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황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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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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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판사 시절, ‘수산자원보호령위반’ 사건이었다. 피고인이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9 대 0으로 합헌결정이 나는 바람에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93헌가15).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재판관이 단 한 분도 없었다는 충격 때문인지 그 이후로 판사 생활 동안 위헌제청을 한 기억이 없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16년 후에 위 결정은 6 대 3 위헌 결정으로 폐기되었다(2009헌바2). 이렇게 위헌 여부는 그 예측이 참으로 어렵고 변화무쌍하다.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요청권을 규정한 국회법 개정안도 위헌인지 사실 애매하다.

    변호사가 되어서는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또는 클라이언트의 희망사항을 수용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게 된다. 그런데 고백하건대 변호사생활 11년 동안 위헌제청신청이 한 번도 인용된 적이 없고 헌법소원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졸속입법·입법과잉의 시대에 국회가 숙의(熟議)없이 통과시키는 법률의 경우 헌법적합성 심사가 소홀히 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적 논란이 있을 법한 법률은 헌재에서 한번 판단을 받아보고 싶을 때도 있다. 더욱이 한국법제연구원의 ‘법령의 헌법합치성 제고를 위한 정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헌재의 위헌성 판단 기준에 따라 12개 분야 814개 법률을 분석한 결과 아직도 447개 조항이 위헌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법률가로서는 헌재를 거치지 않은 이들 법률에 대해서는 헌재로 한번 끌고 가보고 싶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되어야 비로소 헌법소원을 할 수 있는데, 수소법원이 결정을 본안판결 때까지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본안재판이 2년여 진행된 어떤 사건에서 위헌제청신청 후 거의 2년 만에 본안판결과 함께 기각결정을 받은 적도 있다. 그 기간이면 소송당사자에게는 헌재를 벌써 다녀왔을 긴 세월이다.

    위헌제청신청을 받은 법원이 가급적 빨리 결정을 해주어야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된다. 대법원 재판예규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7조 제5항은 18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기간이 너무 길다. 훈시규정이니 실효성도 없다. 따라서 일정 기간이 지나도 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기각 결정이 된 것으로 간주하여 바로 헌법소원을 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에,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에 관하여는 제41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받은 법원이 그 신청을 받은 날부터 2월까지 결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2월이 경과한 날에 그 신청이 기각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다.

     

    ◊ 이 글은 2015년 6월 22일자 법률신문 14면 <서초포럼>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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