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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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피운 남편(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어느 경우에 허용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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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피운 남편(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어느 경우에 허용돼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며칠 전 서울가정법원은 혼인관계의 파탄을 이유로 유책배우자인 남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바람을 피우고 다른 여자와 사실혼관계에 있는 남편의 이혼청구를 허용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언론은 ‘바람을 피운 남편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더니 왜 허용하였나?’ ‘바람난 남편 이혼 허용, 파탄주의 첫 적용’ 등의 기사를 쏟아낸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위와 같은 기사내용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우선 대법원 판례를 명확히 파악해 보자.

    대법원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다만 상대방도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아니하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1033 판결). 결국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주된 이유는 가능한 가정의 해체를 막아 미성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남성에 의한 여성의 축출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성이 없는 경우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받아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서 대법원은, “혼인 파탄에 배우자 양쪽의 책임이 경합하고, 배우자 일방이 혼인관계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형식적인 혼인관계의 유지는 다른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줄 것이며, 이혼청구를 한 유책배우자의 잘못이 이혼청구를 배척할 정도로 중대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될 수 있다는 것(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2130 판결)”이라거나 “갑과 을의 혼인은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것이며,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목적과 민법의 지도이념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혼인관계의 파탄에 대한 갑의 유책성이 반드시 갑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갑과 을의 혼인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에 정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는 이혼원인이 존재한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므1256 판결)는 판결도 있었다.

     

    그러다가 대법원은 2015. 9. 15. 선고 2013568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책주의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경우(파탄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예외)를 좀 더 구체화 시켰다.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 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라는 종전의 예외사유 이외에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에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탄주의 예외사유를 위한 판단요소로, 유책배우자의 책임의 태양․정도,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당사자의 연령, 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인 생활관계, 별거기간, 부부간의 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혼인생활의 파탄 후 여러 사정의 변경여부, 이혼이 인정될 경우의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미성년 자녀의 양육, 교육, 복지의 상황, 그 밖의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며칠 전의 서울가정법원의 판결이 파탄주의를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도 아니고, 그동안 우리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한 이유는 ’25년간 별거하면서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사라졌고, 남편의 혼인파탄 책임도 이젠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희미해졌으며, 또 남편이 그간 자녀들에게 수억원의 경제적 지원을 해왔고, 부인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혼을 허용해도 축출이혼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부인이 이혼을 원치 않고 있지만 이는 실체를 상실한 외형상의 법률혼 관계만을 형식적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혼인생활을 계속하라 강제하는 것은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 전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일치하는 것이다.

    참고로 서울가정법원 같은 재판부는 축출이혼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는 무단가출해 가정을 돌보지 않고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았으며, 아버지 없이 성년에 이른 두 자녀에게 별다른 죄책감 없이 20년 이상 살아온 아파트에서 나가라고 하는 등 배우자로서 부양의무, 성실의무를 저버렸다”고 하며, “원고 태도로 미뤄볼 때 이혼 청구가 인용되면 배우자는 대책 없이 ‘축출 이혼’을 당해 참기 어려운 경제적 곤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배우자와 자녀들이 정신적ㆍ사회적ㆍ경제적으로 가혹한 상태에 놓여 이혼 청구인용은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

    그러므로 현재 법원의 확고한 입장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유책배우자가 가족들에 대한 부양의무를 다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또한 이혼으로 인하여 상대배우자가 어려운 상태(경제적인 것과 건강상태 등을 중심으로 고려함)에 빠지는 등의 축출이혼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독일에서 유책주의에 근거해 이혼판결이 내려진 후 상대배우자가 다시 한국에서 우리 법에 따라 이혼청구를 한 사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이 독일에서의 이혼판결을 인정하되 다만 위자료에 대해서 우리 법에 따라 재판을 한 판례가 있다. “독일 국적의 남편이 독일 법원에 이혼 소송을 낸 것을 두고 한국 민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여러 요건을 고려할 때 독일 이혼 판결이 한국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판단했다. 다만, 혼인 파탄의 책임은 남편과 독일 여성에게 있다”며 “두 사람은 원고에게 위자료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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