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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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에 있어서의 ‘방화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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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건의 내용

    피고인은 2014. 3. 20. 17:20경 어머니 A와 조카 B와 함께 동거하고 있는 부산 OO동에서, A와 B를 상대로 행패를 부리다가 B를 폭행하였고, 그 곳 화장실에 보관 중이던 라이터용 휘발유 약 50cc 가량이 들어 있는 휘발유용기를 들고 피고인의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몸과 방바닥에 휘발유를 뿌린 후,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를 손에 들고 있다가 얼마 후 현장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제지당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을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 폭행죄로 공소제기하였으며, 1심법원은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는 방화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폭행죄는 피해자와 합의되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14. 6. 27. 선고 2014고합189). 이에 검사는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는 방화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아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3년을 선고하였으며(부산고등법원 2014. 10. 2. 선고 2014노468) 쌍방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되었다.

    2. 1심 판결의 요지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예비자에게 현주건조물 방화죄를 범할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목적은 현주건조물방화죄를 범할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나, 그 목적은 범죄의 구성요건이므로 엄격한 증명의 대상으로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① “불을 지르려고 하였던 것은 아니고, 당시에 너무 화가 나서 휘발유를 몸에 부었다”, “엄마한테 협박하려고 뿌렸다. 엄마한테 나 죽는다고 공갈친거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은 경찰이 112신고를 받고 이 사건 주택에 도착하기 전까지 약 10-20분 가량 이 사건 주택에 있었고, 피고인이 뿌린 휘발유는 A가 인근 문구점에서 1,000원을 주고 구입한 것으로서 그 용기의 용량이 100cc에 불과한데 이 사건 당시 담겨져 있던 휘발유의 양은 그 용기의 1/2 정도인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의 몸과 방바닥에 뿌려진 휘발유의 양도 매우 적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주택에 방화할 목적으로 휘발유를 소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은 특별한 직업 없이 A, B와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 사건 당시 A에게 돈을 달라면서 행패를 부리다가 이를 제지하는 B를 때렸고, 이에 B가 112신고를 하였는 바, 이 사건 이전에도 이러한 피고인의 가정폭력과 B의 신고에 의한 경찰관 출동이 여러 차례 반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방화를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A와 B에게 겁을 주어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려는 목적으로 소량의 휘발유를 자신의 몸 또는 방바닥에 뿌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여기에다가, 예비, 음모죄는 예외적인 구성요건으로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비추어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주택을 방화할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2심 판결의 요지

    형법 제175조, 제164조 제1항에 규정된 방화예비죄는 고의 외에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방화죄를 범할 목적’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임이 그 법문상 명백하고, ‘방화죄를 범할 목적’에 대하여는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며, 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직업, 경력, 행위의 동기, 경위, 수단,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피고인은 80세가량의 어머니 A와 조카인 B와 함께 주거지에서 생활해 왔는데, 평소 직업 없이 무위도식하면서 생활비는 B의 망부가 국가유공자인 관계로 지급되는 유족연금 월 100만원 가량으로 조달해 왔다. 또, 피고인은 평소 술을 자주 마시면서 어머니와 조카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왔는데, 2011. 5.경에는 어머니를 폭행하는 피고인을 말린다는 이유로 외조카를 폭행하여 상해를 가하고, 자고 있는 외조카의 신체 옆 방바닥을 칼로 내리찍는 등의 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였다. 게다가 이전에 피고인은 어머니와 다투다가 강아지가 짖는다는 이유로 4층 베란다에서 아래로 던져 죽이는 등 평소 다혈질에다 폭력적이고 감정기복이 심한 행태를 보여 왔다.

    이 사건 당일에도 피고인은 술에 만취해 A에게 돈 문제로 행패를 부리던 중 B이 그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려 하자 뺨을 2회 때렸고, 이에 B이 112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그것을 지켜본 피고인은 곧바로 화장실 선반 위에 있던 라이터 기름용 휘발유통(그 용량은 100cc정도이나 휘발유를 일부 사용하고 당시에는 50cc이상 남아있는 상태였다)을 방으로 들고 들어와서는 A와 B를 향하여 “다같이 죽자”라고 하면서 자신의 몸과 방바닥에 휘발유를 뿌리는 한편, 한쪽 손에 라이터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A가 피고인의 손과 몸에 매달려 한사코 저지하면서 실랑이를 하여 불을 붙이지 못하고 있던 중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범행을 종료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휘발유를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방바닥에도 뿌리는 한편, 만류하는 과정에서 A의 옷과 귀에도 휘발유가 묻었으며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방안에는 옷가지 등 가연성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피고인은 경찰에서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던 중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죽어버리자고 하면서 화장실에 보관 중인 휘발유를 가져와서 저의 몸에 뿌리고 일부가 어머니의 옷에 묻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증거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은 라이터를 소지하고 불을 붙이려 하였음에도 수사기관 조사 이후 마치 그것을 소지하지 않은 양 부인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평소 폭력적이고 다혈질적인 성향, 어머니나 조카 등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폭행을 일삼는 한편, 흥분하면 과격한 행동을 불사하는 과거 행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경위 등에다가 휘발유는 인화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비록 소량이라 하더라도 일단 발화가 되면 순식간에 불이 옮겨 붙게 되어 그 위험성이 매우 큰 점, 어머니나 조카에게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정도로 휘발유와 라이터를 소지하였다는 것은 당시 범행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흥분하게 된 경위나 주취상태, 평소 성향 등에 비추어 추단하기 어려운 점 등을 아울러 고려해 보면, 피고인은 만취상태에서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는 조카의 행동에 분노한 나머지 주거지에 불을 놓으려는 의사로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손에 들었다 할 것이어서 ‘방화의 목적’이 있었음이 넉넉히 추단된다. 그런데도 원심이 ‘방화의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 하여 위 현주건조물방화예비의 점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을 잘못 인정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때에 해당한다.

    4. 대상 판결에 대한 평석(‘방화의 목적’의 인정 기준 관련)

    형법 제164조 제1항은 현주건조물방화죄를 규정하고 있고, 제175조는 제164조 등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처벌한다고 되어 있어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가 목적범임을 알 수 있다.

    제175조에 의하면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는 목적범이므로 예비행위에 대한 고의 이외에도 ‘기본범죄를 범할 목적’이 필요하다. 그 목적인식의 정도에 관하여, 1)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분하다는 견해, 2) 확정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학계에서는 처벌범위의 부당한 확대를 막기 위하여 확정적 인식설을 지지하는 학자가 다수이나, 하급심 판례에서는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방화의 목적’의 인식은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분하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 사건 1, 2심 법원의 견해가 일치하며, 목적의 존재 여부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1심 법원에 비해 2심 법원이 보다 자세히 판시하고 있다.

    1심 법원은 ‘목적’은 범죄의 구성요건이므로 엄격한 증명의 대상으로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하였고(다만 2심 법원과 달리 구체적인 판단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다), 2심 법원은 ‘목적’이 구성요건이며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직업, 경력, 행위의 동기, 경위, 수단, 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우선 ‘방화의 목적’의 인식은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분하다는 대상판결의 판단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확정적 인식을 요구하게 되면 입증의 어려움으로 예비죄의 처벌이 거의 불가능해질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목적’의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방법은, 예비행위의 무정형성으로 인하여 어떤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기는 어렵기에 2심 법원과 같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적절하며, 증명의 정도에 관한 표현은, 필요에 따라 일부 죄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처벌 하기로 한 예비죄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1심 법원의 표현이 보다 알기 쉽고 적절해 보인다.

    5. 결어

    대상판결은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방화의 목적’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하급심 판결로 보여진다. 근시일 내에 현주건조물방화예비죄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가 나오길 기대한다.

    부산형사전문변호사 이용민(sacredeye11@gmail.com) 051-951-6661, www.ymlaw.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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