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구길모
  • 법학교수
  •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연락처 :
이메일 : happy9gm@hanmail.net
홈페이지 :
주소 :
소개 :

이 포스트는 0명이 in+했습니다.

    목록이 없습니다.

    구길모님의 포스트

    [ 더보기 ]

    성적 공개 복불복

    0

    얼마 전 초등생인 딸아이가 공부하다가 질문을 했다. “아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뜻이야?”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야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대답하여 주었다. 그러자 옆에서 빨래를 개고 있던 아내가 그 속담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결국 인터넷도 검색해 보고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두 가지 의미 모두 가능하다고 딸아이에게 알려주었다. 당연히 딸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학교수라는 아빠가 뭔가 명확한 답을 말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의미 모두 된다는 말을 딸아이가 완전히 이해한 것 같지 않았다.

    그 후 교수들과 맛집이라는 곳으로 칼국수를 먹으러 갈 일이 생겼다. 그런데 가는 길이 무척이나 막혔다. 알고 보니 대전에서 가장 크다는 ‘유성장’이 식당 주변에서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분이 말씀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딱 그 상황이네요.” 그때 딸에게 들었던 질문이 다시 생각나면서 의문이 생겼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것이 좋은 의미인가, 나쁜 의미인가?’ 속으로 한참 고민하였지만 두 뜻 모두 가능하겠다는 것으로 일단 결론을 내렸다. 칼국수 집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이끼가 끼는 게 좋은 건가? 장이 열리는 게 좋은 건가? 답을 내기가 어렵다. 사람 따라 다르고, 상황 따라 다르지 않을까?

    고등학교, 대학교, 사법연수원 동기들을 만나면 예전과는 참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공부 잘하던 친구가 고시에 실패하여 연락두절인 경우도 있고, 한 때 잘 나가던 친구가 사업에 실패하여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런가하면 고집이 너무 세서 정말 답답하게 여겨졌던 친구가 대성한 경우도 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말이 조금씩 실감되곤 한다.

    일전에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법률신문의 이 코너에 글을 썼다. 그런데 그 바로 뒤에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라는 결정을 하였다. 참, 형법교수인 내가 어찌 헌법재판소 결정을 예견했을까? 신기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우연이 아니다.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가 앞으로 로스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헌법재판소 소수의견처럼 과다경쟁으로 로스쿨교육이 왜곡될 것인가? 아니면 다수의견처럼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학교서열이 파괴되고,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면서 로스쿨체제가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인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복불복의 시작이다!”

     

    ◇ 이 글은 2015년 7월 9일자 법률신문 15면 <법조프리즘>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