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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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에 관한 한 관점 – 상속포기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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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앞에,

    [판례평석] 배우자와 자녀가 공동상속인인데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할 경우, 피상속인의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는지 여부(적극)

    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이 많이 계시는 듯하고, 여러 점에서 추가설명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적어본다.

    이 문제는 배우자의 상속인으로서의 지위가 자녀에 비해 독특하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즉, 배우자는 단순하게 자녀들과 동순위로 1순위 상속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및 직계존속이 존재하고 그들 중 누군가가 상속인이 되는 한 그들과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다.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배우자의 이러한 다소 약한 지위는 상속재산은 집안재산이고 가급적 집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관념에 터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하여간,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론의 골자는 대상판결과 같은 사안에서 배우자가 단독상속하는 것으로 하지 않다보니, 관련되는 직계비속과 존속 전원이 일일이 상속을 포기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인 듯하다. 아울러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그 결과 미성년자인 손자녀들이 일단 채무자가 되는 것이라서 더 감성적으로 접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점은 상속은 자동적으로 발생하고, 선순위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후순위 상속인들이 상속을 바라지 않는다면 그들도 순차적으로 상속을 포기하여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즉, 문제가 있다면 근원적으로 그러한 점을 문제삼아야 하는 것이며, 배우자의 특수한 지위에 따른 이번 대상판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배우자의 상속인의 지위를 직계비속(또는 더 범위를 좁혀서 자식들)과 동일한 것으로 간략하고 튼튼하게 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해볼 수 있으나, 그 역시 별개의 문제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확실히 반대의 결론을 취할 때에 비하여 상속포기를 하여야 할 자의 범위를 넓혀놓은 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로 인한 부작용이나 그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의 부담 정도는 그리 심각한 수준의 것은 아니다.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고 배우자만 포기하지 않는 것은 대부분 신중하게 고려한 결과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결과를 피하고자 한다면 배우자가 아닌 자녀 중 한 사람이 상속을 받는 것으로 결정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녀보다는 배우자가 남아 뒷처리를 하는 것이 더 간편한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나, 그러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자녀가 이혼하고 이혼한 배우자가 손자녀의 친권을 갖고 있는 경우라 하여 특별히 더 번거로워지거나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에서 대상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리면 경우에 따라 더 번거로워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알았을 것임에도 이러한 결론을 내린 것은 상속포기의 효과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하는 점과 관련이 있다. 이번 사안은 채무초과가 의심되는 경우로 계속하여 순차적으로 상속포기를 하여야 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비판론이 가능해지는 것이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대상판결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이에게 기회를 주는 결과일 수도 있다. 사안을 꼭 한 면에서만 볼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위에 적은 대로, 대상판결과 관련된 문제발생의 근원적 원인은 상속이 자동개시되고, 이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상속을 포기하게끔 제도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많은 듯하며, 위헌론까지 개진하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가 매우 뒤떨어진 법률제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점 역시 문제의 한 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즉, 채무의 상속으로 인하여 불편을 겪는 이들의 목소리가 크고, 그런 경우만이 문제가 되므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며, 이러한 제도의 다른 면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상속제도를 폐지하면 어떻게 될까? 의도한 대로 자기가 원하지도 않는 피상속인의 채무를 자동적으로 이어받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일일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뿐일까?
    상속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상속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법에서 정해진 대로 상속을 받아야 하겠다고 신고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상속을 받는 쪽이 불편해진다. 커다란 재산이나 되면 모르겠는데, 시가 50만원짜리 중고자동차 하나를 상속받기 위해서도 법원에 상속을 받는다는 신청을 해야한다. 지금 제도로는 뜻밖의 채무를 물려받는 경우가 생기고, 거의 대부분 결국에는 구제를 받기는 하지만, 하여간 채무를 물려받지 않기 위하여 번거롭게 포기를 하여야 하지만, 제도를 반대로 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 자신이 받았어야 할 상속재산을 못받는 경우가 속출하게 된다.
    자원의 배분과 그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면에서 생각해보아도 지금 제도의 유용성이 이해가 된다. 지금 제도로는 재산은 물려받는 이가 인식을 하건 하지 않건, 모든 재산에는 일단 주인이 존재하게 된다. 1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면 2순위 상속인이 일단 주인이 되므로, 그가 그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한편, 그 자원을 사용하여야 할 사람, 예를 들어 피상속인의 채권자는 정해진 룰에 따라 실제 권리자를 추적하여 어떻게든 그 재산을 활용할 방안을 찾게 된다.
    그런데 만일 반대로 되면 어떤 상황이 될까? 1순위 상속인이 알건 모르건 간에 가만 있으면 상속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때 2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받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으나, 원칙대로 2순위 상속인 및 그 하순위 상속인들도 아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가만 있으면 상속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결국 상속재산은 무주물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정함에 따라 결국 국가의 소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낭비와 비경제성은 지금 현재의 제도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설명을 기초라 하여 생각해볼 때, 사회 전체의 시각에서 보면 어느 편이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일까? 이 점에 대해 엄밀한 실증연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지금 제도가 훨씬 더 경제적이고 나은 것으로 느껴진다. 만일 지금 제도가 잘못된 것이니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면, 지금 제도 때문에 비합리적인 결과에 직면하는 사람의 입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적하는 점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논증을 하여야 할 것이다.
    어느 제도든 그 제도를 만나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인데, 불편을 겪는 한 쪽 말만 듣고 바로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한 견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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