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엄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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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유책주의(7명,대법원장) vs 파탄주의(6명,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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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한적 유책주의(다수의견)와 제한적 파탄주의(반대의견) 근접

    재판규범(하급심)과 행위규범(일반 국민)으로 역할할 것으로 기대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오후 2시 혼인파탄에 책임있는 배우자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3므 568 판결).

     

    15년 전 집을 나가 혼외자를 낳은 A씨가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건의 제1심과 항소심은 종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혼인 파탄에 책임있는 A씨는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이혼제도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 부양, 협조, 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이른바 유책주의(有責主義)와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아니하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허용하는 이른바 파탄주의(破綻主義)로 대별할 수 있다.

     

    대법원은 1965년 혼인파탄에 책임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고, 우리 민법이 재판상 이혼사유와 관련하여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다고 해석해 왔다.

     

    이와 같은 유책주의는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어 왔으나, 5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급심을 중심으로 유책주의의 예외가 점차 넓게 인정되었고, 대법원도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되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예외를 점차 확대해 왔다.

     

    그러다가 대법원은 A씨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판례변경 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지난 6월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오늘 대법원 선고에 나타난 대법관들의 입장은 팽팽하게 나뉘었다. 주심인 김용덕 대법관을 포함한 6명의 대법관은 파탄주의 입장으로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6명의 대법관 등 7명은 유책주의 입장에서 종전 판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드러났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 단계에서는 파탄주의를 도입하기에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①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②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원용하였다.

     

    이는 종전에 대법원이 인정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경우까지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

     

    한편, 김용덕 대법관을 비롯한 6명의 대법관들은 원심을 파기하여 항소심으로 하여금 다시 판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얼핏 보면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유책주의)과 반대의견(파탄주의)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대의견(파탄주의)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이혼으로 인하여 파탄에 책임 없는 상대방 배우자가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양육, 교육, 복지를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혼인기간 중에 고의로 장기간 부양의무 및 양육의무를 저버린 경우, ㉣이혼에 대비하여 책임재산을 은닉하는 등 재산분할, 위자료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 상대방 배우자를 곤궁에 빠뜨리는 경우 등과 같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한다면 상대방 배우자나 자녀의 이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정의․공평의 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 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객관적인 사정이 부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제6호 이혼사유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결국 다수의견(유책주의)은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되, 예외 사유(위 ① 내지 ③)가 있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의견(파탄주의)은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제6호 이혼사유에 해당하고, 예외 사유(위 ㉠ 내지 ㉣)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혼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로 보는 것보다는 제한적 유책주의와 제한적 파탄주의로 보는 것이 판시내용과 부합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유책주의)과 반대의견(파탄주의) 모두 현행 민법상 이혼 후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부양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유책주의)은 이혼 후 부양책임 등에 관한 아무런 법률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시했다. 반대의견(파탄주의)은 이혼 후 부양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이혼 후 부양을 인정하는 법제에서 인정하지 않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에 대한 청산뿐 아니라 이혼 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에 대한 배려 등 부양적 요소가 함께 고려되고 특히 퇴직연금수급권에 대한 재산분할이 인정된다는 것을 이유로 이혼 후 생활보장 내지 부양도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면서 이를 파탄주의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이라고 보았다.

     

    현행 민법하에서도 이혼 후 부양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민법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민법 제826조 1항),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협정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 기타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정한다”(민법 제977조)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826조는 부양의무자를 규정한 민법 제974조의 특별규정이기 때문에 부부간 부양의 정도와 방법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협의(협정)가 되지 않으면 부부 일방(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재산분할청구권과 규범 구조가 같다.

     

    즉, 민법은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민법 제839조의2)고 규정하고 있는데, 재산분할에 관하여 부부가 협의가 되지 않으면 부부 일방(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정하게 된다.

     

    다수의견(유책주의)은 “혼인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부부의 실체를 이루는 신분상 계약으로서, 그 본질은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민법 제826조 제1항), 이는 혼인의 본질이 요청하는 바”라고 지적했다.

     

    다수의견이 적절하게 지적하는 바와 같이 ‘혼인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신분상 계약’이기 때문에 혼인해소 전에 부부사이의 협의(협정)나 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부부간 부양의 정도와 방법을 정할 때 ‘이혼 후 부양’에 관하여 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실제 협의이혼을 하면서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 명목 또는 배우자의 생활비 명목으로 일정한 재산을 이전해 주거나 일정 기간 금전을 지급하거나 두 가지가 병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판상 이혼절차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조정이 성립되는 경우도 많다.

     

    실무상 당사자의 협의(협정)나 법원의 재판(조정조서)에 의하여 이혼 후 부양 문제가 해결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우리 민법에 이혼 후 부양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대법원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두고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고수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공개변론을 열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한 일반 국민과 법률가 그리고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원의 노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닐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건을 해결하는 하급심 재판부와 소송대리인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게 훌륭한 재판규범과 행위규범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앞으로 해석론과 입법론의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것도 매우 뜻 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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