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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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과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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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이번 글의 주제는 ‘상속과 관련된 합의’인데, 그와 같은 합의 전반을 다루는 것은 아니고, 본인의 사건처리 및 상담 경험을 통하여 얻은 소견 두 가지 정도를, 비록 논리적 엄밀성은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위로 얻은 소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을 정확히 소개할 수 없다는 점을 미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

2. 합의시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먼저 적고 싶은 것은 상속과 관련된 합의가 법원에 의하여 무시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에 상속을 포기하는 내용의 합의는 그 효력이 없음은 현재의 판례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합의는 상속이 개시된 이후의 합의이다.

하여간 본인이 판단하기에 상당성이 충분한 합의를 하였고 그 합의 체결과정에서 특별한 무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의하여 무시되는 경우가 있었다. 소위 구체적 타당성에 대한 법원의 과도한 경도로 빚어지는 일인데, 그로 인하여 불이익을 당하는 쪽에서는 자신들이 한 합의가 왜 무효라는 것인지 도저히 수긍하지 못한다.

하여간 사정이 이렇다보니 합의를 하려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본인의 결론이다. 역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려우나, 단순하고 평범하게 합의하여서는 그 효력이 지켜질지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합의의 효력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보강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의 사견으로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의 구현이라는 논리에 지나치게 빠진 나머지, 그로 인하여 어떠한 부작용이 생길 것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결론이 빚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3. 입증의 중요성

상속 개시 전에 상속을 포기하기로 한 합의는 무효라고 적었는데, 상속의 측면에서는 무효이지만, 그 합의당사자 사이에서의 사적 계약으로서는 효력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만일 추정상속인이 완전한 타인인 제3자와 장차 자기가 받을 상속재산을 넘겨주기로 미리 계약을 하였다면, 그 계약이 무효일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추정상속인들 사이의 계약은 그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며 추정상속인 사이의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면 결국 상속에 대해 효력을 미치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상속을 포기하기로 하는 계약(합의)이 아무 대가 없이 체결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대가가 주어진다. 이 점은 상속개시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만일 그 계약이 무효라면, 그 계약에 터잡아 받은 급부는 당연히 반환하여야 한다.

법리상 이러한 논리는 당연한 것인데, 실무상 관찰해보면 대개는 입증에 실패한다. 그러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는 평등한 관계라기 보다는 대개 어느 한쪽(주로 추정피상속인 쪽)이 우월한 지위에 서기 때문에 그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그래서일까, 그 시점에서는 우월한 쪽은 굳이 더 엄밀하게 증거를 남겨둘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아울러 해당자들로서는 그들의 사정을 외부에 드러내기를 꺼려 증거를 더 남겨두지 않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적는 것은 계약을 잘 체결해두면 그 계약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계약이 무효가 되면 급부를 돌려받거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입증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급부에 대해서라도 나중에 상속인들이 억울한 경우를 당하지 않게 하려면, 어떤 급부가 상속에 갈음하여 넘어갔다는 점만이라도 명확하게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일부무효의 경우 – 부모의 상속문제에 대해 한꺼번에 합의해놓는 경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속인 중 어머니가 계시는 경우, 상속인들은 여러 고려를 하게 된다. 그 모친의 노후생계 보장에 대한 고려도 하여야 하고, 한편으로는 그 모친도 건강이 좋지 않거나 하여 머지 않아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것이 예측되면, 부친의 재산을 아예 자식들이 모두 물려받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고려도 하게 된다. 후자의 고려는 주로 상속세에 대한 고려인데, 경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해보아야 한다.

하여간, 어떻든 법정상속분대로 상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면, 재판을 통해 정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속인들 사이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때 부친의 상속문제와 모친의 상속문제를 한꺼번에 합의해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부친만 돌아가신 현재, 일단 이러저러하게 상속을 받는 것으로 하고, 후일 모친이 돌아가신 뒤에 그 모친의 재산은 이러저러하게 해둔다는 식이다.

물론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 때, 이러한 합의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하는 점은 별개의 문제이며 많이 닥치는 문제이다. 서면을 남기지 않고, 형이나 오빠 또는 동생을 믿고 말로만 약속하고 상속을 처리하는 것은, 일단 자기 명의로 한 사람이 나중에 약속을 어겨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하여야 한다.

위 합의의 문제로 돌아가서, 돌아가신 부친의 상속과 장래 일어날 모친의 상속문제를 한꺼번에 약속해둔다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두 건의 약속을 한꺼번에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부친의 상속문제는 이미 발생한 일이므로 당연히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모친의 상속문제에 대해 미리 약정해두는 것은, 장래의 상속문제이므로 그 효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원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만일 모친의 상속과 관련된 부분이 무효라면, 전체 합의의 일부 무효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부친의 상속재산에 대한 합의 부분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은 내용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만 명확히 입증된다면, 재산을 물려받은 쪽이 약속을 어기더라도 무작정 당하는 일은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5. 마무리

‘상속과 합의’라는 주제의 글을 마무리하면서 회고해보니, 이 주제와 관련하여 하였던 고민의 내용중 가장 많은 부분은 결국 그러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형제남매간에 사이가 나쁘지 않을 때의 합의였던 터라 서면을 남겨두지 않은 경우가 많고, 한편으로는 서면이 남아 있었다면 아마도 대부분 약속을 쉽게 어기지 못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입증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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