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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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크로와 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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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에스크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듯한데, 전자상거래의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상태로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겠으므로, 그에 대한 다소간의 혼선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에스크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는 에스크로인 경우도 꽤 있다. 어떤 거래와 관련하여 매도인과 매수인이 각각 신용 있는 제3자에게 이행하고, 제3자가 그 결과를 차질없이 교환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에스크로이다. 중소규모의 M&A와 관련하여 변호사가 이 역할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에스크로와 관련하여 제3자가 수탁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제3자에게 이행하여 두는 것이 신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관계가 논리필연적으로 신탁이라 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이 신탁임을 또는 신탁이 아님을 명시해두는 경우는 그 법적 성격에 대한 불투명한 점은 없을 것이고, 그러한 점에 대해 명확히 해두지 아니한 경우에 신탁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판례를 보면, 꼭 에스크로에 대한 경우는 아니지만 변호사가 그 업무와 관련하여 보관하고 있는 의뢰인의 자금 등에 대해 신탁이라고 인정한 경우가 있다. 법리의 측면에서 보면 ‘묵시신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의 경우 신탁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령 매도인이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한 서류를 모두 맡겨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소유권의 이전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므로 당사자들의 의사가 신탁설정을 의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신탁설정이 이루어졌다고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에 대해 신탁을 설정하면 등기부상에도 ‘신탁’을 등기원인으로 하여 이전등기가 이루어진다. 등기원인은 어떻든간에 하여간 이전등기가 경료되지 않으면 제3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지 않으므로 묵시신탁을 인정할 여지도 없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등기가 안된 부동산에 대해서는 신탁이 개재되지 아니한 에스크로라고 하여야 한다.
    이 글의 주장은, 요컨대 에스크로와 신탁은 다른 것이며, 신탁을 도구로 사용하는 에스크로와 그렇지 않은 에스크로가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에스크로라고 하면 당연히 신탁인 것으로 이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관점을 달리하여 일반인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거래실태를 보면 계약금의 지급부터 잔금 지급까지 통상 한 두 달 정도가 걸린다. 나아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거래비용에 대한 인식을 고려해보면, 통상은 신탁을 의도하였다고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법의식 하에서는 묵시신탁의 인정도 신중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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