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황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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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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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 어느 정치인의 원내대표직 사퇴의 변 치고는 놀랍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저 왕조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게다.

    대한민국의 헌정체제는 자유주의와 민주의의와 공화주의의 결합체다. 사실 민주공화국, 특히 그 중 공화가 무슨 말인지는 법학도가 된 지 35년이 넘도록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공화라는 말은 제3공화국의 민주공화당에 쓰인 이후 요즘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치용어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민주당·공화당이란 말을 쓰고 있으니 그 끈기가 놀랍다.

    공화의 공(共) 자는 두 사람이 손을 합쳐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한다. 로마 공화정은 두 명의 콘술(통령)이 함께 다스렸는데, 콘술은 소 두 마리가 함께 쟁기를 끈다는 뜻이다. 공화의 핵심은 바로 ‘함께 일하는 것’이니, 요즘 말로 하면 ‘팀 플레이’다. 링컨 대통령이 정적들을 내각에 포진시켜 ‘팀 오브 라이벌’을 만든 것은 그래서 유명하다.

    공화주의는 공동체 전체에 대한 애정, 공동체적 우정, 역지사지, 공감, 공공선, 공민의 시민적 덕성, 공직자의 윤리와 책임성을 강조한다. 공공선은 준법과 공공정신, 법의 지배가 핵심이다. 법조계로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각종 갈등과 분쟁을 법적·제도적으로 잘 해결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공공선을 실천하는 길이다.

    공화정신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입법·사법·행정 권력의 엄격한 분립과 상호 견제가 필요한 이유다. 행정부 내에서도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이 국무회의를 중심으로 국정을 함께 처리하도록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어느 국사학자는 홍익인간이야말로 공화정신에 가장 가깝고, 그래서 ‘다 함께 잘 살기’라고 풀이했는데, 거기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공화의 핵심은 함께 일하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똑똑한 사람 혼자서 일을 처리했을 때 그 결과가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장점을 취하여 함께 일하는 것이 결국에는 더 낫다. 견제와 크로스 체크를 통해 어이없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중요 재판에서 법관 합의제를 운영하는 것이나, 검찰 내부에서 상사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것도 공화정신의 발로다. 법원의 합의제와 검찰의 결재제도가 형해화 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 당·정·청은 물론 여·야가 국리민복과 국가이익이라는 공동 목표를 함께 바라보고 협치(協治)를 해야 공화정신에 부합한다.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을 추구하며 함께 일한다는 공화정신을 잊으면 독단이 생기고, 그런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국익을 추구할 때는 함께 공동전선을 펼쳐야 한다.

    한국은 서서히 데워지는 물속에 들어 있는 개구리의 운명처럼 되어가고 있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산다. 공화정신을 지켜야 미래의 길이 보인다. 공화주의의 현대적 의미를 음미해볼 때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이 글은 2015년 7월 13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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