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진우
  • 법무법인(유한)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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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와 대법원 판결의 부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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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7. 23. 형사사건 성공보수에 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남달리 가슴이 답답했다. 당장 다음날 지인이 상담한 형사사건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약정을 맺을지도 고민이 되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회의감은 특정한 직역에서 수십년 넘게 유지되어 온 보수체계 등이 아무런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부정되어도 좋은가라는 점이었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타임차지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되고, 잘못된 관행이 시정될 수 있다면 물론 좋은 일이지만, 이러한 취지와 별개로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2. 성공보수 시스템은 변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해 사건의 의뢰인이야 말로 오히려 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며, 충분한 자력이 없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성공보수 시스템이 사라지는게 과연 좋은 일인지 충분한 의견 수렴의 과정이 있었어야만 했다. 이번 판결은 엠바고까지 걸려가면서, 마치 정보기관의 군사작전처럼 매우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게 과연 그런 대상이 되는가? 대법원의 입장처럼 이번 판결이 전관예우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이 더욱 공론화되고, 이에 대한 변호사 업계의 입장, 학계의 입장, 시민단체의 입장들이 충분히 수렴되었어야 한다.

    3. 판결문을 보고 수많은 변호사들이 회의감을 느꼈던 이유는 그저 ‘성공보수’의 박탈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이번 판결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을 지나치게 폄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관은 세계 어느 나라의 법관들과 비교하더라도 더욱 우수한 집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판사라고 해도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다. 그리고 세상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비유형적 거래와 관습들이 쟁점이 될 경우, 가뜩이나 업무량이 많은 판사는 재판과정에서 오판을 할 여지가 많다. 결국 수많은 사안에서 실체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실관계를 정제된 언어로 설명해주고 서면으로 요약해줄 변호사가 필요한 것이다. 더구나 형사절차라면 오히려 더더욱. 개인적으로는 이번 판결에서 드러난 대법원의 인식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이런 식이라면 변호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방어권의 보장은 왜 필요한가?

    4. 당연히 성공보수 시스템에는 단점이 존재한다. 똑같은 노력을 하였어도 승패에 따라서 약정된 성공보수금을 받을 수도 있고, 아무런 금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결과 그 자체와 다소의 우연성에 좌우되는 시스템은 분명 불합리한 점이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타임차지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변호사의 소중한 땀방울과 할애한 시간이 합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 이 판결의 순기능이자 업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성공보수 시스템과 타임차지 시스템의 득과 실을 따지고, 이를 제도화 하는 것은 입법부의 역할이 아닐까? 대법원이 앞으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는 무효라고 선언한 것은 과연 온당한 사법부의 역할일까? 혼란스럽다.

    5. 당시 나는 어린 학생이었지만 과거 의약분업 사태가 터졌을 때 수많은 의사들이 “우리 망했다”고 한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과도한 리스비용 때문에 폐업했다는 의사는 들어봤어도, 의약분업 시스템 그 때문에 폐업을 했다는 의사는 잘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그 이후 정작 대한민국의 수많은 의과대학은 역사상 유례없는 최상위권 입시생을 받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였다. 다소 경우가 다르지만, 이번 판결로 인하여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노력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진심으로 기쁠 것 같다. 이번 판결이 변호사들에게도 호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다만, 타임차지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우리나라에서 과연 원만하게 계약관행이 자리잡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에서 나타난 대법원의 변호사를 바라보는 시각,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견되는 사항을 규율함에 있어서 의견수렴 절차의 부재, 입법부의 역할을 대신한 듯한 대법원의 판시사항 등은 큰 씁쓸함과 회의감을 준다.

    7.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하면서 내걸은 명분이 “상고법원은 구체적 사건에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대법원은 사회 전체에 큰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었는데, 대법원이 말한 정책법원의 기조가 이런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당장 결혼정보회사의 성혼사례금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인륜지대사를 금전과 결부시키다니 이보다 더한 반사회적인 행위가 어디 있나? 꼭 개별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특정 직역에서 나름의 합의에 따라 형성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부정당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충분한 의견수렴과 대안의 모색이 선행될 때 대법원의 판결도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8. 내가 아직 부족한게 많아서 그런지 납득이 안가는 점도 많았고, 지난 목요일 이후 변호사로서 조금 회의감을 느꼈다. 솔직히 법조계에 정말 뛰어난 분들 많은데, 그런 분들이 이런 순간에 그 능력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이번 판결에 대한 부당함 및 비판과 별개로 법조계가 올바르게 발전하고, 더이상 대단한 직업도 아닌 변호사가 적어도 노력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지위는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열정페이’인데, 이러다 나중에는 ‘열정’만 남을까봐 걱정이다. 뭔가 답답함이 있어서 다소 주제넘은 글을 남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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