허위자백을 확인한 경우 변호인의 대처방안

    이 책에서 예를 든 사건에서는 대부분 변호인, 검사, 재판부가 모두 허위자백을 간파하지 못한채 판결이 확정되었고, 그 이후 재심을 청구하여 오판을 바로잡았다.

    그런데, 변호인이 수사 또는 재판 중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허위자백을 파악했다면 변호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한번 쯤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허위자백을 밝힐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사건의 진행상황에 따라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여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판결을 구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허위자백이라는 심증은 있으되 이를 밝힐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어떡해야 하나? 우리 대법원은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는 무엇이며,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는 어떠한지, 그리고 자백 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10277) 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 원론적이지만 대법원에서 밝힌 위 요건에 맞추어 의견을 주장해야 할 것 같다.

    6. 결론

    이 책은 일본의 형사법학자, 심리학자, 변호사들로 구성된 ‘진술증거 평가의 심리학적 방법에 관한 연구회’가 3년간 연구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위 연구회는 설원프로젝트라는 홈페이지를 제작하여 원죄사건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았는데, 확인할 수 있는 원죄사건의 수는 2016. 4. 24. 기준 155건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건의 원죄사건들이 있었지만 잠깐 언론기사가 나왔다가 잊혀지는 것이 반복되는 것 같다. 오판에 관한 논문들은 몇 건 있지만, 설원프로젝트와 같이 체계적으로 원죄사건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단체는 없는 것이 아쉽다.

    고문은 사라졌지만, 장시간의 수사, 자백을 유도하는 신문방법, 여러 가지 심리적 원인을 이유로 피의자가 허위자백을 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피의자의 허위자백을 방지하기 위해 체포,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인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기소 전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에 한하여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취약한 피의자(지적장애인, 미성년자 등)들에게는 피의자신문시에도 국선변호인이 참여하여 조력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끝

    변호사 이용민(부산지방변호사회 일본법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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