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이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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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법안의 신속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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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계 미국인인 이론물리학자 미치오 카쿠(加来 道雄)가 쓴 ‘마음의 미래(THE FUTURE OF THE MIND)’라는 책에는 우리가 ‘느끼는 현실’은 ‘진정한 현실’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를 들어 여행하다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마주쳤을 때 ‘매끄러우면서 한편의 영화 같은 파노라마’라고 느낀 적이 있을텐데, 인간의 시계(視界, field of vision)에는 시신경이 연결되지 않은 부위가 있어서 실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점이 곳곳에 찍힌 이상한 풍경이다. 이것을 두뇌가 수정하여 매끄러운 풍경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우리 눈에 보이는 영상 중 일부는 잠재의식의 보정작업을 거쳐 조작된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뇌의 수정작업은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뿐만 아니라 귀, 코, 입, 피부 등 오감각을 통하여 들어오는 정보 거의 모두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취사선택과 수정을 거쳐 현실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고정된 사물을 보는 것이 이러할 진데, 변화무쌍한 사회현상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더더욱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취사선택을 하여 인식한다. 사회과학에서 그토록 학설이 많은 것은 이러한 인식의 다양성 때문이다. 그렇게 보정된 인식을 문자나 언어를 사용하여 지식정보로 체계화해서 공유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집단을 형성하여 사회를 지배하고자 한다.

    일찍이 성현들이 그러한 인식의 차이와 분별로 인하여 생기는 갈등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다양성을 인정하되 분별이나 차별의식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 보는 시각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에서 오는 불편함보다 분별에서 오는 편리함이 역사의 발전이라고 하면서 여태껏 지내오고 있다.

    우리사회를 흔히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한다. 즉 법률에 의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되, 그 법률은 국민의 대의기구에서 만들도록 한 것이다. 대의제 법치국가에서 어떤 사안에 대하여 국민의 대다수가 승인하고 그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서로 설명하고 설득을 하여야 한다. 그 첫 단추는 대다수 중산층과 중도적인 국민의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고, 최후 결정의 평범한 원리는 다수결의 원칙이다.

    19대 국회도 이제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다. 소액사건심판법개정안 등 민생법안과 국가중대사를 결정할 개혁적인 법안들이 발을 동동구르며 기다리고 있는데, 2012년 국회법개정으로 도입된 필리버스터(Filibuster)로 인하여 5분의 3이상의 ‘가중다수결’이 아니면 법안처리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필리버스터는 국민에게나 국회의원에게나 언제든지 입장이 바뀔 수 있는 다수당이나 소수당이나 모두에게 양날의 칼의 기능을 한다.

    애써 마련한 법안에 대한 지연처리와 4년의 입법기 종료로 인하여 자동폐기되는 문제가 동시에 표출될 이번 회기에서는 입법기능의 마비라고까지 비판을 받아온 필리버스터를 최소화함이 바람직하다. 분별된 시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중도실용적 시각으로 중산층의 살림살이에 직결되는 민생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통하여 법공동체의 대의를 수렴하는 의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 이 글은 2015년 8월 10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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