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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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에서 연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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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연애는 이렇게 끝이 났다.” 우연히 본 광고영상에서 신혼부부의 결혼식 장면 직후 이어진 문구이다. 가사재판연수에서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자녀가 태어난 이후 부부사이의 만족도는 최하가 된다”고 강의하셨던 내용과, (개인적으로 집중육아기를 거치면서 삐딱해져) 주인공들이 애절하게 연애하다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도 자동적으로 그 이후의 남루한 일상을 연상했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가사법정에는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나올 법한 특이한 분들도 계시지만,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더 많다. 그 중 안타까운 경우가, 영유아를 키우느라 힘든 젊은 엄마들이 남편에게 어려움을 다소 높은 수위로 표현하고, 남편은 남편대로 연애시절의 부인과 아이 엄마인 부인이 동일인물이 맞는건지, 채무자가 된 듯한 기분에 당황하면서 가정 밖에서 모성이 아닌 여성성을 찾다가 이를 알게 된 부인과 함께 법원에 오게 된 경우이다. 이런 때는 가정법원의 상담절차에서 심리전문가의 도움으로 이 같은 문제가 자신들만이 아닌 모든 부부의 생애단계별 공통과제에 따른 갈등임을 알게 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어 소취하로 종결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30여 년간 동서양에서 수행된 부성에 관한 연구를 망라하여 정리한 ‘파더 쇼크’라는 책에서는, 아버지에게 양육참여자의 역할이 요구되기 시작한 것이 근대에 이르러서이며, 따라서 아버지들은 양육에 관한 유전자를 거의 물려받지 못하였는데, 어머니와 동등한 정도의 양육참여를 요구받는 현대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역할은 제2의 어머니가 아니며, 부자관계보다 부부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심리학자들도 자녀양육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다르며, 남편의 역할은 부인이 자녀를 잘 돌볼 수 있도록 부인을 위해 심적, 물적 지원을 다하는 것이고, 부인도 자녀가 영유아기를 지나면 자녀를 서서히 독립시키면서 부부관계를 우선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여성으로서 무언가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고, 남편이 부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도 들지만, 심리학자들의 전제에는 수긍이 되는 것 같다.

    연애가 끝나고 생활이 시작되면 우리의 일상은 평범하고 남루할 수 있겠지만, 그 일상을 반짝이게 하는 것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가는 두 연인이 아닐까.

     

    ◇ 이 글은 2015년 7월 20일자 법률신문 15면 <법대에서>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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