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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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없앨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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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1년 동안의 구금기간과 장기간의 소송을 거쳐 끝내 난민으로 인정받아 살고 계신 한 난민분과 오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장에서 힘겹게 일하시면서 겪은 이야기들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중에는 난민분께서 최근 밤에 혼자 야근을 하시다가 갑자기 공장에 들어온 4명의 출입국 단속반을 맞닥뜨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출입국 : “야! 거기 앉아있는 너. 이리 와봐. 너 비자 없지? 신고 받고 왔어. ID 카드 보여 줘 봐”

     

    난민 : “당신들 누구야? 당신이 먼저 ID 보여줘. 여기 왜 사장님 허락도 없이 누군데 맘대로 들어와?”

     

    출입국 : “(웃으며) 니가 먼저 보여주면 보여줄께”

     

    난민 : “뭐야 당신들 출입국공무원들이야? (ID를 보여주며) 나 F-2 비자 있어. 인도적으로 한국에 있는 거야. 당신 출입국공무원인데 F-2도 몰라?”

     

    출입국 : “(머쓱해하며) 뭐야? 너 이거 어떻게 받았어?”

     

    난민 : “그건 당신들이 알바 아니지. 어서 나가세요.”

     

    출입국 : “이거 우리 연락천데, 당신들 친구 중에 불법체류한 사람 있으면 여기다 신고해 알았어?”

     

    다짜고짜 위법하게 공장에 침입했으면서, 한창 연배가 높은 사람에게 외국인이라고 반말부터 내뱉고, 친구들을 신고하라는 출입국공무원의 익숙한 모습에 화도 났지만, 한편 그 앞에서 아무것도 두려울 거 없다며, 공무원들이 맘대로 들어오면서 먼저 반말로 했으니 자기도 반말로 대응했다며 너무도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난민분의 모습과 머쓱해졌을 공무원들의 모습이 상상되자 씩 웃음이 나왔습니다. 보호가 아닌 단속에만 열을 올리는 국가 공권력의 어떤 허위가 폭로되는 것 같은 순간 이어서 였을까요?“

     

    (이일, 공익법센터어필의 이야기편지#3 중)

     

     

     

    위 사례에서처럼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은 외국인에 대한 동향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출입국관리법 제81조를 근거로 고용주, 거주인 등의 동의를 받지도 않고 영장 없이 사업장이나 주거 등에 출입하여 단속활동을 해 왔다. 그런데 2009년 대법원은 출입국관리법 제81조에 대하여 “영장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 출입국관리공무원 등에게 외국인 등을 방문하여 외국인동향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위 법 규정의 입법취지 및 그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출입국관리공무원 등이 출입국관리법 제81조 제1항에 근거하여 제3자의 주거 또는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아니한 사업장 등에 들어가 외국인을 상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그 주거권자 또는 관리자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2009. 3. 12. 선고 2008도7156).

     

     

    위 대법원 판례는 출입국관리법의 집행을 위한 조사활동에 영장주의 원칙이 적용됨을 확인함과 동시에 영장주의 원칙에 대한 예외는 엄격하게 제한됨을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인용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의 위법한 사업장 출입은 그 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번에 위와 같은 불법적 “관행”을 고치는 대신 아예 “합법화”시키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정부가 올해 초 국회에 제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의안번호: 13847)에는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출입국관리법 위반자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업장, 영업장, 사무실 및 이와 유사한 장소에 관리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영장 없이 자유롭게 출입하여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러한 출입‧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방해하는 사람은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토록 하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위법성 “시비”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영장주의가 헌법에 규정된 원칙임을 간과한 것이다. 헌법상 영장주의는 영장발부의 요건을 독립적 지위에 있는 법관으로 하여금 심사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공권력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보호하려는 제도이다.

     

     

    법무부는 미국, 영국 등에 유사한 입법례가 있다고 주장하나, 유사한 입법례가 있다하여 우리나라 헌법을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출입국관리영역이라 하여 다른 영역과 달리 영장주의를 처음부터 배제하는 입법례는 없다. 미국의 경우 이민법에 근거한 공권력작용도 일반 범죄수사와 마찬가지로 신체, 가택, 서류 및 동산의 안전을 부당한 수색, 체포, 압수로부터 보호받을 개인의 권리를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4조의 지배를 받는다.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법무부에서 유사한 입법례라고 주장하는 AD Letter는 조사목적이 아닌 체포목적으로 발부되는 것으로, 체포하고자 하는 외국인이 사업장 안에 있다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믿음이 있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등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영장보다 엄격한 요건(영장은 의심만 있어도 발부됨)하에서 차장급 이상의 공무원의 서명으로 발부되며, 발부사유 등도 철저하게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법집행기관이 조사를 명목으로 행하는 부당한 강제처분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영장주의가 법치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예외가 없는 원칙이란 없다지만, 원칙이 없는 예외란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다. 급박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고, 영장발부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등 불가피한 경우 영장주의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나, 이러한 예외는 필요성, 근거, 요건, 절차, 권리제한을 최소화하는 방안, 제한되는 권리와 공익의 구체적 비교형량 등에 대한 구체적 규명을 통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물론 법집행을 위해 수사나 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수사나 조사를 위해 개인의 자유나 권리가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영장은 바로 위와 같은 수사나 조사를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을 허용하는 법원의 허가장이다. 즉, 공권력에 의한 수사나 조사의 필요성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적 보호 장치인 것이다.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가 엄격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무부는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을 상습적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시민 제보를 받고 현장을 방문한 출입국관리공무원에 대해 출입 방해 등을 하는 경우에도 제재방안이 없”기 때문에 문제의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2014. 9. 1. 츨입국관리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 자료). 하지만 위 대법원 판례도 확인하고 있듯이, 영장 없이 현장을 방문한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출입을 거부하는 것은 고용주들의 당연한 권리이다. 법무부의 설명은 국민이 권리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권리를 없앨 필요가 있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길 가던 한국인이 출입국관리공무원에 의해 외국인으로 오인 받고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문도 모른 체 연행당하면서 해당 공무원들을 납치범으로 신고한 웃지 못 할 사건(‘인권 무시’ 불법 체류자 단속 … 한국인도 ‘봉변’, SBS, 2009/06/03)은 출입국단속이라 하여 법집행의 일반원칙을 무시하는 것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만약 피해자가 외국인이었다면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언론에 나지도 않았을 사건이다. 하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할 때 불법인 공권력 작용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하여 합법적인 것이 될 수 없다. 그러한 법집행을 허용한다면 그 부메랑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처럼.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http://withgonggam.tistory.com/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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