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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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카촬영죄,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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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 판매, 임대,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몰래카메라촬영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몰카촬영죄의 성립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얼마 전 있었다. 지나가는 여성이 자신의 스타일이라며 엘리베이터 안까지 뒤따라가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20대 남자가 몰래카메라촬영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1심은 무죄를, 2심은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무죄의 판결을 내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앞으로 맘에 드는 여성이 지나가면 뒤쫓아가 몰래 촬영해도 범죄가 안 된다는 뜻인지 혼란스럽다.
    이 사안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피고인이 촬영한 것은 서 있는 피해자의 앞모습이고 가슴을 중심으로 한 상반신 부위로서, 노출된 부분이 없어 고도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로 보기는 어렵지만, 피해자에게 관심이 있어 엘리베이터까지 쫓아가 촬영했다는 피고인의 촬영의도 및 피해자 모르게 은밀히 이루어진 촬영경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껴 다음 날 경찰에 신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의 촬영 의도와 경위, 피해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비록 사진에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노출되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인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봄은 타당하지만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는 어렵다”며 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에 대하여 “당시 피해자는 목 윗부분과 손을 제외하고는 외부로 노출된 신체부위가 없는 상태였고, 촬영된 피해자의 신체부위가 피해자와 같은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촬영된 사진의 신체부위가 ‘일반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볼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어야 범죄가 성립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 성적 욕망은 주관적 감정상태일 뿐 객관적으로 보편화된 감정은 있을 수 없다. 예컨대 벗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성적 욕망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지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상적인 모습을 보고도 성적 욕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성적 욕망은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주관적 감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일반인의 생각을 상상해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소지가 있다.
    형법상의 절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면 범죄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위 규정을 보면 단순히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일반인이 성적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기준은 표현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성적 욕망은 범죄자를 기준으로 해서도 판단해야 한다. 결국, 위 사안의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몰래 촬영했고 범죄자는 그 성적 욕망을 충족했으며 피해자는 수치심을 명백히 느꼈다면 위 항소심과 같은 적극적 판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법률규정의 문구에만 집착한다면, 예컨대 인터넷도박, 인터넷사기, 인터넷모욕 등에 대하여 형법상 도박죄나 사기죄, 모욕죄를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형법규정상 “인터넷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라는 구성요건이 없음에도 인터넷범죄를 단순 사기죄와 도박죄,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경우라면 문구에 집착하기보다는 ‘성폭력범죄의 절대방지와 피해자보호’라는 입법목적을 충실히 고려하여 판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사료된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이 일단 그러했으므로 앞으로 발생되는 유사한 범죄에 대하여 이를 단속할 필요성을 검토해 몰래카메라 촬영죄의 구성요건을 수정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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