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엄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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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거’ 및 ‘이혼’과 ‘부부간 부양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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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와 관련된 문제

     

    가. 지난 2015. 6. 26.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 사유와 관련하여 이른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것인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재판상 이혼사유와 관련하여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라는 이름으로 논의한다. 

    나. 재판상 이혼 사유와 관련하여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생략하고 대법원과 하급심 실무상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하는 주된 근거로 이혼 후 혼인파탄에 책임이 없거나 책임이 적은 배우자의 이혼 후 부양문제다. 

    다. 이와 관련하여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유책배우자에게 상당한 자력이 있거나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경우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유책배우자에게 자력이 없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상대 배우자는 이혼 전후를 불문하고 부양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 별거부부의 부양문제와 이혼 전 재산청산 문제

     

    가. 부부가 별거를 하는 경우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부부 일방(자산이나 급여소득 등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남편과 그렇지 못한 아내가 별거를 하는 경우가 주로 문제되지만 남편과 아내의 상황이 바뀐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이 상대 배우자에게 부양의무를 정기금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는 학설과 재판 실무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런데 경제적인 능력이 되지 않는 부부 일방(특히 자녀를 부양하는 경우)이 상대 배우자에게 부양의무 이행으로 부동산 등 일정한 자산의 이전(명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나. 부부 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배우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부양의무를 이행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은닉하거나 소비하는 경우 다른 배우자는 부부공동 재산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이혼을 청구함과 동시에 재산분할을 청구하게 된다. 그런데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재산분할 이외에 부부 공동재산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은 없을까? 부부공동 재산을 보전하기 위하여 반드시 이혼을 선택해야만 할까? 이혼을 하지 않고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부부 일방이 다른 배우자를 상대로 부양을 원인을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방법이 현행법상 가능한지 살펴본다. 

     

    3. 이혼급부로서 부양 : 이혼을 전제로 부부사이에 부양에 관한 협정을 하거나 부양을 구하는 심판을 구할 수 있을까? 

    가. 부부사이에는 부양의무가 있고(민법 제826조 1항),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민법 제833조). 

    나. 부부 사이의 과거의 부양료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민법 제826조가 규정하고 있는 부부간의 상호부양의무는 부부 중 일방에게 부양의 필요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 터 잡아 부양료의 지급을 구함에 있어서는 그 성질상 부양의무자가 부양권리자로부터 그 재판상 또는 재판외에서 부양의 청구를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행지체에 빠진 이후의 분에 대한 부양료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음에 그치고 그 이행청구를 받기 전의 부양료에 대하여는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형평에 맞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1.10.08. 선고 90므781 판결)”라고 판시하는 것은 부부의 공동생활비용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간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민법 제883조에 비추어 수긍할 여지가 있다. 

    다. 부부 일방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른 배우자는 부양에 관한 협정을 하거나 가정법원에 이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가사소송법은 민법 제826조에 근거한 심판청구와 민법 제976조부터 제978조까지의 규정에 의한 부양에 관한 처분을 다른 것처럼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재판실무에서는 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라. 하급심의 실무상 부부 일방이 다른 배우자를 상대로 부양료를 구하는 심판청구를 하는 경우 심판청구서가 상대방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 혼인해소시까지 부양료 지급을 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심판청구서의 청구취지에서 대부분 혼인해소시까지 부양료를 정기금으로 구하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 민법 제974조 내지 제979조를 부양에 관한 총칙규정으로 볼 경우 부부사이의 부양에 관하여도 민법 제977조가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민법 제977조는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협정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 기타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의이혼을 하는 경우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든 없든 부부 일방이 상대 배우자에게 일정한 기간 동안 부양료(자녀의 부양료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를 지급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민법 제977조에서 정한 부양에 관한 협정이라 할 것이고, 이는 민법 제978조에 따라 당사자간의 협정이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변경 또는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부양에 관한 협정이 된다. 

    바.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남편과 처가 이혼을 하면서 그 사이에서 출생한 미성년 자녀들인 처가 양육하기로 하고 부양료로서 남편은 처와 자녀들에게 그가 받는 봉급의 80퍼센트와 700퍼센트의 상여금을 자녀 중 막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지급하기로 하는 협정이 있었던 사안에서, 처와 남편 사이에 체결된 부양에 관한 협정은 유효하고 남편은 그 협정에 따라 부양의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지지하면서 ‘부양권리자와 부양의무자 사이의 부양의 방법과 정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협정이 이루어지면 당사자 사이에 다시 협의에 의하여 이를 변경하거나, 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위 협정이 변경, 취소되지 않는 한 부양의무자는 그 협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것이고, 법원이 그 협정을 변경, 취소하려면 그럴 만한 사정의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므651 판결).

     

    사. 이혼 후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하여 협정이 가능하다면 협정이 없는 때에는 부부 일방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부양의 정도와 방법에 관하여 심판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혼이 확정된 후에 전 배우자를 상대로 부양을 청구하는 것을 별론으로 하고 이혼에 즈음하여 부부 일방이 다른 배우자를 상대로 법원에 부양의 정도와 방법에 관하여 심판을 구하는 것은 현행 민법의 해석상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아. 부양의 정도와 방법에 관하여 반드시 부양을 정기금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재산분할의 방법으로 금전급부를 명할 수도 있고, 현물급부를 명할 수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부양의 방법과 정도에 관하여 법원은 금전급부(정기금 또는 일시금)를 명할 수도 있고 현물급부를 명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예컨대, 부양의무를 명하는 주문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A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판결(심판)확정일 부양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와 같이 부양의 문제는 부양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혼시 재산분할을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에 집중함으로써 자의적인 재산분할을 방지하고 재산분할과 관련된 이혼법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4. 이혼 전 부양급부 청구 – 혼인 중 사실상 재산분할 효과 달성 : 앞서 본 이혼급부로서의 부양은 이혼을 하지 않는 부양급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또한 부부공동재산을 보전하기 위하여 불필요하게 이혼이라는 반가족적인 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유책배우자 본인의 이혼청구권 존부에만 집중하는 것으로서 그 상대방 배우자나 부부의 자녀 특히 미성년 자녀의 보호라는 관점에서는 입법의 불비를 주장할 뿐 현행법의 해석을 통한 합리적인 해결에는 무관심한 것이 아닌지 반성할 여지가 있다. 

    나. 부부가 별거중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리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부부 일방이 현실적으로 부양을 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부 일방이 다른 배우자나 그 자녀(특히 미성년 자녀)의 현재 또는 장래의 부양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앞서 본 이혼급부로서의 부양에서 본 것처럼 다른 배우자를 상대로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하여 협정을 하거나 협정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하여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에도 부양급부는 현금급부(일시금 또는 정기금)이나 현물급부 모두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 이와 같이 해석할 경우 어느 정도 이혼 전 재산분할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부양의무를 청구할 수 있는 요건과 구체적인 부양급부의 정도와 방법은 개별적인 사안에게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정해야 할 것이다. 

     

    5. 결론 

    이와 같이 혼인급부로서 부양과 이혼급부로서의 부양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재산분할의 법적 정합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재산분할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고, 부양적인 쟁점을 부양법을 통하여 해결함으로써 가족법의 체계정당성을 확립하고, 재산분할을 목적으로 한 이혼을 방지하고, 재산분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은 이혼을 거부함으로써 상대방의 양보만을 기대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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