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하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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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良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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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옳다고 믿는 대로 법의 테두리 내에서 판단해야 진실이 규명되고 정의가 세워진다. 이렇듯 법관의 양심은 사법신뢰의 바탕이자 핵심이다.

    양심이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의식이다. 인간의 의식 속에 자리하여 어떤 행위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주는 권위 있는 힘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내면의 확신인 양심에 따라 행동하면 편안함을 느끼지만 양심을 거역하면 불편하고 불안하다. 잘못된 행동을 경고하는 진지한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양심은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하여 올바른 행동으로 인도하고 결정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법관이 주재하는 법정에서 법관은 법과 양심이라는 나침반에 따라야

    하지만 인간 내면의 법정에서는 양심이 바로 인간 행동의 재판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형사법정에서 증인은 양심에 따라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하지만 한국의 위증죄 건수는 일본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한다고 한다. 다운계약서, 탈세, 위장전입, 병역기피, 표절, 전관예우 등은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물질과 욕심 때문에 양심이 병들고 뒤틀리고 타락한 결과다. 거짓말공화국, 양심 없는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사법부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 즉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의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들은 양심의 목소리라고 주장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로 보는 것이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는 신성한 국방 의무 앞에 열외가 없고 평등해야 국가안보가 굳건히 세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인원이 연간 약 600명에 불과하다면 그들로 인해 국가안보와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방산비리가 우리를 더 불안케 한다.

    사람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는 각자의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 바로 양심의 자유가 인간의 존엄과 기본권의 핵심이다.

    자유민주주의적 법치국가는 대체복무처럼 대안적 행동가능성을 부여해서 양심의 충돌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간 살상을 위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이행할 수 없다는 양심의 결단을 내렸다면 정당한 병역거부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설사 양심을 빙자하여 국방의 의무를 면했다 하더라도 교도소에 가둘 것이 아니라 가책과 후회의 형벌로 평생을 살아가게 해야 한다. 법원은 판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 법과 양심에 따른 법관의 판결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시민의 양심의 결단도 믿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 이 글은 2015년 9월 3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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