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엄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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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양법’, 가족법상 독자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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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제의 소재

     

    최근 법률체계상 근간이 되는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법률 중 민법의 친족편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자주 개정되었다. 그만큼 종전 민법 중 친족편의 규정이 실제 사회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거나 친족편과 관련된 사회 환경이 급변했다고 볼 수 있다. 

    해방 이후 식민 사법 체계가 유지되면서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하 ‘가족법’이라 한다. 민법 중 친족편을 비롯하여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후견등기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일부 공법분야를 포함하여 가족법이라 하고, 좁은 의미로는 민법 중 친족편만을 가리킨다) 또한 종전 외국의 법과 그 해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한 가족법 개혁 운동이 결실을 맺으면서 1990년 개정과 2000년대 이후 가족법 개정이 활발해지고 있고 더 이상 외국의 해석론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가족법 개혁이 최근 후견법 개혁을 제외하고는 주로 이혼법을 중심으로 개정이 이루어졌고, 가정법원의 실무 또한 이혼의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혼법이 가족법을 대체했다고 할 정도로 다소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가족법의 쟁점이 이혼법에 집약되고, 친자법과 부양법 또한 이혼법에 밀려 그 존재의의를 찾기 어려워졌다. 

    최근 입법과 가정법원의 재판 실무에서 미성년 자녀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친자법에 대한 논의는 다른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부양법의 가족법상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이혼법에 대한 부양법의 독자성을 찾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재판상 이혼사유와 관련된 파탄주의의 도입과 관련된 이혼 후 부양문제를 현행 가족법의 해석론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한다. 

     

    2. 부양법의 근거규정 : 부양법의 법원(法源)

     

    우리 민법은 부양법의 법원(法源)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민법상 ‘부양’의 의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가. 제163조(3년의 단기소멸시효) 다음 각호의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1.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

     

    나. 제556조(수증자의 행위와 증여의 해제) ①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2. 증여자에 대하여 부양의무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

     

    다.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①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

     

    라. 제870조(미성년자 입양에 대한 부모의 동의) ① 양자가 될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② 가정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부모가 동의를 거부하더라도 제867조제1항에 따른 입양의 허가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정법원은 부모를 심문하여야 한다.

    1. 부모가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마. 제908조의2(친양자 입양의 요건 등) ① 친양자(親養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추어 가정법원에 친양자 입양을 청구하여야 한다.

    ② 가정법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제3호·제4호에 따른 동의 또는 같은 항 제5호에 따른 승낙이 없어도 제1항의 청구를 인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정법원은 동의권자 또는 승낙권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2. 친생부모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면접교섭을 하지 아니한 경우

     

    바. 제974조(부양의무) 다음 각호의 친족은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

    1.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2. 삭제

    3. 기타 친족간(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사. 제975조(부양의무와 생활능력) 부양의 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아. 제976조(부양의 순위) ① 부양의 의무있는 자가 수인인 경우에 부양을 할 자의 순위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협정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이를 정한다. 부양을 받을 권리자가 수인인 경우에 부양의무자의 자력이 그 전원을 부양할 수 없는 때에도 같다.

    ②전항의 경우에 법원은 수인의 부양의무자 또는 권리자를 선정할 수 있다.

     

    자. 제977조(부양의 정도, 방법)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하여 당사자간에 협정이 없는 때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정도와 부양의무자의 자력 기타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정한다.

     

    차. 제978조(부양관계의 변경 또는 취소) 부양을 할 자 또는 부양을 받을 자의 순위, 부양의 정도 또는 방법에 관한 당사자의 협정이나 법원의 판결이 있은 후 이에 관한 사정변경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협정이나 판결을 취소 또는 변경할 수 있다.

     

    카. 제979조(부양청구권처분의 금지) 부양을 받을 권리는 이를 처분하지 못한다.

     

    타. 제1008조의2(기여분) ①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상속개시 당시의 피상속인의 재산가액에서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한 그 자의 기여분을 공제한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제1009조 및 제1010조에 의하여 산정한 상속분에 기여분을 가산한 액으로써 그 자의 상속분으로 한다.

     

    파. 부칙 <법률 제471호, 1958.2.22.> 제24조 (부양의무에 관한 본법적용) 구법에 의하여 부양의무가 개시된 경우에도 그 순위, 선임 및 방법에 관한 사항에는 본법 시행일로부터 본법의 규정을 적용한다.

     

    하. 부칙 <법률 제4199호, 1990.1.13.> 제11조 (부양의무에 관한 이 법의 적용) 구법에 의하여 부양의무가 개시된 경우에도 이 법 시행일부터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 

     

    3. 민법 제7장의 법적성격

     

    가. 민법 제7장은 제974조 내지 제979조로 이루어졌다. 부양의무자의 범위, 부양의무 이행의 시점, 부양의 순위, 부양의 정도와 방법, 부양관계의 변경과 취소, 부양청구권의 처분금지 등 부양과 관련된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고 민법 이외의 다른 법률에서 민법 제7장의 규정을 원용하거나 준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법 제7장의 규정은 우리 법률 체계상 부양에 관한 일반규정 내지 총칙규정이라고 봐야 한다. 부양과 관련하여 민법(민법 제826조 제1항)이나 다른 법률(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정신보건법 제21조, 모자보건법 제14조,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5, 국민연금법, 노인복지법 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민법 제7장의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 

    나. 부부간 부양의무에 대하여는 민법 제826조 제1항과 제833조에서 특별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와 같은 특별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도 위 특별규정을 둔 것을 제외한 규정은 역시 민법 제7장의 규정이 적용된다(예컨대, 제977조 내지 제979조). 

    다. 부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부양의무의 근거 규정에 대하여는 다양한 학설이 있는데(아래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 경우에도 부모와 미성년 자녀의 사이의 부양에 관하여 다른 규정이 있다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다른 규정에서 정한 것 이외에는 민법 제7장의 규정이 적용된다. 

     

    4. 민법 제826조 제1항 및 민법 제833조 : 부부간 부양의 특칙

     

    가.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833조는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민법 제974조의 특별규정으로 봐야 한다. 부부는 혼인계약의 본질상 생계를 같이 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양의무가 발생한다. 또한, 민법 제833조는 민법 제975조의 특별규정으로 봐야 한다. 부부는 부양을 받을 부부 일방이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양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다. 부부 일방 또는 쌍방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부양의 정도와 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배우자 일방은 다른 배우자를 상대로 가정법원에 부양의 정도와 방법에 관하여 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제977조), 부부 사이의 협정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있은 후 이에 관한 사정변경이 있는 때에는 부부 일방은 다른 배우자를 상대로 가정법원에 부양에 관한 협정이나 심판을 취소 또는 변경에 관한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987조). 

     

    5. 민법 제974조 1호 : 부모와 자녀간 부양의무의 근거규정

     

    가. 부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부양의무의 근거 규정에 관하여는 우리 민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면서 입법의 불비라는 것을 전제로 민법 제913조라는 견해, 부모와 자녀라는 신분관계에서 구하는 견해 등이 있다. 대법원은 민법 제974조 제1호에서 구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나. 민법이 부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부양의무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견해는 찬성하기 어렵다. 민법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 사이에 부양의무가 있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68조는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직계혈족이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부모와 미성년 자녀가 직계혈족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직계혈족인 이상 직계비속이 성년에 달하였는지 미성년자인지 여부는 부양의무의 근거와 관련하여 아무런 차이가 없다. 민법 제975조는 ‘부양의 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명문으로 규정함으로써 미성년 자녀와 성년 자녀의 부양의무의 범위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계비속인 자녀를 성년에 달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양의무를 인정하되, 제975조로 부양 필요성을 구별하는 이상 미성숙 자녀라는 개념을 별도로 인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 외국의 학설(中川善之助 등)은 구체적인 입법 환경에서 현실의 법률관계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규율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일 뿐이고 선험적인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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